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한테 물린(?) 독이 가장 위험

2010-09-24     뉴스관리자

어제 수술한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쉬는 일요일에도 나와 있는 와중에 급한 전화를 받았다. 왠 여성분이 병원으로 전화해 남편과 오랄섹스를 한 뒤에 남편의 성기가 좀 부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몇몇 질문을 던지니 여성분이 머뭇거리더만 남편을 바꿔준다.

병원에 빨리 오라고 해서 살펴 보니 '거시기'가 좀 부어있었고, 특별한 상처부위는 보이지 않았다. 환자는 오랄섹스를 하다가 잠깐 아픈 것 같았지만 참고 잠을 자다가 아파서 깼다고 한다.

요새는 노루표(야동)의 유행 때문일까, 오랄섹스가 상당히 대중화 되었다는 느낌이 많다.

간혹 진료실에서 보면 성병을 걸리지 않게 하기 위해 오랄섹스만 했다고 진료실에서 큰소리치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전에도 지적했듯이 오랄섹스가 성병을 100% 예방하는 것은 아니며, 특히 성기포진의 확산에는 어느정도 영향이 미친다.

하지만 오랄섹스를 하다가 거시기에 상처를 입었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의대생일 때 교수님께서 말씀하시길, 개가 물어 상처를 입은 것보다 사람이 물어 상처를 입은 경우가 더 독한 놈들이 많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실제로 사람의 입은 깨끗한 곳은 아니다. 한 조사에 의하면 사람의 침에는 42종의 세균이 있다고 한다. 특히 식중독으로 유명한 균들인 연쇄구군(Streptococcus)와 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가 많다고 한다. 또한 치주염(periodontitis)이나 치은염(gingivitis)에서 192종의 세균들이 발견되었다고 했다.

남성의 거시기에는 피하조직들이 풍부하게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오랄섹스로 상처가 나면서 사람 입에 존재하는 세균이 침투하여 급속하게 퍼지는 경우가 있다. 단순히 염증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푸르니에씨 괴사(Fournier's gangrene)이라고 불리는 회음부가 썩어들어가는 질병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심하면 사망할 수 있다.

또한 성기포진, 매독과 같은 성병이나 간염바이러스 등도 오랄섹스 등으로 상처가 났을 때 감염될 가능성이 적긴 하지만 없는 것은 아니다. 한 연구결과에서 에이즈 환자 가운데 44%에서 침(타액)에 에이즈 바이러스가 존재한다고 하며, 실제로 에이즈 환자에게 물린 뒤로 에이즈에 걸렸다는 환자보고도 있다.

따라서 오랄섹스 중에 입으로 인한 상처가 났거나 따끔한 느낌이 있다면 지체 말고 병원에서 확인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성병의 위험성도 있으므로 원한다면 이에 대한 검사도 시행해야 한다.

앞서 말한 그 환자도 항생제 주사를 맞았다. 이 경우 가능한 세균을 다 포함하기 위해 2종류의 항생제를 투여하면서 매일 지켜보기로 하였다.

그렇게 치료하는 와중에 또 하나의 다급한 전화가 왔다. 이번에도 여성분이 전화하여 남편과 오랄섹스를 하는중에 상처가 났다고 한다. 뭔 날이긴 한 것 같다.

도움말=어비뇨기과 두진경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