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경박사의 건강비결]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
2007-02-20 김수경 박사
‘동의보감’에서 정의하기를 “음식이란 것은 약성(藥性)에 약(弱)한 약이다”라고 했다. 약의 성질이 약한 약이 음식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약한 약도 계속 먹으면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건강이 좌우된다.
우리 몸이라는 것이 음식이 먹히는 대로 몸을 좋게 만들 수 있고 병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음식을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음식이 몸에 좋은가? 에스키모인, 몽골인, 일본인들, 그리고 장수촌에 사는 사람들이 먹는 것을 살펴보면 매우 흥미롭다. 에스키모인들이 먹을 수 있는 것은 육류와 생선이다. 이 두 가지만 먹고도 그들은 어떻게 살아 갈 수 있을까?
에스키모인들은 비계가 없으면 살 수 없다. 영하 40도 이하에서 기름덩어리 없이는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얼음집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기름을 많이 먹고 살기 때문에 에스키모인들은 수명이 짧다. 몽골인들도 고기가 주식이기 때문에 빨리 늙는다.
일본은 옛날부터 소식을 해왔다. 일본 문화를 ‘선식(禪食)문화’라 한다. 밥 한 공기에다 매실 장아찌 한 개, 단무지 2~3조각, 단무지와 비슷한 나라스케 1쪽, 김 한 두 조각, 그리고 미소시루라는 된장국 한 그릇으로 끼니를 때운다. 이렇게 소식문화로 이어져온 일본은 세계 최장수국이라는 명예를 누리게 된다.
세계 3대 장수촌이라 하면 빌카밤바, 코카서스, 훈자를 꼽는다. 여기에다 중국의 위글리 지역을 포함하면 4대 장수촌이 된다. 이런 장수촌의 먹거리는 어떨까? 소식을 하되 조식(粗食)을 먹는다. 조식이라 함은 거친 음식을 말한다.
◆거친 음식이 몸에 좋다=오늘날의 조식은 오곡 잡곡밥이다. 오곡 잡곡밥이라고 할 때 오곡이란 쌀(현미) 보리 콩 수수 기장 등을 말한다. 기장 대신 좁쌀이나 팥을 쓰는 경우도 있다.
이 오곡밥을 먹을 때 어떻게 하면 조식이 되는가? 쌀과 잡곡의 비율이 1대1이어야 조식이 된다. 이 비율로 밥을 해 놓고 보면 쌀이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장수촌의 공통적인 특징은 바로 이런 조식을 먹는다는 것이다. 조식이 좋은 이유는 영양의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현미를 씻은 쌀뜨물에는 현미의 씨눈이 담긴 쌀겨가 들어 있고 그렇기 때문에 비타민 영양제보다 훨씬 더 비타민 B군이 풍부하다. 이것은 말이 거친 음식이지 실제로는 좋은 영양식인 셈이다. 그래서 조식을 먹으면 영양의 균형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가?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식사’하면 하얀 쌀밥에 쇠고기 먹겠다고 하는데 시대착오적인 인식이다.
◆우리 몸의 일꾼 효소=우리 몸을 건축물이라 생각했을 때 이 건축자재를 어떻게 쓰느냐 하는 것은 누구 손에 달려 있는가. 일꾼 손에 달려 있다. 일꾼이 건축자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건축물은 달라진다.
우리 몸에서 일꾼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효소, 비타민, 미네랄, 기타 생명물질 등이다. 집단화된 일꾼이 건축자재를 어떻게 셋팅이 되는가에 따라, 다시 말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질 등을 어떻게 잘 요리 하느냐에 따라 에너지 효율이 달라진다.
효소가 없는 식품은 거기에 함유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질을 아무리 먹어도 소용이 없다.
예를 들어 밥을 입에 넣고 한 100번쯤 씹을 때 치아가 소화를 시켜주는가, 침샘에 들어있는 효소가 소화를 시켜 준다. 침에서 나오는 알파아밀라제라는 효소가 없으면 아무리 입에서 씹어봐야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게 이 효소의 개념이다.
침 속의 효소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씨 속에 들어 있는, 싹을 내게 만드는 효소다. 우리가 이것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왜 현미잡곡밥을 먹어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이 여기에 있다.
콩이든 쌀이든 보리든 여기 한 알의 씨앗이 있다고 하자. 그것들의 씨눈 속에는 생명력이 들어 있고, 그 생명력을 뒷받침하는 효소와 비타민, 미네랄 등이 들어 있다. 그 씨앗의 껍질은 이 영양소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하는 보호 장치다.
이 영양소들은 싹이 날 때 필요로 하는 비료 역할을 한다. 비료는 싹이 나서 생명력이 발현할 때 필요하다. 온도와 습도, 공기, pH의 조건이 맞으면 된다. 생명력이 이러한 조건에 맞을 때 껍질 속에 보호된 비료를 이용해 싹을 내게 된다는 것이다. 싹이 나게 하는 그 힘이 바로 효소와 비타민, 미네랄 등에 들어 있다.
만약 씨눈을 도려내고 그 자리에 비타민 B군 영양제로 대체시킨다고 하자. 그러나 아무리 완벽하게 대체시킨다 한들 영양제로 새 생명의 싹을 틔울 수는 없다. 비타민 B군 영양제를 먹어도 고쳐지지 않던 각기병 환자가 쌀겨에서 녹아낸 쌀뜨물을 먹었더니 각기병이 고쳐지더라 하는 실험 결과가 그것을 입증한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되었다 해도 하나님이 창조해내신 천연물의 영양을 따라갈 수는 없는 법이다. 아무리 인간이 잘난 척하고 건방지게 이야기해도 하나님이 만들어 낸 생명현상이라는 원리원칙에서 벗어 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