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납 지방세 징수 '민간 위탁' 여론 힘받아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컨슈머파이낸스=임민희 기자]체납 지방세에 대한 징수 업무를 신용정보회사 등의 민간에 위탁하는 방안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특히 이 방안이 현실화 될 경우 공평한 세금징수 기반이 마련되는 등 지방세 및 국세행정의 선진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한나라당 유정현 의원과 민주당 홍재형 의원 등 민간위탁을 찬성하는 여야의원들은 체납된 지방세에 대한 추심업무를 민간에 위탁해 지방세를 걷게 되면 지방재정에 도움이 되고 성실한 납부자와 조세형평성 차원에서도 이익이 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일부 시민단체들은 민간에 이양시 개인의 신상정보유출과 인권침해 소지가 우려된다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이에 신용정보업계는 "이미 오랜 합법적인 채권추심 경험을 토대로 그런 문제를 불식시킬 수 있는 방안이 충분히 마련돼 있다"며 위탁업무에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신용정보업계는 지방세 체납액이 매년 수조원에 이르고 특히, 고액체납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처했다는 점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합리적인 징수 대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방세 체납 10조원, 회수방안은?
행정안전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방세 체납액은 2009년 현재 3조 3천480억원으로 매년 8천억원 이상의 체납지방세를 결손처분하고 있다.
여기에 세외수입(주정차 위반 과태료 등) 체납액 6조1천846억원(결손처분 2천210억원)까지 합하면 10조원의 지방세가 체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46개 지방자치단체의 평균 자립도는 53.6% 수준으로 부족한 재원을 지방채를 발행해 재원을 메우고 있다. 지자체 중 40곳은 자체수입으로는 인건비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국세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국세 체납액은 20조원으로 지방세와 합하면 30조원에 육박한다. 이는 우리나라 1년 예산 300조원의 10%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우리나라의 세수 실적 대비 국세체납 비율은 12~15% 수준으로 미국(1.5~2%), 일본(5~6%) 등과 비교할 때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지방세 체납률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3~4배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높은 체납율을 보이는 것은 체납 징수 담당공무원 수가 턱없이 부족하고 관리시스템 역시 미흡하기 때문이다. 물론,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이나 공정추심법 등 법적 제도화는 선진국에 비해 앞서 있지만 실제 운용면에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이나 일본처럼 국가가 맡고 있는 체납징수업무 중 일부를 민간에 위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50개주 중 41개의 주정부와 500개의 지자체가 체납징수업무를 민간에 위탁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2005년 3월 ‘규제개혁 민간개방 3개년 계획’을 의결, 47개 도도부현 중 46곳에서 국민건강보험료 및 고령자 의료보험료 등 지방세 민간위탁을 실시하고 있다.
지방세 민간위탁, 전문성 강화․체납액 축소 기대
정치권에서는 체납지방세 추심업무를 민간에 위탁할 경우 민간채권추심회사들간의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와 경쟁시스템이 활성화되고 전문성이 보강돼 체납금액 및 결손금액이 대폭 축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정위 소속 유정현 의원은 올해 10월 국정감사 정책자료집을 통해 "체납액 징수의 민간위탁은 민간업체의 전문성과 경험을 활용해 체납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치적 부담을 완화하고 체납업무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위탁업무에 따라 절약되는 인력 및 예산 등을 납세서비스 개선을 위한 업무에 집중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민간위탁시 개인의 사생활 및 인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하고 "체납유형을 구분해 민간업체의 전문성을 활용하고 납세자의 권익 침해 우려를 고려, 신중히 선정해 민간에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민주당 홍재형 의원을 포함한 10명의 국회의원은 지난 5월 지방자치단체장이 체납된 지방세의 징수에 관한 업무의 일부를 허가받은 신용정보회사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지방세법' 및 '지방세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신용정보업계 역시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김석원 신용정보협회장은 최근 언론을 통해 "민간채권추심회사들은 1998년 이후 10여년간 총81조원 상당의 상거래 채권을 회수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며 "지방세 추심업무를 민간 추심회사에 위탁하더라도 공권력이 필요한 압류나 공매 등은 공무원들이 맡고 민간추심회사는 안내장 송달, 방문 및 전화독촉 등의 기타업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인권 침해 우려 불식이 관건
하지만 일부 소비자 관련 시민단체들은 체납지방세 추심업무를 민간업체에 이양할 경우 개인정보 유출 등의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채권추심업체들이 합법을 가장해 체납자들에게 불법적․비도덕적 위해를 가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대해 신용정보협회(회장 김석원)는 "신용정보협회에 가입된 23개 신용정보회사는 1,2금융권의 자회사로 모두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은 업체로서 매년 금감원의 정기검사를 받는다"며 "우리는 민사판결문에 의해 확정된 채권 중 추심의뢰를 한 10%에 한해 합법적인 업무를 진행해 왔는데 야간불법추심이나 조폭을 동원해 협박을 일삼는 사설업체와 혼동해 함께 매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정보회사의 다른 관계자도 "'지방세는 안내도 된다'는 그릇된 인식을 바로 잡고 성실한 서민납세자를 보호하는 공정한 사회 풍토를 만드는 것이 근본 취지"라며 "민간추심업체가 폭행, 협박 등의 불법․부당한 추심행위를 할 경우 공정추심법에 의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의 벌금을 적용하는 등 엄격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조세연구원(원장 원윤희)과 신용정보협회는 오는 11월 2일 '지방세 체납징수 업무의 민간위탁 방안'이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지방세 등 체납문제와 관련해 효율적인 징수방안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속에서 정치권과 관련 단체가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