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서 '맹장염' 방치해 복막염됐다"

2010-09-17     윤주애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맹장수술이 의심되는 환자를 방치해 복막염으로 번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환자 보호자 측은 의료진의 오진을 주장하고 있으나, 병원에서는 진단이 지연된 것일뿐 '오진'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경기도 남양주의 노 모(여.31세) 씨는 지난 8월25일 아이가 갑작스런 복통을 호소해 동네 소아과를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맹장염(충수돌기염)이 의심돼 큰 병원에 가보라는 것이었다.

노 씨는 집에서 가까운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외래를 통해 진료의뢰서를 접수하고 문진, 촉진, 소변 및 혈액, 초음파 등의 검사를 한 결과, 맹장염은 아니지만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으니 입원해 상태를 지켜보자고 했다.

노 씨는 올해 7살짜리 아들이 밤새 고열에 시달리고 오한과 탈수증상을 보이자 주치의를 찾았고, 한참 뒤에 찾아온 주치의는 장염이 의심된다는 말을 했다. 열이 났을 뿐 설사 등을 하지 않았기에 장염은 생각하지도 않았던 노 씨는 아침이 돼서야 CT촬영 후 '이미 맹장이 터져 복막염이 된 상태'라는 말을 들었다.

노 씨에 따르면 남편이 주치의에게 오진이 아니냐고 물었지만 '밖에서 터진 것을 어덯게 알겠냐'는 무책임한 답변만 들었다고. 또 일단 진료비를 정산하고 소송을 하던지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고, 병원장 면담도 거부당했다고 한다.

노 씨는 "내원 첫날 CT촬영을 했더라면 맹장이 터져 복막염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동네 소아과에서 단박에 맹장염을 알아챘는데 대학병원에서 장염으로 오진을 하는 바람에 방치한 것이 아니냐"고 분노했다.

이에 대해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측은 '오진'이 아니라 '지연진단'이라고 노 씨의 주장을 일축했다. 맹장염의 경우 환자마다 증상이 제각각인데 담당 집도의가 이미 복막염인 상태였다고 진단했다는 것.

병원 관계자는 "담당 집도의가 환자 보호자에게 수술을 전제로 했던 상황이었음을 충분히 설명했지만 이를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인 것 같다"며 "처음부터 복막염인 상태였기 때문에 지연진단으로 보고 있는데, 관건은 지연진단으로 피해가 확대됐느냐에 있을 것 같다"고 반박했다.

노 씨의 아들을 진료했던 담당 교수는 "맹장염이라면 배 오른쪽 부분에 통증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으로 판단, 환자의 상태를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며 "만약 오진을 했더라도 '맹장염'의 진단이 쉽지 않아 어느정도 오진을 허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타 대학병원 외과 전문의들은 노 씨의 아들의 사례에 대해 '오진'이라기 보다는 환자와 의료진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부재를 꼽았다.

맹장염의 수술시기는 환자의 상태와 병원의 수술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되는 일이라는 것. 특히 노 씨의 아들에 대한 초음파 검사결과 임파선이 부어있는 상태였고 맹장염이 의심되지 않았지만, 그날 밤 사이에 맹장염이 생기고 천공이 발생해 복막염이 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외과 전문의는 "7~8세 소아 환자의 맹장염은 진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성인과 달리 급속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이미 복막염으로 진행된 케이스가 많다"며 "첫날 초음파 사진과 다음날 오전에 촬영한 CT 사진을 봤을 때 밤 사이에 맹장염이 생기고 터진 것 같다"고 추정했다.

또 다른 외과 전문의도 "실제로 맹장염이 언제 터졌는지 알 수 없으며, 복막염으로 진행됐더라도 안정적인 농양은 6~12시간 안으로 수술해도 된다"면서 "복막염으로 진행됐을 경우 일단 항생제를 사용해 염증이 더 퍼지지 않도록 하고 수술에 들어간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노 씨는 "분명히 입원한 밤 사이에 40도를 오르락내리락 고열에 시달렸는데도 병원 측에서는 무심하게 대응했다. 다음날 아침에야 CT를 찍고 복막염이라며 부랴부랴 수술해야 한다고 동의서에 사인하라고 했는데, 사전에 충분히 설명이 이뤄지지 않았던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