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 사람들②]하나금융, 경영권 다툼은 먼나라 얘기
최근 신한금융지주(회장 라응찬)에서 ‘같은 그룹내 은행장(이백순)이 지주회사 사장(신상훈)을 고소’하는 전대 미문의 사건이 일어나면서 신한금융그룹의 경영구도 개편문제가 금융계 빅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신한지주의 차기 후계구도와도 관련된 것이어서 향후 경영진 재편 구도에 경제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또한 이번 신한지주 분쟁 사태는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는 다른 금융그룹의 향후 경영구도 개편에도 중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본지는 신한지주를 필두로 국내 5대 금융지주사를 이끌어가는 그룹 내 핵심인물과 후계구도 등을 시리즈를 통해 짚어본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컨슈머파이낸스=송정훈 기자]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한국 금융그룹 수장의 '양대산맥'을 형성해 온 김승유 회장이 이끄는 하나금융지주는 인수.합병(M&A)를 통한 대형화라는 단일 목표아래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신한지주가 극심한 내분을 겪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13년째 그룹을 이끌고 있는 김 회장은 우리금융지주 인수 추진을 비롯, 사세확장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또한 지금보다 그룹의 덩치를 한단계 더 키우고 난 뒤에나 '포스트 김승유'라는 후계구도가 논의될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MB 측근 김승유 회장, M&A에 올인
점포 2개와 직원 350명으로 1991년 설립된 하나은행을 오늘날의 4대 금융그룹으로 키운 주역은 바로 김승유 회장이다.
김 회장은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명박 대통령과는 고려대 동기동창으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가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자리를 맡고 있는 것도 이런 이대통령과의 각별한 인연에서 비롯됐다.
1971년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한 김 회장은 한국투금 부사장과 하나은행 상무를 거쳐 1997년 하나은행장에 오른 이후 13년째 그룹을 이끌고 있다. 한창 때 김 회장은 새벽 1~2시에도 결재를 할 정도로 일에 푹 빠져 살았을 만큼 열정파다.
외적으로 풍겨지는 온화한 미소와 달리 냉철한 리더십은 김 회장에게 '철두철미' '엘리트'라는 수식어를 붙게 했다.
김 회장은 발 빠른 해외시장 개척자이기도 하다. 중국내 유일한 한일합자사인 청도국제은행을 2003년 인수하면서 중국진출 교두보를 확보하기도 했다.
그 결과 4개 자회사로 출발한 하나금융지주는 성장을 거듭한 끝에 올 6월말 현재 총자산 196조원에, 국내 금융그룹 순위 4위에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또 은행, 카드, 증권, 생명보험 등 8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견고한 금융그룹으로 거듭났다.
김 회장의 단일체제와 관련해선 적어도 향후 2∼3년간은 아무런 잡음없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우선 김 회장은 현정부 말기까지는 안정된 지위에서 그룹 대형화를 지휘할 수 있는 정치,경제적인 기반을 갖추고 있다. 또 외국계 지분을 잘 관리해 그들로부터 절대적인 신임을 받아 온 것도 그의 '장수 비결'로 꼽히고 있다.
다만 자산규모가 310조원에 달하는 우리금융지주 인수전의 성공여부가 그의 향후 경영가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은 M&A의 귀재로 통한다. LG카드 인수전에서 신한금융에 패하긴 했지만 과거 보람은행, 충청은행, 서울은행 등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오늘날의 하나은행을 만들어 냈다.
김 회장은 언젠가부터 자신의 용퇴문제에 대해서도 구상을 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은평자사고 설립등을 통해 노후에는 교육사업에 몸담으면서 사회에 기여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는 게 금융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리고 이런 김회장의 노후 전략은 대형화를 성사시킨후 서서히 진행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3김' 지휘라인...김종열, 김정태 좌우서 김회장 보좌
상황이 이렇다보니 하나지주에서 아직 김 회장의 뒤를 이을 2인자대열에 오른 사람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윤교중 전 하나금융지주 사장은 김회장 다음으로 고참이지만 이미 고문으로 일선에서 비켜나 있고 나이도 김회장과 1살 차이밖에 나지 않아 후계자가 될 가능성은 낮은 실정이다.
따라서 현재로선 여러 계열의 경영자들이 김 회장을 적재적소에서 보필하면서 그룹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과 김정태 하나은행장이다.
