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프리뷰] 엄마 그대들은 강하고 아름답다, 연극 ‘엄마열전’
차이무 4번째 생연극 ‘엄마열전’
우리네 엄마들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그중 가장 많이 불리는 애칭은 ‘아줌마’. 아줌마는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억척스럽게 자리를 자치하려는 아줌마, 백화점 세일 코너에서 수많은 인파를 헤집고 원하는 옷을 손에 넣는 아줌마 등 드세고 거친 의미로 사용된다. 흔히 아줌마는 민폐 캐릭터다. 아줌마라는 호칭에서 하나 간과된 사실은 그들은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는 사실이다. 쥐꼬리만 한 월급에 쑥쑥 자라나는 자식을 적은 돈으로 먹여 살리려다 보니 ‘억척’을 등에 업고 산다.
연극 ‘엄마열전’은 가족을 위해 살아가는 아줌마들을 집중 조명한다. 그녀들의 이야기가 무대에 꽉 채워진다. 가을이 오면 그녀들의 시름은 늘어간다. 맞벌이에 집안일, 그렇지 않아도 쉴 틈 없는 그녀들에게 가을은 낭만의 계절인 아닌 일복이 터지는 계절이다. 기나긴 겨울을 대비해 김장해야 하는 우리네 엄마들은 민씨네 큰집 앞마당에 모인다. 네 명의 며느리가 모여 떠는 수다는 엄마들에게는 공감을, 철없는 자식에게 감사함을 끌어낸다.
이 작품은 50대 중반에 삶의 새로운 목표를 찾아 대학에 진학한 첫째 며느리와 자신의 품을 떠날 딸이 늘 걱정인 둘째 며느리가 주축이 된다. 더불어 늘 귀엽고 낙천적인 넷째 며느리, 소매치기 때문에 회사공금을 날릴 뻔했던 막내며느리 네 명을 주인공으로 극을 이끌어 나간다. 그들의 가족과 시어머님에 읽힌 생생한 이야기들이 관객에게 전달된다.
이 연극은 여타의 다른 스토리가 없다. 그녀들의 수다가 곧 이야기이며, 연극 ‘엄마열전’의 설정이다. 이 작품은 ‘아들, 아들’ 하는 시어머니, 마누라를 소 닭 보듯 하는 남편들, 한도 끝도 없이 떠받들어도 모자란 자식에 대한 엄마들의 ‘속풀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일상 속에서 느껴온 소소하지만 익숙한 감정들이 무대 위에서 김장과 함께 버무려져 관객의 입으로 전해진다.
유쾌하고 통쾌한 네 며느리의 신랄한 뒷담화는 수다라는 수단을 이용해 무대를 자유롭게 떠다닌다. 며느리라는 이름 아래 자신의 이름까지 묻혀버린 한국 여자들의 정체성과 아픔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꿈 많았던 우리 엄마들의 아픔을 드러내며 ‘누구네 엄마’가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길 원한다. 뱃속에 있을 때 자신을 양분을 내어주던 우리의 엄마는 자식이 자라면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평생을 ‘누구네 엄마’로 살아간다. 연극 ‘엄마열전’은 엄마의 딸이며, 남자의 아내이며, 아이의 엄마이며, 시어머니의 며느리인 아줌마들의 수다를 밀도 있게 보여준다.
아줌마들의 신랄한 수다를 통해 그동안 잊고 있었던 엄마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게 해 줄 연극 ‘엄마열전’은 오는 11월 2일부터 11월 28일까지 차이무 극장 아트원 씨어터 3관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