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친서민'정책에 콧방귀 뀌는 두 재벌

2010-09-07     뉴스관리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최현숙 주필]지난 2001년 6월30일 헌법재판소는 역사적인 판결을 하나 내렸다. 백화점의 셔틀버스 운행 금지가 합헌이라는 판결이었다.

 

이로써 10여년동안 사회적 논쟁을 벌이며 시끄러웠던 백화점 셔틀버스 운행은 영원히 종지부를 찍게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사소한’문제까지 헌법재판소가 나서야 했나 좀 의아스럽지만 당시에는 워낙 절박한 문제였다.

 

유통업게의 최대 이권이면서 사회적 논쟁이 가장 뜨거웠던 이슈가 바로 백화점 셔틀버스 문제 였다.

 

당시 백화점들은 셔틀버스를 50~60대씩 보유했다. 서울 시내 골목길 모퉁이 모퉁이, 주택가 구석구석 백화점 셔틀버스가 다니지 않는 곳이 없었다. 뭔가 쇼핑을 해야

하는 수요가 있는 고객은 이 셔틀버스가 싹쓸이 실어 날랐다.

 

시원하고 서비스 좋고 집앞까지 모시러 오고 모셔다 주는 공짜버스를 마다할 고객이 없었다.

 

감자 한톨도 백화점으로 사러 갔다. 한참을 걸어가야 하고 카트도 없이 손에 바리바리 무겁게 들고 다녀야 하는 재래시장이나 구멍가게를 굳이 찾아갈 주부들이 없었다.

 

주부뿐아니었다. 퇴근길 직장인들은 지하철역에서 내려 셔틀버스를 타고 집으로 갔다.

 

마을버스 요금은 500원. 시설좋고 친절한 셔틀버스는 공짜였다.

 

그러나 동네 구멍가게와 재래시장 상인들은 피가 끓었다.

 

내 집 앞 고객이 어느날 싹 등을 돌리고 에어컨 시원하게 켜진 백화점 셔틀버스에 올라 타는 모습을 매일같이 봐야 하는 상황을 짐작할 만하다.

 

그뿐이랴. 마을 버스 업체도 고사 직전에 몰렸다. 더 시설 좋은 버스가 공짜인 바에 손님이 있을 수없었다.

 

중소상인들과 운수업체들은 백화점 셔틀버스를 중지시켜 달라고 매일 밤낮을 절규했다.

 

10여년의 거친 갑론을박 끝에 2001년 헌법재판소가 마침내 운행 종결을 선언하고 나서야 이 문제는 매듭을 지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문제가 갈수록 시끄럽다. 엉키고 설켜 있는 SSM문제를 보면서 갑자기 잊어 버렸던 10년전 백화점 셔틀버스 사건을 떠올렸다.

 

두 사안은 너무 닮아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유통업체들이 중소 상인의 목을 죄고 있는 사안인데다 사회적인 논쟁에도 불구하고 이들 대기업의 탐욕으로 밑도 끝도 없이 소모적인 논쟁만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당시 중소상인의 반발이 거세지자 백화점들은 버스 운행을 잠시 접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문화센터 버스라는 이름으로 편법 운행을 재개했었다.

 

SSM 문제도 중소상인의 반발이 거세지자 직영점을 가맹점으로 편법 개점하는 점에서 백화점 셔틀버스와 그대로 판박이다.

 

인천시가 6일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의 SSM 2곳에대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사업 일시정지 권고를 내렸다고 한다.

 

주변 중소상인과 지방자치체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려 직영점을 가맹사업장으로 위장하지 않았나 조사하기 위해서란다.

 

몇 년동안 SSM문제가 들끓고 있지만 대기업들은 눈하나 깜짝 안한다.

 

올해들어서만 120개의 SSM이 문을 열어 누적 매장수가 600개에 달했다는 집계다.

 

그중 대기업 재벌 그룹인 롯데가 가장 열성적이다.

 

사회적 반발에도 아랑곳없이 올들어서만 40개가 넘은 점포를 오픈, 총 매장수 231개로 굳건히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친서민’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녀도 마이동풍이다.

 

이명박 정부들어 제2 롯데월드라는 가장 큰 선물 보따리를 거머쥐고도 구멍가게 잔돈푼이라도 그냥 버려두기 아까운 롯데그룹의 근성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외국계인 홈플러스도 38개를 열며 롯데를 바짝 따라 붙고 있다. 롯데그룹 신동빈 부회장과 홈플러스 이승한 회장의 구멍가게 집념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에 반해 이마트는 겨우 4개를 추가하는데 그쳤다. 매장수가 15개로 롯데의 10분의 1도 안된다.

 

이마트의 사회적 책임감을 엿볼 수있는 대목이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아예 눈을 다국적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온라인 유통으로 돌리고 있다. 온라인에서도 G마켓을 넘어서는 '걸작'이 탄생할 지 기대를 끌고 있다.

 

고사성어에 갈불음도천수(渴不飮盜泉水)라는 말이 있다.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여행하던중 승모(勝母)라는 마을을 지나게 됐다. 피곤한 제자들이 마을에 묵어가자고 했으나 공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을 이름이 어머니를 이긴다는 뜻이어서 자식된 도리로 그런 마을에 몸을 뉘일수없다고 했다.

 

며칠뒤 공자와 제자들이 다시 여행중 목이 말라 있는데 때마침 도천(盜泉.도둑의 샘물)이란 샘을 발견했다.

 

제자들이 물을 마시려 했으나 공자는 다시 제지하며 “아무리 목이 말라도 도둑의 샘물을 마실 수없다”고 했다.

 

즉 아무리 어려운 처지에 있더라도 의롭지 못한 일은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롯데와 홈플러스가 그렇게 어려운 처지에 있는지도 의문이다.

 

SSM문제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률안이 어떻게 처리되느냐에 달려 있다.

 

백화점 셔틀버스 문제가 결국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막을 내렸듯 SSM문제도 법적인 해결만이 남은 길인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