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미친넘의 사랑(24)…'연장'만 좋으면 뭐하나

2007-02-15     홍순도

문호는 여자를 오르가즘으로 인도하느라 많이 불규칙해진 호흡을 천천히 가다듬었다. 두 명이나 되는 여자들을 만족시키는 의무를 다했다는 안도감이 들고 있었다. 그는 옆의 광평을 힐끔 쳐다봤다. 광평 역시 다소 지쳤는지 호흡을 고르고 있었다. 두 여자를 상대하기에는 운동으로 단련된 그의 몸도 버거웠던 것이 틀림 없었다.

문호는 허리 아래로 천천히 눈길을 돌렸다. 그의 남성이 여전히 성질을 죽이지 않고 있었다. 지루제의 효과가 대단한 듯했다. 그는 다소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가 길게 아쉬워할 필요는 없었다. 키 큰 여자와 언니로 불린 여자가 광평 쪽으로 가는가 싶더니 새로운 여자 두 명이 그의 앞에 모습을 나타냈던 것이다. 여자들의 의도는 너무나 뻔했다.

"골고루 맛을 봐야 하지 않겠어? 우리가 괜히 지루제를 발라준 게 아니라구."

인중이 꽤나 긴 계란형 얼굴의 여자가 문호 앞에서 왼쪽 눈을 살짝 찡그리면서 음탕하게 웃었다. 미인형의 얼굴에서는 색기도 적지 않게 묻어나고 있었다. 문호는 기대 반 괴로운 심정 반의 기분이 묘하게 교차하는 것을 느끼지 않으면 안됐다.

"좀 더 세게, 이 망할 자식아!"

"너도 마찬가지야. 연장만 기가 막히게 좋으면 뭘 해. 일을 잘 해야지. 더 빨리!"

여자들은 상황이 본격적으로 전개되자 말이 몹시 거칠어지고 있었다. 비교적 점잖았던 처음과는 완전 딴판이었다. 아무래도 한번씩 오르가즘에 이른 상태여서 더욱 강한 자극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광평과 문호는 정확히 여자들로부터 10여분이나 더 괴롭힘을 당한 후에야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다. 둘 모두 마지막 여자들이 오르가즘에 오르면서 파정에 이르렀던 것이다. 둘의 몸은 완전 파김치가 되고 말았다. 광평조차 다리를 후들거리고 있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얘기를 해 봅시다."

몸조차 가누기 어려울 만큼 지쳐버린 광평과 문호에게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체적 징벌을 먼저 가하겠다고 말했던 청년의 목소리였다.

"좋소, 말해보시오.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오."

광평이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대꾸했다. 그는 청년을 한 대 갈겨버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으나 욕망을 꾹꾹 눌러 참았다.

"뭐, 어렵게 생각할 것 없어요. 당신이 때려눕힌 우리 두 녀석 치료비와 달아난 친구들에게 들어간 돈만 해결해주면 돼요. 치료비는 20만 위안씩 40만 위안이고 달아난 애들에게 들어간 웃돈은 40만 위안씩 80만 위안이오. 물론 그 애들이 우리 업소를 위해 일을 꽤 많이 했으니까 웃돈은 절반만 받겠소. 또 30만 위안은 형씨들에게 대한 결례를 사과하는 뜻으로 제해 주고 50만 위안만 받겠소. 어떻소이까 우리 제안이?"

"말도 안되는 소리요, 그건!"

옆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던 문호가 마침내 참지 못하고 나섰다.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였다. 비록 말은 신사적으로 했으나 이건 완전히 날강도나 다름 없었다. 자신의 한 달 생활비가 2만 위안에 불과하므로 50만 위안이라면 진짜 꽤 거금이었다. 한국 돈으로 따지면 무려 1250만 원에 해당하는 거액이었다.

"좋소. 어떻게 갚으면 되겠소? 우리는 학생들이니 당장 그 많은 돈을 마련할 수 없다는 사실도 좀 고려해 주시오."

문호와는 달리 광평은 순수하게 청년의 협상 안을 받아들였다. 그는 계속 문호에게 참으라는 손짓을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간단해요. 이 구좌로 매달 5만 위안씩 송금하면 돼요. 그리고 실례인줄 아오만 형씨들의 신원을 좀 확인해야겠소. 그러니 신분증을 뒤져보는 것을 양해해 주시기 바라오."

청년은 무엇인가를 적은 메모를 광평에게 건네며 손으로 뒤의 부하들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문호의 몸을 수색하라는 손짓이었다. 신호와 동시에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소년 한 명이 앞으로 나와 민첩한 동작으로 문호의 몸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는 문호의 바지 뒷주머니에서 간단하게 여권을 찾아냈다.

소년에게 문호의 여권을 건네받은 청년은 일순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문호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는 곧 평정을 되찾았다. 자신의 수첩에다 문호가 여권 뒤에 써놓은 기숙사 주소까지 적을 수 있는 것은 다 옮겨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