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인수경쟁, 최후의 승자는?
2010-09-09 임민희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컨슈머파이낸스=임민희 기자] 정부의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프로그램이 본격 가동되면서 금융권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금융권에 또한차례 판도변화의 회오리가 불것으로 예견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8일 우리금융 매각을 위한 주간사선정까지 마친 상태다. 특히 자산규모 331조원의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우리금융지주는 이번 민영화추진 과정에서 독자적인 민영화에 성공하느냐 아니면 타지주사에 인수되고 말 것인지가 결정되는 절체절명의 갈림길에 서있다.
그 회오리바람의 중심에 서 있는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인수.합병(M&A) 유력 후보군인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적극 견제하는 한편, 자사주 매입과 국민주 방식 등을 통해 독자경영의 발판을 마련해 '민영화 위기(?)'를 정면돌파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팔성 회장, '승부사' 기질로 업계 1위 고수
이 회장은 경남 하동 출생으로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고대 후배라는 점에서 현 정부의 신임이 두텁다.
그는 1967년 한일은행에 입행해 영업부 부부장, 남대문 지점장 등 영업 현장전반에서 경험을 쌓은 후 한빛증권 사장, 우리증권 사장, PCA투자신탁운용 사외이사 등을 거쳐 2008년 6월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선임됐다.
이 회장은 취임 직후 리만브라더스 파산 등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되자 '국제금융위기 태스크포스팀(TFT)', '최고경영자(CEO) 비상대책회의' 등을 가동하고 계열사 임원 급여 반납, 예산 삭감 등 고강도 긴축경영을 실시해 그룹을 정상화 궤도에 올려놓았다.
특히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시절에 발생했던 부채담보부증권(CDO),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파생상품 손실 등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이 회장은 특유의 리더십으로 위기를 돌파하면서 금융권에 승부사 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
이를 반영하듯 우리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008년 대비 5천715억원(126%) 증가한 1조 260억원을 기록했으며 우리은행 역시 당기순이익 9천538억원을 기록하며 당당히 은행권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 회장은 이 여세를 몰아 올해 '원두(OneDo) 경영'이란 혁신브랜드를 선포하고 수익중심의 내실경영과 비은행부문의 지속적 강화, 그룹 시너지창출 극대화 등 그룹의 10년 청사진을 밝히며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정부가 약속한 '우리금융 민영화'시점이 도래하면서 이 회장은 또 한차례 숙명적인 과제를 해결해 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른바 타 지주사에 먹히기 전에 독자적인 민영화를 이뤄내는 일이 그것이다.
민영화 주도권 경쟁 ‘사활’ 속내는?
이팔성 회장은 정부의 '우리금융 민영화' 움직임이 가시화되던 올해 초부터 민영화와 금융산업 재편 과정에서 우리금융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을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하나금융과 KB금융 등 유력 인수세력과의 M&A 주도권 경쟁에서 밀릴 경우 자칫 우리금융의 존립에 위협이 되는 것은 물론 자신의 롱런가도에도 적신호가 켜질수 있기 때문이다.
이팔성 회장은 현 정권과의 친분 등으로 여전히 그룹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우리금융 민영화'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그룹의 앞날을 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M&A 경쟁지주사인 김승유 하나지주 회장 및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과는 고대 동창으로 그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자 만만치 않은 맨파워를 보유하고 있어 이 회장의 독자적인 민영화 행보는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지주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는 하나금융과는 간단치 않은 힘겨루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회장은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하나금융에 휘둘리지 않고 자사주 매입 등 주도적인 민영화를 통해 독자경영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분매각 방식 중 '국민주' 방식을 민영화 카드로 선택, KT와 포스코 등 몇몇 공기업에 우리금융의 지분 일부를 매입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이 우리 금융 지분 5%를 인수할 경우 과점주주를 형성해 정부 간섭 없이도 독자경영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이 회장의 판단이다.
이와 동시에 이 회장은 우리금융 M&A에 뜻이 있는 다른 세력을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최근 3조원가량의 인수자금을 모았다고 주장하는 금융계의 K씨 등과도 자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불어 이 회장은 지난 2008년 9월 30일 처음 우리금융 자사주를 취득한 이후 올해 8월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3만5000주를 매입하는 등 자사주 매입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이는 어떻게든 하나지주에 만큼은 인수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비춰지고 있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간 대등합병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했던 시장에서도 하나금융의 자금력 여부와 우리금융 내부 반발 등을 감안할 때 하나금융의 우리금융 인수전망을 예측하기는 아직 시기상조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승유 회장과 달리 이팔성 회장의 경우 내년 상반기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어 연임여부가 양 지주사간 힘겨루기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 회장의 경우 지금까지 연임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이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사실상 두고봐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 회장이 조기 독자 민영화에 사활을 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종휘, 황성호 등 든든한 원군들의 활약도 변수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이팔성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 내 2인자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행장은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사대부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 행장은 1970년 옛 한일은행에 입행해 돈암동지점장, 여의도중앙지점장, 포스코센터지점장 등 영업현장을 두루 거친 영업맨으로 현장경영과 소통을 즐기는 행장으로 손꼽히고 있다.
2008년 6월 은행장에 취임한 이 행장은 취임한지 불과 3개월 만에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지만 서울, 경기, 부산 등 전국 영업본부를 직접 순회하며 직원들과 금융위기 상황을 공유하고 극복방안 설명에 나서는 등 특유의 정공법으로 2년 만에 위기를 탈출했다.
올해는 순이익 1조원 달성을 목표로 기업, 카드, 투자금융(IB) 등 내실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인도네시아와 중국 법인 지점 확대 등 해외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행장은 이팔성 회장을 도와 그룹발전을 위한 견인차 역할을 해왔지만 연임은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는 이순우 우리은행 수석부행장과 송기진 광주은행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도 우리금융그룹의 '간판스타' 중 한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증권시장에선 이팔성 회장이 황성호 사장을 영입한 것은 그 자체가 큰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만큼 황사장은 증권사 경영에서 뛰어난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황 사장은 경북 경주에서 태어나 경희고와 고려대(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황 사장은 증권분야에서 베테랑으로 정평이 나있으며 우리금융그룹의 사세확장에 큰 공을 세운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을 증권업계 선두권으로 끌어올림으로써 우리금융 매각시 그룹 주가를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이팔성-이종휘-황성호 3인방을 주축으로 국내 정상의 금융그룹으로 성장한 우리금융지주가 연내에 숨막히게 추진될 민영화 과정에서 어떤 모습으로 재탄생할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