김 사장은 그룹 전체의 전략.재무기획.인사관리.IT.업무지원 등을 담당하는 총괄그룹센터장을 맡는 등 그룹의 사실상 넘버투맨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부산고와 서울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한 김 사장은 1978년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했다. 그 후 하나은행 인사부장, 경영전략 본부장 등을 거쳐 2005년부터 3년간 은행장을 역임했다.
김 사장은 사실상 2인자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내색하지 않으면서 조용히 그룹 경영에 일조하고 있다. 그는 김 회장과 함께 그룹 대형화라는 현안 해결에 매진하고 있다.
김정태 행장은 그룹 내 개인금융부문 부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개인금융·신용카드·PB, 하나캐피탈, 하나HSBC생명, 하나UBS자산운용 등을 총괄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 것.
'승유-김종열-김정태' 이어지는 소위 '3김' 지휘체제는 이렇게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김행장은 신한은행 출신으로 하나은행장에 깜짝 발탁되며 능력있는 '외부기용 인재'로 평가받고 있다.
부산에서 태어나 경남고와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김 행장은 서울은행과 신한은행을 거쳐 1992년 하나은행에 입사해 부행장,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하나대투증권 사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포스트 김승유' 아직 없다...대형화 이후에나 후계문제 부상할 듯
김 회장과 이들 '양김'간의 일사불란한 코드가 그룹을 잡음없이 이끌어 가는 원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종열 사장과 김정태 행장 외에 다른 계열사 사장들도 각자의 분야에서 그룹의 균형발전에 일조하고 있다.
그룹의 기업금융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임창섭 부회장은 하나은행의 기업금융·트레이딩, 하나IB증권, 하나대투증권 기업금융본부 등을 지휘하고 있다.
임 부회장은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마산고와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0년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했다. 이어 하나은행 기업고객사업본부 대표, 부행장, 하나증권 사장 등을 두루 거쳤다.
하나대투증권의 '투보스'는 그룹내 증권업 발전에 쌍두마차 역할을 하고 있다. 김지완 하나대투증권 사장(자산관리.리테일)은 그룹 내 자산관리부문 부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하나대투증권의 웰스매니지먼트·법인영업·연금신탁 등 하나금융그룹 내 자산관리 사업부를 총괄적으로 지휘한다.
김 사장은 부산 출생으로 부산상고와 부산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세무대학원을 마친 석사출신 CEO다. 부국증권과 현대증권 사장을 거친 김 사장은 그룹내 대표적인 외부영입 인사로 꼽힌다.
장승철 하나대투증권 사장(기업.투자금융)역시 외부영입파에 속하지만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김 회장의 신임이 두텁다. 장 사장은 현대산업개발 출신으로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 IB본부장을 거친 증권전문가다.
이외에 이강태 하나SK카드 사장은 전북 전주 출생으로 전주고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의 친동생이다.
이 사장은 LG유통 정보서비스담당 상무, IBM 유통영업실장, 삼성테스코 부사장 등을 거친 유통전문 인사다. 이같이 다양한 잠룡들이 각자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하나금융지주의 후계를 논의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인 게 사실이다.
김증유 회장은 현재 이들과 그룹의 위상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해 몸집 불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회장의 바람대로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간 합병이 성사된다면 총 자산규모 400조원, 점포 수 1천600여개, 직원 수 2만9천200여명으로 국내 선두 금융그룹으로 획기적인 도약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총자산규모 196조원의 하나금융지주가 310조원의 우리금융지주를 인수하기엔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은 게 국내 금융계의 현실이다. 우리 금융이 하나지주와의 통합을 원치 않는데다 인수 재원마련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또 우리금융 인수가 여의치 않을 경우 외환은행 등 다른 금융그룹과의 M&A 추진 가능성도 있어 앞으로 국내 금융산업 판도변화의 한중심에는 '하나금융이 우뚝 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향후 금융대형화를 향한 각 금융그룹의 치열한 인수전이 예상되기 때문에 김 회장을 필두로, 하나금융지주 경영진은 일사분란한 대응체제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금융이 다른 대형 금융그룹 인수에 성공할 경우 그룹의 경영구도에 상당한 화학적 변화가 일어날 수 도 있어 하나은행의 후계구도는 대형화 이후 본격적으로 노출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것이 신한과 하나금융이 다른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