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자 놀이터로 변한 소비자 소통공간

2010-10-13     이민재 기자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이민재 기자] 국내 온라인쇼핑시장은 해마다 가파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1분기는 지난해 동기대비 26% 성장한 5조9천60억원으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온라인쇼핑은 오프라인 쇼핑보다 저렴하고 편리하게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 상품 및 판매자를 직접 볼 수 없는 단점도 있다. 때문에 소비자들의 구매결정은 앞선 구매자들이 작성한 상품평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상품평이란 상품에 대한 정보공유를 목적으로 구매자들이 주관적으로 올리는 구매 후기다. 최근 한 시장조사기업이 인터넷 이용자 약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상품평 확인 후 구매 의사가 변했다는 응답자가 90%에 육박했다.

하지만 상품평이 매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자 일부 판매자들이 ‘감탄고토’식 상품후기 조작에 나섰다.

호의적인 상품평은 남겨두고 조금이라도 불이익이 될 소지가 있는 후기는 삭제하고 있는 것. 심지어 조작된 상품평을 작성하는 판매자까지 등장했다.

지난해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가 인터넷 이용자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용후기를 작성한 644명 중 83명(12.9%)은 이용후기를 작성하고서도 글이 등록되지 않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30명(4.7%)은 작성한 이용후기가 삭제된 경험이 있으며, 이 가운데 21명은 삭제 원인이 부정적인 내용의 후기를 올렸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최근 조작된 상품평으로  피해를 입은 서울 용산구의 김 모(남.37세)씨는 “단지 구입한 상품의 개선방향에대해 설명했을 뿐인데, 판매자로부터 악플러 취급받고 영업방해로 고소하겠다는 수모를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대부분의 상품평 관련 피해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오픈마켓보다 개인이 운영하는 쇼핑몰에서 발생하고 있다. 영세 업체들의 경우 사회적 책임 보다는 당장의 돈벌이에 급급해 구매후기를 영업수단으로 활용하려드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반면 이베이지마켓, 11번가, 인터파크, 디엔샵 등 대기업 오픈마켓의 경우 상품평을 판매자가 아닌 본사가 직접 관리하고 있다. 심한 욕설이나 비방하는 내용이 담긴 상품평의 경우 판매자의 삭제요청이 들어오면 타당성을 검토한 후 처리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구매자들의 소통공간이 판매자들이 놀이터로 변모했음에도 현재 상품평과 관련된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다. 현행 법규상 상품평과 댓글은 개인 의견개진으로 분류돼 있다. 따라서 이를 악용해 판매자들이 조작을 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판매자의 양심적 관리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상품평 조작이 비일비재할 경우 온라인쇼핑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양심적인 판매자들이 어렵게 쌓아올린 소비자들의 믿음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처사다.

상품평 조작을 통해 일시적인 매출증가 효과를 거둘 수는 있다. 그러나 이같은 조작이 오래가고 시장이 난장판으로 변했을 땐 '독이 든 성배’를 마시는 것과 다름없다. 온라인 쇼핑몰이 갖고 있는 유일한 소비자 신뢰의 끈을 끊어버리는 결과가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