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사진이 현정은의 현대건설 인수전 실탄?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컨슈머파이낸스=임민희 기자]현대건설(사장 김중겸) 매각작업이 본격화되면서 현대그룹(회장 현정은)과 현대차그룹(회장 정몽구)이 각기 '현대가의 적통'임을 내세우며 치열한 인수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현대그룹이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모습이 담긴 TV광고를 통해 '연고권'(귀속재산)을 주장해 합당성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에 대한 연고권을 주장하는 것은 현대건설이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2000년 당시 병석에 있던 정주영 명예회장은 현대그룹 경영권을 놓고 다투던 정몽구(2남), 정몽헌(5남) 두 아들 중 정몽헌을 선택하면서 정몽헌 회장은 현대건설, 현대아산 등 26개 계열사로 이뤄진 현대그룹을,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를, 정몽준(6남) 회장은 현대중공업을 맡아 이끌게 됐다.
그러던 그해 8월 현대건설은 무리한 사업확장에 따른 부실경영과 외환위기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부도를 맞았다.
이후 2001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착수, 외환은행(은행장 래리 클레인)과 산업은행(은행장 민유성) 등 9개 은행 및 기관으로 구성된 채권단 등의 도움으로 회생에 성공해 2006년 4월 워크아웃에서 벗어났다.
우여곡절 끝에 4년이 흐른 올해 9월 현대건설에 대한 매각이 본격화되자 현대그룹은 적통성과 명분을 내세워 현대건설 인수에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또한 현대건설 매각공고를 앞둔 지난 9월 21일부터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부자의 흑백사진이 담긴 TV광고를 통해 현대건설에 대한 연고권이 현대그룹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무리한 사업확장과 외환위기 여파로 부도를 맞은 현대건설을 외환은행, 산업은행 등의 채권단과 국민들의 직간접적인 희생을 통해 회생시켰음에도 현대그룹이 '연고권'을 앞세워 주인임을 자처하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많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29일 경제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부실기업인 현대건설을 살리는데 채권단의 희생이 컸지만 이 과정에서 관련 은행권의 고객들 역시 높은 금리 부담 등의 보이지 않는 피해를 입었다. 또한 우리은행(은행장 이종휘)과 산업은행 등 몇몇 은행들은 공동출자에 따른 손실 등으로 그후 공적자금이나 정부출연 등을 받아야 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채권단과 국민들의 도움으로 현대건설이 회생한 만큼 매각 역시 공정한 기준과 절차를 통해 진행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연고권 등에 얽매이지 말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향후 현대건설 경영능력, 제값을 치를 수 있는 지 여부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매각해야 한다는 게 경제계의 시각이다.
주채권 은행인 외환은행 관계자는 "지난 9월 24일 현대건설 주식매각 공고를 내고 10월 1일까지 매각참가희망 업체들로부터 입찰참가의향서를 받는다"며 "현재 현대차그룹이 의향서를 냈고 현대그룹 역시 조만간 의향서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연고권 등에 얽매이지 않고)공정한 입찰을 통해 성공적인 매각이 이뤄지도록 하는 게 채권단의 역할"이라며 "산업은행, 우리투자증권 등 3개 매각주간사에서 이를 대행해 매각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채권단은 현대건설 보유지분 34.88%(3천887만9천주)에 대한 매각과 관련, 인수 희망사업자에 한해 입찰 참가 의향서를 받으면 대상을 추려 11월 12일까지 본 입찰을 진행하고 올해 안에 우선 협상대상자를 선정해 계약체결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