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면家의 피보다 진한 '막걸리 전쟁'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최현숙 편집인]추석이면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모여 화기애애 이야기 꽃을 피운다.
친지들 근황도 알리고 개인신상의 고민도 의논한다. 가족들 모임인 만큼 어느 자리에서보다 가식없이 허심탄회한 얘기가 오갈 수있다.
요즘 역동적인 막걸리 시장을 보며 갑자기 이번 추석에 모이는 배상면가에서는 무슨 얘기들이 오갈까 궁금해졌다.
배상면 회장은 전통주 명인으로 불리는 국순당 창업주다.
이번 추석 배상면가에 모일 직계 가족은 모두 3남매. 위로부터 배중호 국순당 사장과 배혜정 '배혜정누룩도가' 사장, 배영호 배상면주가 사장이다.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모두 술 시장에서 성공한 CEO 들이다.
과연 이들 3남매의 조우는 화기애애할까? 아니면 불편해할까? 그것도 아니면 아예 서로 외면할까?
이런 분위기가 갑자기 궁금해진 건 막걸리 때문이다. 3남매가 막걸리 시장에서 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이들 3형제는 전통주 시장에 몸 담고 있었지만 서로 다른 길을 갔다.
국순당은 약주(백세주)를 주로 했고 배상면 주가는 전통주(산사춘)를, 배혜정누룩도가는 막걸리(부자)를 주력으로 해 사이좋게 틈새 전통주 시장을 일궈나갔다.
아마 이때만 해도 3남매간 분위기는 허물없고 화기애애했을 것이라 상상해볼 수있다.
문제는 작년부터 막걸리 시장이 불붙으면서 3형제가 모두 이시장에 올인, 갑자기 라이벌이 된 데 있다.
국순당과 배상면주가는 지난해 나란히 막걸리를 내놓고 시장에서 맞불을 놓고 있다.
그러나 실상 이 집안에서 막걸리 시장은 개척해온 선구자는 둘째인 배혜정 사장이다.
막걸리를 그저 농주로 여겼을 뿐 아무도 쳐다보지 않던 지난 2001년부터 이미 배혜정 사장은 막걸리의 세계화를 기치로 고급 막걸리를 내놓고 분주히 뛰어다녔다.
필자도 배혜정 사장이 막걸리 개발을 막 끝내고 판매를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닐 무렵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막걸리에 대한 뜨거운 열정은 묻어났지만 지지부진한 판매 때문에 좀 지쳐 있는 듯 보였다.
그렇게 10년의 각고를 다졌지만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막걸리 붐 속에서 오히려 빛을 보는 건 본인보다 첫째 오빠와 셋째 동생이다.
국순당과 배상면주가는 작년 나란히 막걸리를 내놓고 올들어서는 우리쌀 막걸리를 선보여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오히려 국순당과 배상면주가는 제품의 기술과 출시 시기등을 놓고 가벼운 신경전마저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 줄기에서 유래했지만 라이벌은 어쩔 수 없는 라이벌인 셈이다.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라이벌인 만큼 모여서 기술개발이나 실적, 앞으로의 전략등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있을까?
아니면 뜨거운 감자인 술 이야긴 접어두고 다른 화제로 화기애애할까?
특히 추석은 다른 어느때보다 전통주가 날개를 다는 시기.
미묘한 삼각구도 속에서 이들 3남매가 추석 상전을 끝내고 한자리에 모이면 어떤 분위기일까 갑자기 궁금해진 이유다.
세상에 참 할 일 없이..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 집안 얘깃거리를 궁금해 한다고 핀잔을 받아도 마땅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