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트라민 성분 살빼는 약 시장 퇴출 초읽기?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보건당국이 시부트라민 성분의 살 빼는 약에 대해 시판여부를 재검토키로 결정하면서 제약업계가 안절부절하고 있다.
올해 초 유럽에 이어 미국, 대만 등에서도 시부트라민 성분의 비만치료제에 대해 “유익성이 위해성보다 크다”는 이유로 시장퇴출이라는 극단적인 조치가 취해졌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청장 노연홍)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애보트사에 비만치료제 ‘리덕틸(씨부트라민)’의 시장 철수를 권고한 것과 관련해, 시부트라민의 안전성에 대해 재검토에 착수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이에 대해 애보트는 FDA의 권고를 받아들였다.
문제는 식약청이 FDA보다 선제적으로 리덕틸 등 시부트라민제제의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조건으로 시판을 유지키로 한 점이다. 결과적으로 유럽, 미국 등 해외에서 시장퇴출시킨 의약품을 국내에서만 허용한 셈이다. 식약청은 부랴부랴 오는 13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열어 시부트라민제제의 시판중단 등을 포함한 조치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식약청의 오락가락 행정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불과 3개월여 전 시부트라민제제의 국내 시판유지 결정을 번복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식약청은 “시부트라민제제의 국내 시판을 유지하는 대신 시부트라민을 포함한 비(非)향정 비만치료제 전반에 걸쳐 시판후 안전관리를 대폭 강화했다”며 “당시 시부트라민 안전성에 대한 외국 등의 새로운 증거를 지속적으로 수집·평가해 필요시 추가 안전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고 해명했다.
시부트라민 성분의 살빼는 약을 판매하고 있는 제약사들은 참담한 분위기다. 의사단체들도 비교적 안전하다고 인정했던 시부트라민제제가 퇴출될 경우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전문약)은 1000억원 규모가 넘는다. 포만감을 높여 체중감량을 돕는 시부트라민제제가 연간 약 500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크다. 리덕틸(애보트), 슬리머(한미약품), 실크라민(종근당), 엔비유(대웅제약) 등 50여종이 시부트라민제제 시장에 진출해 있다.
만일 시부트라민제제가 국내에서도 퇴출될 경우 지방흡수를 억제하는 제니칼(로슈), 리피다운(한미약품), 락슈미(종근당) 등 오르리스타트 성분의 비만치료제와 푸리민정(드림파마), 푸링정(에이치팜) 등 향정신성 비만치료제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