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저축률 급락은 저출산.국민연금 탓"

2010-09-05     임민희 기자
우리나라의 급격한 저축률 하락은 저출산과 국민연금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한국 가계저축 너무 적은가'란 보고서에 따르면 저출산과 국민연금 도입, 퇴직시스템 변화 등 구조적 요인이 우리나라의 가계저축률을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됐다.

IMF는 20개국을 대상으로 가계저축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회귀분석한 결과 "한국의 가계저축률 하락은 경기순환에 따른 것이 아니라 한국만의 독특한 구조적 요인 때문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IMF는 한국이 1990년대말 외환위기 이후 두드러진 저출산·고령화와 퇴직시스템의 변화가 가계저축률 하락의 핵심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IMF는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부양해야 하는 유소년(0~14세)의 비율인 유소년부양비가 감소하면 부모가 저축할 동기가 약해지는데 한국은 유소년부양비가 OECD 평균보다 훨씬 빠른 속도록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의 노년부양비(65세이상 인구/15~64세 인구)는 아직 OECD 평균보다 낮지만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가계저축률은 앞으로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IMF는 또 한국의 국민연금은 OECD 회원국 중 소득대체율(퇴직 전 평균임금 대비 연금수급액 비중)과 본인부담 보험료율이 가장 낮지만 1988년에 도입하면서 그동안 개인저축에 의존했던 가계들의 저축할 동기가 줄었다고 분석했다.

IMF는 퇴직 연령이 낮아진 퇴직시스템의 변화와 기대수명의 증가에 따라 퇴직자들이 구직에 나선 것도 가계저축률을 낮췄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의 퇴직자 대부분이 퇴직금을 '구멍가게'를 차리는 밑천으로 쓰거나 저임금의 비정규직이 되면서 노년층 대출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IMF는 설명했다.

이밖에 IMF는 외환위기 이후 저금리 환경과 은행의 가계대출 경쟁, 신용카드 남발 등 금융 측면과 교역조건 악화에 따른 실질가계소득 증가의 둔화 역시 가계저축률 하락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IMF는 이민과 출산·육아에 대한 정책개선과 함께 노인빈곤층을 줄이기 위한 국민연금 제도개선, 고령 노동자의 정규직 고용을 늘리는 노동시장 정책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반면 IMF는 경기적 요소는 오히려 한국의 가계저축률을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위기 이후의 규제강화 추세가 가계대출 증가세를 둔화하며 가계의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아서 금리 정상화 속도에 따라 디레버리징 속도가 빨라질 수도 있다고 봤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2008년 개인순저축률은 2.6%로 독일(11.2%), 프랑스(11.6%), 일본(3.8%), 미국(2.7%) 등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개인순저축률은 1998년 23%를 정점으로 내리막을 타면서 2000년에 처음으로 한자릿수(8.6%)가 되고서 2002년에는 0.4%까지 급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