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어윤대식 소통경영'으로 리딩뱅크 도약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컨슈머파이낸스=임민희 기자]지난 14일, 인천광역시 중구에 있는 신포시장에 말끔한 정장차림을 한 신사가 나타났다. 그는 상인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그간 애로사항과 현장목소리를 청취하는데 여념이 없다.
이 신사의 정체는 바로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그는 미소금융에 소외됐던 계층과 상인들이 적시에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잦은 물가인상과 경기악화로 시장을 찾는 손님마저 줄어 한숨만 짓던 영세 상인들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어났다.
어윤대 회장은 이날 민병덕 국민은행장과 함께 KB미소금융재단 인천지사 개소식을 갖고 이 지역 영세 상인들을 만나 미소금융 홍보활동에 나섰다.
그는 "그동안 축적해 온 차별화된 서민금융 노하우를 통해 인천지역 내 소외계층과 전통시장 영세 상인들의 감동적인 성공 스토리가 모아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어윤대 회장은 지난 7월 13일 취임한 이래 2개월 동안 임직원들은 물론 2천600만 거래고객, 중소기업과 영세상인들을 두루 만나며 '소통경영'을 펼쳐왔다.
리딩금융그룹으로 재도약해 명예를 회복하고 '조직혁신'과 '영업력 강화'라는 중대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조직구성원들의 결속과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러한 '어윤대식 소통경영'은 금융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어 회장은 취임 직후 내정자 시절부터 대립각을 세웠던 국민은행 노조사무실을 전격 방문해 '노조와의 관계정립'을 약속하고 새롭게 신설한 KB금융그룹 변화혁신 태스크포스(TF)에 노조를 참여시켰다.
또 지난 8월 11일에는 국민은행 역대은행장을 초청해 은행경영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하고 KB금융의 발전을 위한 의견을 청취하는 열의를 보였다.
어 회장은 한국금융학회장과 한국금융연구원 국제금융센터 소장 등을 거치며 금융분야 학자로서 두각을 냈지만 정작 '금융 CEO'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주변의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는 이러한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집무실을 국민은행 본점이 있는 여의도로 옮기고 국민은행 경영협의회에 참석해 직원들과 의견을 공유하면서 현안을 직접 챙기는 등 은행실무를 익히는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직원들의 의견청취와 친목도모 등을 통해 내부 결속력을 다지고 있다. 일례로 직원들에게 '신임회장에게 바란다'라는 내용으로 경영전략과 영업, 조직, 홍보 등에 대한 공모를 실시, 2천여건의 의견을 접수했고 조만간 이를 경영전반에 반영할 방침이다.
주말에는 KB산악회 등 사내 동아리와 산행에 나서기도 하고 평상시에도 막간의 시간을 이용해 인근 점포를 찾아 직원들과 커피를 마시며 담소 나누기를 즐긴다. 또한 직급에 관계없이 고생하는 직원들을 직접 불러 식사를 하는 등 소탈하고 인간미 넘치는 CEO의 면면을 보여주고 있다.
점포장, 고객중심 경영으로 영업력 확대
어 회장이 경영전반에서 중점을 두는 부분은 영업력 강화다. 그는 이를 위해 수시로 영업현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23일부터 이달 3일까지 7차례에 걸쳐 2010 하반기 점포장 '캔 두 스피릿(Can-Do-spirit)' 행사에 참석해 경영전략 공유 및 영업현장 의견을 수렴했다.
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조직에 대한 로열티와 강한 업무추진력(영업력), 그리고 이 두가지 강점을 바탕으로 올바른 전략방향을 세워 합심해 나간다면 머지않아 대한민국 대표금융그룹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다"고 점포장들을 독려했다.
그는 리딩뱅크로서의 입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고객중심의 경영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고객들과의 다양한 소통창구를 마련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26일에는 서울 신라호텔에서 1천여명의 우수고객을 초청해 대화를 나누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더불어 어 회장은 영세기업 등 중소기업 고객에 대한 관심과 지원에 각별한 애정을 쏟아왔다. 그는 취임식 이후 첫 공식일정으로 여의도 내 거래 중소기업 2곳을 방문했고 이달 1일에도 부산 상공회의소를 방문해 "지역의 견실한 중소기업이 일시적 자금문제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어 회장의 이러한 소통경영은 영업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 회장과 민 행장이 함께 홍보한 'KB와이즈플랜 적금&펀드'가 지난 8월 16일 출시한지 4일만에 10만 계좌를 돌파하는 등 이례적은 판매실적을 보였다. 이 상품은 이달 2일까지 24만계좌, 1천266억원의 판매액을 올리고 있다.
"KB금융은 비만증을 앓는 환자의 모습"이라는 냉철한 평가와 고민 속에 첫 걸음을 내딛었던 어 회장은 직접 화법을 통해 조직을 추스르고, 유연한 행보를 통해 고객들의 마음을 얻으면서,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조직의 위상을 다지고 있다.
취임 2개월을 맞은 어 회장이 특유의 '소통경영'을 통해 향후 어떤 가시적인 성과물을 내놓을지에 금융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