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떠밀려 만든 새희망홀씨 대출,은행만 희생양?
특히 이 제도도입으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은행 부실화는 물론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연합회와 정치권을 향한 원망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와관련, 금융전문가들은 '새 희망홀씨'의 도입취지가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최소한 여론수렴은 거쳤어야 했다며 특히 은행과 투자자들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은행연합회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단체인지 의문이 간다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 영업이익의 10%(약 1조4천억원)를 서민대출에 할당하는 '새희망홀씨'는 신용등급 5등급 이하로 연소득 4천만원 이하인 자 또는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연소득 3000만원 이하인 서민층으로 기존 햇살론(신용등급 7등급 이하 또는 연 소득 2천만원 이하) 등과 비교해 서민대출 제한의 폭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 등 정치권의 압력에 떠밀려 은행들이 마지못해 동조한 '새희망홀씨'가 얼마만큼 성과를 거둘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은행의 공익적 측면도 중요하지만 상업적 이윤을 추구하는 '커머셜 뱅크'로서 매년 10%의 영업이익을 갹출키로 한데 대해 주주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반발을 우려하고 있다.
은행권 '새희망홀씨' 도입..실효성은 글쎄?
은행연합회는 지난 4일 각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기존의 '희망홀씨대출'을 확대 개편한 '새희망홀씨'를 올해 11월부터 5년간 한시적으로 도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새희망홀씨'는 생계자금과 사업운영자금에 대한 서민대출 상품으로 햇살론 등 서민지원 유사제도를 감안해 신용등급 5등급 이하의 저신용ㆍ저소득층으로 제한했으나 1~4등급자 중에서도 CB사 신용등급은 우량하나 소득수준이 낮아 은행 이용이 어려운 금융소외계층은 지원키로 했다.
대출 한도는 1인당 최고 2천만원이며 금리는 햇살론 금리를 감안해 연 11∼14% 수준이 될 전망이다. 총 대출한도는 은행별로 '전년도 영업이익 규모' 등을 고려해 매년 영업이의 10%를 설정하도록 했다.
당초 은행 영업이익의 10%를 할당하는 방안은 한나라당 서민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홍준표 의원)가 은행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본격적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이 안은 한나라당 내에서도 실효성이 떨어지는 다분히 '포퓰리즘적(인기영합주의) 성격이 짙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치권에서 은행법 개정 움직임이 일자 은행연합회 신동규 회장은 지난 9월 29일 한나라당 서민정책특위에 은행별로 전년도 영업이익의 10% 정도를 투입해 서민대출 재원으로 마련하겠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날 홍 의원과 신 회장은 은행 영업이익의 10%를 서민대출에 쓰겠다고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은행권 내부에서는 "은행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했다"며 강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은행연합회 측은 법제화를 막고 자율적․한시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지만 연합회가 은행의 권익이 아닌 정치권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은행 리스크 부담에 소극적 판매 예상
'새희망홀씨' 출시 방침이 발표된 후 은행연합회와 각 은행은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출대상자 범위와 제한, 리스크 한도 등에 대한 세부사항을 협의 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매년 10%의 영업이익을 할당하는 부분은 은행 건전성 측면에서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며 "리스크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덕적으로 상환의지나 자활의지가 있는 대출자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기준과 대출대상 범위를 얼마나 열어줄 것인지, 은행과 접촉이 적은 서민들에 대한 홍보 방안 등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서민대출에 인색하다는 부정적 여론이 팽배한 가운데서 이번 '새희망홀씨' 출시로 서민계층의 고객확보와 이미지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도 "정부 보증이나 재원 출연 없이 전액 은행자금으로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가 보다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의 '새희망홀씨' 출시는 대출이 필요한 저소득층에게 반가운 소식이지만 서민금융 활성화 측면에서는 얼마만큼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은행들이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서민대출에 할당해야 한다는 부담과 건전성을 이유로 '새희망홀씨' 판매에 소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대출제한은 은행별로 여신심사기준 등을 감안해 자율 설정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신용등급에 제한을 두지 않다 보니 은행과 접촉이 많은 우량고객들을 중심으로 대출이 이뤄질 수도 있다.
한편, 금융권 일각에서는 상업적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은행에까지 공익적 잣대를 강요하는 것은 시장논리에 위배된다는 시각도 있다.
이미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미소금융'과 '햇살론' 등 서민금융상품이 있음에도 또다시 정치적 논리에 입각해 은행권에 부담을 지우는 것은 과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은행주주 등 내부 반발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