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로 연비 높이려다 코 베인다

연료절감장치 사기판매 기승.."환경부 일이야"

2010-09-24     유성용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 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 하면서 자동차 연료 절감 장치를 공짜로 달아주겠다며 소비자를 유인한 뒤 바가지를 씌우는 상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부 판매업자들은 환경부까지 사칭하거나 자동차 고장을 일으키는 불량 제품을 팔고 있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사례1= 경북 칠곡군의 장 모(남.31세)씨는 지난 3월 퇴근길 환경부에서 주도하는 그린캠페인의 홍보차원으로 차량에 무상으로 연료절감기를 달아준다는 안내를 받았다.

공짜라는 말에 혹한 장 씨가 안내 받아 간 곳은 공원 주차장이었다.

그곳에는 정비사 복장을 한 직원 몇몇이 기다리고 있었다.

장 씨에 따르면 한 명이 기기에 대해 설명을 하는 동안 다른 직원들이 막무가내로 차량에 연료절감기를 장착했다고.

이후 장 씨의 계좌에서는 무상장착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매달 꼬박꼬박 10여만원의 할부금이 빠져나갔다.

계약을 담당했던 직원은 회사를 그만두고 잠적한 상태였고 장 씨는 계속 돈을 물어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빠졌다.

◆사례2= 서울 구로동의 최 모(남.34세)씨 최근 차량 유류비를 20%가량 절감할 수 있다는 공회전제한장치를 무상으로 설치해준다는 말을 믿었다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직원의 설명이 이어지는 와중에 막무가내로 설치가 이뤄진 것. 게다가 상담이 끝날 무렵 '공짜'라는 처음 설명과 달리 한 달에 1만9천원의 관리비가 부과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엉겁결에 설치를 한 것도 억울한데, 이후 주행 중에 시동이 꺼지거나 배터리가 방전돼 차량을 운행할 수 없는 상황이 여러 차례 반복됐고 최 씨는 청약철회를 요청했다.

그러나 해당 업체 측은 되레 계약해지에 따른 위약금으로 50여만원을 요구해 최 씨를 곤경에 빠뜨렸다.

<연료절감기가 설치된 모습.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


공회전제한장치(ISG)란 주·정차나 신호대기 등 차량 정차 시 불필요한 공회전을 줄이기 위하여 자동으로 엔진 시동을 정지시키고 가속 페달을 밟을 경우 재시동이 돼 정상 주행이 가능토록 하는 장치다.

ISG 및 연료절감기를 판매하는 이들은 무상 장착을 미끼로 소비자를 현혹시키고 있다. 

정부 정책에 따른 보조금 지원을 내우거나 유명 브랜드의 제품 홍보 이벤트라는 등의 설명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다.

일단 상담이 시작되면 소비자 동의를 막론하고 설치에 들어간다는 게 피해 소비자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장착이 끝난 뒤에는 문제가 발생해도 업체 측과의 전화 연결이 여의치 않다고. 계약해제 또한 거부당하기 일쑤며 위약금 폭탄을 맞게 된다.

몇 년전부터 기승을 부리기 시작해 지금도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공짜' 내비게이션 판매와 판에 박은 듯이 같은 수법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피해 예방하려면?

소비자는 전화 연락이나 직장방문을 통해 무상으로 공회전 제한장치를 장착해 준다는 권유에는 응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방문 직원이 여러 명일 경우에는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 명이 설명하는 동안 다른 직원이 막무가내로 차량에 제품을 장착하고 계약을 강요하는 경우가 속출하기 때문.

정부 정책을 들먹이는 것도 믿어서는 안 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부에서 직접 연료절감기 및 공회전제한장치를 장착하라고 홍보하는 일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만일 필요에 의해 제품을 구매하기로 했다면 청약철회 조건이나 위약금 등에 대한 내용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또 결제는 가급적 카드결제로 하는 것이 좋다. 추후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신용카드사를 통해 항변권 행사를 통해 결제가 이뤄지지 않도록 막을 수 있어 안전하다.

연료절감장치 안정성은?..'글쎄' 

최근 몇년간 수많은 연료절감장치가 특허를 앞세우거나, '20~30%의 연료 절감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성능을 자랑하며 시중에 나왔지만 효과를 입증 받지 못해 금세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연료절감기 기술의 핵심은 기계정 장치를 사용해 액체연료의 입자를 미세하게 만드는 방식"이라며 "이는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일시적으로 나타날 뿐"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연료절감기를 구입할 경우 한국기기유화시험연구원 등 국가기관이 인증한 제품인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이 또한 허위 및 과장 광고인 경우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환경부는 작년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을 통해 공회전제한장치의 성능기준 등에 대한 규정을 제정하고, 교통환경연구소 등 환경부가 지정한 인증시험기관을 통해 인증절차를 완료한 업체만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공회전 제한장치는 작년 말 인천시에서 시내버스에 시범 부착한 결과 운전자의 절반 이상인 56%가 오작동을 경험했다고 진술해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보기에는 다소 부족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