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채권단 "매각시 연고권 고려 않겠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컨슈머파이낸스=임민희 기자]현대건설(사장 김중겸) 인수전이 현대그룹(회장 현정은)과 현대자동차그룹(회장 정몽구) 간의 2파전 대결로 치러지는 가운데 주도권을 잡기 위한 물밑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채권 은행인 외환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연고권과 법통성 등 현대가의 집안싸움에 휘둘리지 않고 공정하고 투명한 기준을 통해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채권단은 특히 대우건설의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과도하게 차입에 의존해 인수한 것이 화근이 돼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재 인수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고 판단, 이번 현대건설매각에서는 이같은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연고권이나 법통성 주장 등을 과감히 배제하고 실질적인 인수능력과 향후 경영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그야말로 능력있는 기업에 매각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과 산업은행 등 9개 은행 및 기관으로 구성된 채권단이 지난 1일까지 현대건설 주식(3천887만9천주)에 대한 매각 공고를 내고 입찰참가의향서를 받은 결과 현대그룹컨소시엄과 현대자동차그룹 등 2개 업체가 인수전에 참가했다.
이중 현대그룹 컨소시엄측은 ‘현대가의 적통’임을 내세우며 '광고전'을 펼쳐왔다.
실제로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매각공고를 앞둔 지난 9월 21일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부자의 흑백사진이 담긴 TV광고를 통해 현대건설에 대한 연고권이 현대그룹에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추석 이후인 지난달 24일부터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현대건설을 세운 뒤 고 정몽헌 회장이 사재 4천400억원을 털어 넣어 회사를 정상화했다는 내용의 TV 광고를 내보냈다.
특히 이달 4일에는 일간지 등 지면광고를 통해 '세계 1위의 자동차 기업을 기대합니다'라는 문구의 광고를 게재했다.
이는 표면적으로 자동차회사의 이미지 광고로 보이지만 실은 현대건설의 미래는 현대그룹이 지킬 테니 '현대자동차는 본업인 자동차 산업에 집중해라!'는 메시지를 현대차그룹에 정면으로 통보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그룹의 이같은 행위와 관련, 외부에 '집안싸움'으로 비춰지는데 대한 부담감 등을 이유로 아직은 정면 대응을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쨌든 현대건설 인수전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며느리인 현정은 회장과 장남인 정몽구 회장 간의 포기할 수 없는 자존심 대결로 치닫고 있다.
두 기업 간의 인수전은 명분대결로 가열되고 있지만 채권단 측은 '연고권' '법통성' 등에 얽매이지 않고 공정한 입찰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매각공고문 등에 공지한대로 (연고권 등에 얽매이지 않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입찰을 진행할 것"이라며 "인수자의 재무능력과 경영능력, 매각자산의 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살펴 우선협상 대상자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채권단의 다른 관계자도 "대우건설의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과도한 차입의 의해 인수했다가 결국은 못버티고 채권단이 다시 사주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현대건설 매각에서는 이런 대우건설 매각실패와 같은 우를 범하지 않게 하기 위해 연고권이니 뭐니 하는 감성적인 호소보다는 실질적인 인수여력과 경영능력 등을 최대한 고려해 그야말로 경제논리에 의한 매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건설은 2000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뜻에 따라 다섯째 아들인 정몽헌 회장이 맡게 됐으나 그해 8월 무리한 사업확장에 따른 부실경영과 외환위기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부도를 맞았다.
2001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착수해 외환은행 등 채권단의 도움으로 회생에 성공해 2006년 4월 워크아웃에서 벗어났고 올해 9월 매각작업이 본격화됐다.
채권단은 11월 12일까지 본 입찰을 진행하고 올해 안에 우선 협상대상자를 선정해 계약체결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건설과 현대차 그룹간의 양자 대결에서 누가 최후의 승자의 될지를 놓고 경제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