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표식품을 어찌하오리까?"..투자자들'뿔'났다

2010-09-03     윤주애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샘표식품(대표 박진선)이 올해 들어 주력 제품인 간장류를 제외한 전 품목에서 적자행진을 이어가면서 회사 안팎으로 구조조정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샘표식품 경영자료에 따르면 샘표식품은 올들어 7월까지 간장과 향신간장을 합친 간장부문서 646억여 원의 매출을 올려, 146억여 억원의 영억이익을 냈다.

하지만 박진선 사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발효조미료 '연두'를 비롯해, 된장 고추장 쌈장, 국수, 소금, 통조림, 차류, 서양소스 폰타나, 안주스낵류 질러, 발효흑초 '백년동안'을 비롯한 신사업이 전부 적자를 기록하면서 이 부문에서만 144억5천200여 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창업주때 기반을 닦은 간장사업에서 벌어들인 돈을 박 사장이 신사업에서 전부 말아먹은 셈이다.

실제 샘표식품은 올들어 지난 6월까지의 실적을 담은 반기 보고서에서 매출액이 지난해 보다 소폭 늘어난 반면, 33억4천만원의 영업손실을 보고한 바 있다.

간장 빼고 죄다 '적자'..66억 팔아 24억 손실 본 품목도

샘표식품은 지난 2008년 10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소폭 감소한 86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등 어려움 속에서도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올들어 실적이 급추락하면서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품목별로 보면 7월 기준으로 간장 매출액은 약 634억원, 영업이익 약 145억원을 기록했다. 향신간장은 매출액 2억6천여만원과 영업이익이 4천여만원, 국시장국은 매출액 9억4천여만원과 영업이익 3천여만원을 기록했다.

이천공장에서 생산되는 간장류 3품목에서 매출 646억3천400만원에 영업이익 146억2천400만원의 준수한 성적을 낸 것.

그러나 박 사장이 최근 의욕적으로 추진한 '연두 맛내기액'은 매출액 8억8천여만원에 영업손실 7억4천여만원을 기록하는 부진을 보였다.

연두 뿐 아니라, 다른 품목도 매출액에 버금가는 수준의 영업손실을 내며 박 사장에게 참패를 안겼다.

국수는 매출액 약 37억원에 영업손실 약 19억원, 쌈장은 매출 4억8천만원에 영업손실 약 3억원을 기록했다.

또 고추장은 매출 약 23억원에 영업손실 6억9천여만원, 된장은 매출 약 16억4천만원에 영업손실 2억으로 적자를 이어갔다. 여기에 유기농 보리차 등을 선보인 차류 브랜드 '순작'의 경우 약 27억원의 매출액에 영업손실액은 약 4억원이었다.

샘표식품이 공을 들이고 있는 안주류 질러 역시 매출액 27억원인 반면, 영업손실이 10억원을 넘겨 실속없는 장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 전 발암물질 검출논란으로 곤욕을 치뤘던 폰타나 해바라기씨유 등 오일류는 7억4천여만원의 매출액에 영업손실이 약 3억원이었고, 폰타나 드레싱류도 약 5억원의 매출액에 1억4천여만원이 영업손실이다. 아이폰 열풍으로 이슈가 됐던 깻잎 통조림 등도 매출은 66억원 이상을 올렸지만, 영업손실이 2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업마케팅비 과다지출..투자자들 구조조정 필요성 제기

샘표식품의 실적이 이처럼 악화된 것은 식품시장이 전체적으로 포화에 이른 상태에서 성장성이 별로 없는 품목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탓으로 풀이된다.

이미 CJ나 대상, 오뚜기 같은 식품 대기업들이 장악한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단기간에 매출을 늘리려다 보니 마케팅 비용을 과도하게 지출할 수밖에 없고, 그에 비해 매출은 별로 늘지 않아 '적자'의 늪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품목별 영업/마케팅비용을 보면 연두의 경우 매출의 136%에 달하는 12억1천만원을 지출했고, 흑초 '백년동안'은 이 배율이 72.1%, 쌈장은 79.3%에 달했다. 이밖에 폰타나 오일의 매출액 대비 영업/마케팅 지출비율은 56.1%, 폰타나 드레싱과 수프는 각각 46.7%와 45.5%를 기록했다.

간장의 영업/마케팅 지출비율이 24.4%에 그친 반면, 나머지 품목은 그 비율이 30~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신규 사업에 대한 과도한 비용지출이 실적 악화의 주원인임을 알 수 있다.

샘표식품의 실적이 곤두박질을 침에 따라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구조조정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샘표식품 지분을 다수 보유한 해외투자자와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부실의 원인인 신규 사업을 정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샘표식품 구조조정과 관련해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구체적인 검토가 이뤄지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1차적으로 주력 사업과의 연계성이 적고 전망이 어두운 질러, 폰타나 같은 이질적인 브랜드와 통조림 사업을 정리해야 하며, 그 다음으로는 국수 등의 사업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장기적으로 고추장과 차, 소금 등도 정리해 주력 사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3대 경영' 한계에 왔나?

샘표식품은 올해로 창립 64주년을 맞았다. 창업주 고 박규회 사장에 이어 박승복 명예회장, 박진선 사장까지 3대에 걸쳐 경영권을 이어왔다.

문제는 실적부진과 함께 박진선 사장의 경영능력이 도마에 오르면서 자칫 경영권 분쟁이 재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는 점이다.

증권가에서 나돌고 있는 구조조정 요구가 현실화될 경우 박 사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적잖은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실적저하로 인한 주가 하락은  박 사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고민거리다.

한 때 2만원대를 달렸던 샘표식품은 1일 현재 1만8천원대를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 8월27일에는 1만7천원대로 뚝 떨어졌다. 간신히 1만8천원대로 회복되기 했지만, 이마저도 언제든 1만7천원대 밑으로 떨어질 확률이 높다.

게다가 샘표식품이 그나마 실적을 내고 있는 간장 시장의 상황도 낙관할 수만은 없다. 대형 식품기업인 대상의 추격이 점차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샘표식품의 간장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상반기 49.6%에서 올해 48.8%로 하락한 반면, 대상은 지난해 20.6%에서 올해 23.1%로 높아졌다. 자칫 실적 부진이 주력 품목으로 확산될 여지도 안고 있다는 이야기다.

샘표식품은 과거에도 경영권 분쟁으로 홍역을 앓은 바 있어 최근 실적부진을 내부적으로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샘표식품은 2006년 한 차례 경영권분쟁 논란에 휩싸였고, 실적저하가 문제가 될 때마다 경영권분쟁 우려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2대 주주인 마르스제1호사모투자전문회사(마르스1호)가 박승복 명예회장의 이복동생 쪽과 줄이 닿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박 사장을 더욱 불편하게 하고 있다.

마르스1호는 2006년 박 회장의 이복동생 측으로부터 샘표식품 지분 24.1%(107만2065주)를 사들였다. 이후 샘표식품 지분을 늘려 최대주주인 박진선 사장과 특수관계인 지분 33.86%와 지분률 차이가 약 4%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실적부진에 따른 구조조정 논란이 자칫 박 사장 책임론으로 이어질 경우 또 한 번 경영권 분쟁이 촉발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