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뭉칫돈 놓고 검찰-한화 진실게임
서울서부지검이 김승연 회장의 수백억원대 은닉재산의 윤곽을 확인하면서 이 돈의 불법성을 두고 검찰과 한화그룹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이 돈이 김승연 회장의 불법 비자금으로 보고 있는 반면 한화그룹은 김회장의 부친인 고(故) 김종희 선대 회장의 유산이라고 맞서고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 수사가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한화 의혹'을 최대한 빨리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서부지검은 이 수백억원대 자금이 그룹 계열사들이 낸 돈을 토대로 키워졌다는 회사 관계자 진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확보하고 한화 측의 불법횡령임을 입증하고자 차명계좌 추적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또 이 자금이 '중요한 회삿돈'이라는 한화측 진술이 나오고 김 회장 측근들이 10∼20년 몰래 계좌를 관리한 점 등을 볼 때 김 회장 측이 그룹 이권을 노려 정관계에 돈을 뿌렸을 공산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검찰수사에서 한화그룹은 2002년 대한생명 인수를 위해 정관계에 수십억원을 뿌리려고 한 사실이 드러났으나, 당시 김 회장은 로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증거가 없어 처벌을 면했다.
그러나 한화그룹은 문제의 돈이 김 회장의 비실명 상속재산일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한화 측은 다만 비실명 개인재산의 운용과정에서 이뤄진 세금포탈의 잘못만 인정한다는 입장이다.
한화그룹은 검찰이 확인했다는 차명계좌 50여개도 그룹 측이 지난 13∼14일 검찰에 자발적으로 제출한 것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불법 비자금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화 측은 다만 김 회장의 은닉재산 운용과정에서 발생한 세금포탈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이다.
문제의 자금은 상당액이 한화 계열사 주식에 투자돼 있고 일부가 김 회장 친인척에게 흘러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추석연휴 이후에 문제의 자금 관리에 관여한 한화그룹 임원들을 차례로 불러 자금의 조성 경위와 용처를 추궁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김 회장 소환도 검토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지난 13일 중국 톈진(天津)에서 개최된 하계 다보스 포럼에 참석하고자 출국했다가 17일 귀국 일정을 넘겨 계속 중국에 머무르는 상태다.
그룹 측은 김 회장이 지난달 인수한 중국업체와 관련한 업무가 많아 귀국을 연기했으며 늦어도 24∼25일께 한국에 돌아올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