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벌, 문어발식 확장 구태 재연 우려"
2010-08-31 안광석 기자
FT는 최근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제안을 낸 것은 수익성이나 시너지 효과가 없는 사업을 선뜻 정리하기를 주저하는 한국 재벌들의 구식 행태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아산 등 현대그룹 기존 사업체와 현대건설은 시너지 효과가 거의 없으며, 야심적인 현대건설 인수가 그룹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것이 애널리스트 등 시장 전문가의 시각이라고 전했다.
김승현 토러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현대그룹은 과거 계열사를 사업성이 있든 말든 상관없이 그냥 되찾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인수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것은 그들에겐 부차적인 문제다"라고 말했다.
인수 시도에 대한 시장 반응도 냉담해 투자자들 사이에서 현대그룹의 자금력과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현대그룹 핵심 사업체인 현대상선[011200] 주가는 지난 7월 14일 이후로 10% 이상 떨어졌다.
신문은 M&A에 열을 올리다 그룹 전체가 이미 어려움에 빠진 사례로 금호아시아나 그룹을 꼽았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무리하게 인수했다가 대우건설은 재매각하고 그룹 주요사들은 워크아웃을 받는 신세가 됐다는 것이다.
두산그룹도 밥캣사를 49억달러에 인수했다가 후유증에 시달린 끝에 자산 매각으로 7천800억원을 마련해 간신히 빠져나왔다고 FT는 덧붙였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소수 재벌이 지배하는 경제에서 재벌의 재무적 불안정성은 전체 경제를 위협한다"며 "일부 기업들은 '대마불사'가 되어 (어려워져도) 정부가 구제해줄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악순환은 경제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