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장사 안 되면 화장품?"..너도 나도 '코스메슈티컬'

2010-09-07     정기수 기자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기수 기자] 리베이트 파동 등으로 위축된 제약업계가 의약품과 화장품의 경계에 있는 ‘코스메슈티컬’ 제품을 통해 새로운 시장개척에 나서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관련 시장의 성장을 고려해 제약산업의 새로운 매출 상승을 가져 올 동력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저가구매인센티브)가 11월 시행되면 영업실적이 크게 악화될 것에 부담을 느낀 제약사들이 매출 확보를 위해 화장품 사업에 무분별하게 뛰어들고 있다는 질책도 나오고 있다.

"제약사니까 믿으셔"..주요 업체 진출 잇따라 

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이란 화장품을 뜻하는 코스메틱(cosmetic)과 의약품을 의미하는 파마슈티컬(Pharmaceutical)의 합성어로, 의약적으로 검증된 성분이 함유된 고기능성 화장품을 일컫는다.

최근 제약업계에 따르면, 각 제약사들은 약을 만드는 회사의 화장품이기 때문에 의약적으로 검증된 성분이 함유된 만큼 더 뛰어난 ‘치료 효과’로 질환을 개선할 수 있다는 인식을 앞세워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이지함, 차앤박, 고운세상 등 피부과 전문의들이 만든 소위 ‘닥터 브랜드 화장품’이 시장에서 주류를 이뤘지만, 의약품 성분을 화장품에 접목한 제약회사의 코스메슈티컬은 기능이나 성분에 대해 다양한 임상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 효능과 안전성이 뛰어나다는 것이 제약사들의 주장이다.


주요 업체별 현황을 보면 지난 2003년 유한양행이 ‘아벤느’란 수입 브랜드를 출시하며 제약업계 최초로 코스메슈티컬 시장에 진출한데 이어 2006년 보령제약(노화방지화장품)과 2008년 영진약품(코엔자임 Q10)이 각각 치료용 화장품을 선보인 바 있다.

지난해에는 대웅제약이 국내 유일의 EGF(상피세포성장인자)함유 기능성 화장품의 기준 및 시험방법에 대한 품질 검사 위탁 지정기관임을 내세워 ‘이지듀 리페어 컨트롤’을 시장에 출시했으며, LG생명과학도 아토피성 피부염을 포함한 트러블 성 피부개선 제품인 ‘아토베롤’을 출시해 관련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들어서는 태평양제약의 ‘화이트프로젝트 에센스’, 동성제약의 ‘봉독화장품’, 중외신약의 ‘쿠릴스’ 등의 제품이 잇달아 출시되며 본격적인 마케팅활동에 돌입하고 있다.

매출에 급급하다 신약 '뒷전'될라

현재 코스메슈티컬 시장 규모는 약 1,200억 원 규모로 매년 15% 이상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또 최근 피부·성형외과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그에 따른 니즈(needs)도 세분화되면서 의약품이 아닌 다른 치료 영역에도 관심이 증가하는 추세다. 따라서 코스메슈티컬 시장의 성장 전망도 밝다.

이에 따라 판매망 또한 의원과 약국에서 주로 유통되던 데서 탈피해, 자체 온라인쇼핑몰이나 일반 화장품점, 슈퍼마켓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A 제약회사 관계자는 “현재 코스메슈티컬 분야는 아직 규모가 미약하지만 잠재수요가 매우 큰 시장이다”며 “제약 기술의 집약된 노하우를 화장품에 쏟아 기존 기능성화장품과의 확연한 제품차별화가 실현될 경우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으며, 향후 제약산업에 있어서 새로운 하나의 영역으로 자리잡아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제약사의 코스메슈티컬 시장 진출은 최근 급변하는 의약산업의 환경에 따른 제약사들의 발빠른 변신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제약사들이 본연의 업인 신약 개발을 등한시 하고 돈벌이에만 매달리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약업계의 코스메슈티컬 시장 진출은 현재의 어려운 제약산업 환경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며 “제약회사 제품이기 때문에 치료효과가 높을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기대와 기존에 구축해 둔 병·의원 네트워크와 제품들 사이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매출 상승이 기대되기는 하지만, 결국 제약사 고유의 목적인 R&D를 통한 신약개발을 뒷전으로 하고 이처럼 당장의 매출 확보를 위해 곁눈질에만 심취한다면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