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성-김승유, 우리금융 인수 주도권 공방전 과열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컨슈머파이낸스=임민희 기자]‘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해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등이 매각관련 실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유력 인수후보인 하나금융지주(회장 김승유)와 ‘독자적인 민영화’를 꿈꾸는 우리금융지주(회장 이팔성)간의 주도권 잡기 경쟁이 최근들어 더욱 가열되고 있다.
이들은 우리금융지주와 계열사에 대한 매각작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안으로는 내부 인수조직을 대폭 강화하고 밖으로는 명분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치열한 설전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매각시일이 가까워오면서 양측은 상대편 회장에 대한 용퇴론까지 들먹이는 등 인수경쟁이 과열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우리-하나, 민영화 주도권 놓고 사활건 경쟁 시작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우리금융지주 인수를 위해 최근들어 두가지 전술을 동시에 쓰고 있다.우선 안으로는 골드만삭스 등 기존 외국계 주주들의 추가 출자를 유도하면서 인수여력을 강화하는데 만전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지주는 또한 우리금융지주측이 독자적인 민영화 방안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치밀하게 득실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하나금융측은 우리금융측이 날선 공격을 해 오는 데 대해서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우리금융그룹이 독자적인 민영화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데 대해선 내심 반기는 분위기도 포착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 홀로 우리금융지주 인수에 나설경우 특혜시비가 일겠지만 우리금융지주가 경쟁자로 나설 경우 특혜시비를 불식시킬 수 있다는 게 하나금융지주측의 계산이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와 관련해 단독인수에 나설 경우 특혜시비가 일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만만한 경쟁상대가 나타나주면 그보다 반가운 일이 없다"고 전제, "우리금융측이 스스로 경쟁상대가 돼 준다면 특헤시비 없이 우리금융지주를 인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하나금융지주는 그동안 치밀하게 인수준비를 해 왔고 기존의 해외주주들도 우리금융지주 인수에 동참할 뜻을 확고히 하고 있어 큰 원군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대한 우리금융측의 대비책도 한층 강화되고 있어 하나금융으로서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우리금융측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하나금융에 인수되는 일만은 막겠다며 자체 민영화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우리은행 등 각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민영화 전문직원들을 지주사로 끌어모으는 등 관련조직을 대폭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지주 역시 포스코, KT 등 국내 기관투자가 외에 외국계 기관까지 우군으로 끌어들이기로 하고 이 업무를 맡을 직원들을 지주사로 불러 해외기관투자가 유치작업에 박차를 가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 지주사는 이처럼 내부 인수작업을 강화하는 것 외에 명분축적을 위한 대외 신경전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지난 9일(현지시각) 기자들과 만나 "하나은행이 우리은행을 인수할 수 없고 어치피 합병으로 갈 수 밖에 없는데 그 중심은 우리은행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공격의 물꼬를 텄다.
이 행장은 특히 "김승유 회장이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합병을 성사시키고 대승적 차원에서 용퇴하는 것을 하나의 카드로 쓸 수도 있다"며 우리지주와의 인수․합병(M&A) 전제조건으로 김 회장의 용퇴까지 제안해 논란이 됐다.
이에 하나지주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금융권 지배구조의 전반적인 개선이 요구되고 있는 이 시점에 구체적인 합병방법과 지배구조를 제시하며 여론을 유도하거나 타 회사 CEO(최고경영자) 개인의 실명을 거명하며 용퇴를 운운하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나는 매우 무책임한 언행"이라며 크게 격분했다.
금융계는 우리지주와 하나지주가 유례없이 노골적인 신경전을 보인 것에 주목하며 향후 이러한 양측의 날선 공방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팔성-김승유 동상이몽..최종 승자는?
이들 지주사가 민영화에 사활을 거는 것은 메가뱅크 등 향후 금융산업 재편과정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금융지주의 이팔성 회장과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 모두 내년 임기를 앞두고 있어 누가 우리금융 인수에 성공하느냐가 이들 금융계 두 거두의 거취에도 중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예컨대 내년 상반기에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이팔성 회장으로서는 우리금융 자체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치러내야만 '연임'과 '독자경영'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 역시 지주사로서는 업계4위지만 300조원이 넘는 국민․우리․신한금융에 비해 자산규모가 196조원에 불과해 시장에서 저평가되는 수모를 당하고 있는 만큼 우리지주와의 M&A를 통해 국내 최대금융그룹으로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두 금융지주의 운명과 두 지주사 회장의 용퇴문제가 함께 걸려 있는 우리금융민영화문제가 어느쪽의 승리로 끝날지 주목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편, 예금보험공사와 우리금융 매각 주관사인 삼성·대우증권, JP모건은 지난 9월 13일 우리지주에 대한 실사를 벌인데 이어 27일부터 주요계열사인 경남은행(행장 문동성)과 광주은행(행장 송기진), 우리투자증권(사장 황성호)에 대한 자산실사를 진행 중이다.
금융위원회(위원장 진동수)는 우리금융 매각 일정과 관련해 1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업무현황 자료를 통해 "우리금융 매각은 올해 안에 최종입찰대상자 선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실사를 거쳐 10월 말을 전후로 우리금융의 매각 공고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