소비자원 자기 감시시스템 작동하나?

2010-08-30     뉴스관리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최현숙 편집인]최근 한국소비자원이 발칵 뒤집혔다. 지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소비자원에서 근무한 한 공익근무요원이 자신의 사업과 관련된 일을 계속하기 위해 소비자원 직원 20여명에게 금품은 물론 성접대까지 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검찰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원 전체 직원이 250여명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전체 직원의 거의 10분 1가량, 의사결정권이 있는 3급 이상 간부급 직원들로 한정하면  3분의 1정도가 젊은 한 공익요원에 의해 놀아난 꼴이다.

 

지난 1987년 한국소비자원 출범 이후 최대의 스캔들이며 집단의 도덕적 해이를 적나라하게 드러 낸 사례로 꼽히고 있다.

 

한국의 소비자운동은 당초 여성 NGO단체들이 주도해왔다. 그러나 여러 단체가 난립하면서 기업과 불필요한 갈등을 빚고 도덕적 해이 문제들이 지적되면서 좀더 공정하고 체계적으로 발전시키자는 의미에서 정부 업무로 발의돼 오늘의 한국소비자원에 이르렀다.

 

당초 NG0업무였던 만큼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됐고 소비자원도 그같은 기대에 부응, 무탈하게 운영되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24주년을 맞는 소비자원이 이처럼 갑자기 난장판이 되기까지 과연 무슨일이 있었을까?

 

이번 사건의 발단은 한 장의 내부 투서였다.


투서(投書)’의 한자적 의미는 ‘글을 던지다’이다. 드러나지 않은 사실의 내막이나 남의 잘못을 적어서 어떤 기관이나 대상에게 몰래 던져 넣은다는 의미에서 유래됐다.

 

우리나라는 역사의 고비고비마다 투서가 있었다.

 

도덕적인 문제나 음모등을 고발하는 투서가 횡행했다.

 

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연간 검찰에만 2000여건의 투서가 접수되고 있다고 한다. 투서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투서는 내부 고발이다.

 

검찰에 접수된 고소 고발의 95%는 주변 가까운 사람들들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내부가 아니면 얻을 수없는 정보들이어서 그 투서의 파워 또한 막강할 수밖에 없다.

 

투서는 주로 폐쇄적이고 불투명하며 관료적인 조직문화에서 많이 발생한다.

 

일방적인 의사결정, 패거리 문화, 비정상적인 업무 분장, 극도로 침체된 구성원의 사기등이 투서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런 조직은 서서히 보이지 않는 부분부터 부패하고 이과정에서 숨이 가빠진 구성원들이 투서로 저항하게 되는 것이다.

 

소비자원이 그런 조직문화였을까?

 

문제의 공익요원의 근무 시기는 2006~2008년. 소비자원 첫 여성 원장이던 10대 이승신 원장에서 11대 박명희 원장에 걸쳐 있다.

 

일각에서는 박명희 원장 시절 이미 이 사건이 내부에서 불거졌으나 박원장이 그대로 덮으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원장으로서 대외적인 명예 실추를 우려한 것일 수도 있고 전임 원장을 보호하려 했다는 억측도 사고 있다.

 

이승신 원장은 서울대 가정학과, 박명희 원장은 서울대 가정교육학과 출신으로 동문이고 둘 다 민간 소비자단체인 녹색소비자연대에서 활동했다. 현 12대 김영신 원장도 서울대 가정학과 출신이다.

 

지난 2004년부터 같은 학교 연관 학과  선.후배 지간이 원장 바통을 주고 받는 셈이다.

 

최근에는 13대 원장마저 같은 학교 같은 학과 출신의 인사 이름이 공공연히 거명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정학과가 소비자문제와 그다지 깊은 연관이 있는지는 차지하고라도 조직의 리더가 하나의 계보로만 이어질 경우 조직문화의 편협성과 계파 문제가 불거질 수있음을 유추해 볼 수있다.

 

문제가 곪아 터지도록 전.현 원장들이 단 한번도 감사나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혹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투서의 일반 성향을 보면 투서자는 먼저 문제를 내부에서 공론화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내부 공론화에 실패하면 (投書)말 그대로 조직 밖으로 글을 던진다.

 

사건이 3년전으로 거슬러가는 점을 감안하면 어찌됐던 소비자원의 자기 감시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처럼 많은 사람이 연루되고 내부 고발자가 있었음에도 한번도 내부 감사나 조사등의 의례적인 과정마저 거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심각한 사안을 몰랐다면 원장의 역량 문제일 것이고 알고 덮었다면 도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된다.

 

자기 감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이제부터 외부 감시 시스템이라도 작동시켜야 한다.

 

상급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나 감사원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아야 한다.

 

소비자원의 소비자 운동이 NGO적인 태생을 갖고 다른 기관보다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