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훈 사장, 역공용 히든 카드 갖고 있나?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컨슈머파이낸스=임민희 기자]국회 국정감사에서 신한금융지주의 내분사태에 대한 집중 감사가 예고되는 가운데 논란의 당사자인 신상훈 사장이 자신을 공격하고 있는 라응찬 회장에 대해 말을 최대한 아끼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 사장은 라 회장의 50억원 차명계좌 내막과 이희건 명예회장 고문료의 사용처 등 신한금융그룹내 많은 비밀을 알고 있을 법도 한데 경영권 분쟁과정에서 자신의 억울함에 대해서만 호소할 뿐 아직은 다른 일로 라 회장을 공격하는 일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따라 신 사장이 라응찬 회장측과의 공방과정에서 때가 되면 최후에 어떤 히든카드를 꺼내 들지가 주목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상훈 사장은 라응찬 회장과 함께 신한은행을 창립한 멤버로 1982년부터 30여년간 라 회장을 측근에서 보필해왔다.
또한 일본 오사카지점장을 비롯해 신한은행 상무이사, 신한금융지주 상무, 신한은행장, 신한금융지주 사장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치며 최근 '신한사태'가 불거지기까지 명실상부한 2인자로서 조직을 이끌어왔다.
신 사장이 신한금융의 내부 상황에 대해 누구보다도 정통하다는 점에서 라 회장이 2007년 당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50억원을 송금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차명계좌를 사용했는 지와 이희건 명예회장 고문료 사용내막 등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진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때문에 금융권에선 '명예회복'에 나선 신 사장이 마지막 히든카드를 언제 공개할지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상훈 사장, 역공 가능한 히든카드 갖고 있을까?
이런 가운데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무총리실 국정감사에서 이백순 행장이 2007년 대통령 선거 직후 이희건 명예회장의 자문료 15억 6천만원 중 3억원을 남대문 등에서 현금화한 후 비자금으로 사용(제3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신한사태'가 새로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와 함께 신한은행 노조 측이 이백순 행장의 5억원 수수의혹을 제기하면서 돈의 목적과 용도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지난 4일 민주당 조영택 의원은 "이백순 행장이 3억원을 정권의 핵심실세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하고 5억원 용도에 대해서도 "5억원 중 이미 집행된 4억원은 라 회장의 비자금으로 사용됐으며 문제가 커지자 다시 4억원을 입금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신한은행 측은 관련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한편, 5억원 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재일동포 주주로부터 기탁금 명목으로 받았으나 사용한 적은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당시 신한은행 비서실장 등 직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대가성 논란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신한은행 측은 관련 의혹에 대한 내부감사에 착수했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신 사장 측은 지금의 상황이 전혀 불리할 게 없다는 반응이다. 검찰은 지난 9월 28일 신한은행으로부터 부당 대출혐의로 고소된 레저업체 금강산랜드와 투모로 사무실, 업체 대표 자택 등 20여 곳을 압수수색해 회계장부와 컴퓨터 전산자료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분석이 끝나는 대로 신 사장과 투모로 국모 회장 등 피고소인 7명을 소환활 방침이지만 압수물 등에서 신 사장의 부당대출 개입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포착하지 못한 알려졌다.
신한금융 안팎에서는 신 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고강도로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현재까지 검찰 수사에서 명백하게 밝혀진 게 없고 국정감사 등이 진행 중인 만큼 신 사장이 '히든카드' 공개를 당분간 유보하고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사장의 침묵, '히든카드' 공개시기 저울 중?
신 사장은 현재 라 회장과의 관계나 신한금융에 미칠 파장, 향후 자신의 입지 등을 고려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신 사장은 지난 9월 2일 신한은행(은행장 이백순)으로부터 전임 행장시절 400억원대의 부당대출(배임)과 이희건 명예회장 고문료 15억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고소된 후 자신의 결백을 줄곧 주장하며 이 행장과 치열한 진실공방을 벌였으나 라 회장에 대해서는 공격을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13일 신한지주 이사회가 신 사장에 대한 '직무정지안'을 의결하는 과정에서 신 사장 측이 이희건 명예회장의 고문료 횡령 의혹과 관련해 라 회장과 이 행장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주장을 제기해 논란이 증폭된 바 있다.
그러나 신 사장은 당초 '빅3' 퇴진을 주장했다가 이사회 직전에는 한발 물러서 라 회장의 직은 유지하는 대신 이 행장과 동반퇴진이란 타협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신한사태'로 내분을 겪는 와중에도 신 사장은 라 회장에게 매일 아침 문안인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사장은 이번 신한은행 고소 건으로 그간 쌓아올린 명예와 도덕성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향후 검찰조사 결과에서 만에 하나 비리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신한금융 대표이사직 해임은 물론, 금융기관 CEO로서 재기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백이 입증될 경우에도 명예회복은 하겠지만 그룹으로 다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립각에 서 있는 라 회장 역시 차명계좌 의혹과 이희건 명예회장 고문료 횡령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회장직 유지는 어렵게 된다.
검찰수사가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신한지주는 제2의 내분사태를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리보전 보다는 명예회복에 중점을 두고 있는 신 사장이 수세에 몰릴 경우 침묵을 깨고 마지막에 어떤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 것인지에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연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