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초고속 복귀, 국민 우롱하나?

2010-11-02     금융팀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컨슈머파이낸스=금융팀]  '과연 국민들이 납득할까'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박삼구 회장이 경영부실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가 채권단의 도움으로 그룹경영사정이 겨우 안정을 되찾아 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경영일선에 복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행장 민유성) 등 채권단이 박 회장의 조기 경영복귀를 묵인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2일 금융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1일 그룹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지난해 7월 경영부실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 불과 15개월만이다. 외부의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공식적인 외부 행사 없이 조용히 업무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삼구 회장은 그동안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등 거대기업을 무리하게 인수했다가 그룹 경영사정이 급속히 악화되고 대부분 계열사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자 지난해 7월 동생 박찬구씨와 함께 동반사퇴했다. 한때 동생 박찬구씨와 그룹 수장자리를 놓고 다투는 이른바 '형제의 난'에 휘말리기도 했다.


특히 박 회장이 인수한 대우건설 풋백옵션(재무적 투자가에게 일정 기간후 일정 가격에 주식을 되사주는 것) 문제가 그룹 경영난을 부추겼고 급기야 애물단지와도 같았던 대우건설과 금호생명을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떠 넘기고 나서야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가까스로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채권단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한 것이다. 게다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 부실기업을 돕다가 자신들도 부실해 지면 결국 국민의 혈세지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산업은행은 그간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하다가 은행이 어려울 때마다 정부 출연을 받은 적이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또다른 채권은행인 우리은행(행장 이종휘)은 어떤가. 다름아닌 한 때 부실은행으로 몰려 국민의 혈세로 모아진 공적자금을 투입받은 바로 그 은행이다.


따라서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 채권단의 금호아시아나 그룹 살리기는 결국 직간접적인 국민 희생을 전제로 이뤄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말해 박삼구 회장의 경영잘못으로 어려움에 처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정부가 주인인, 아니 국민이 주인인 은행의 도움을 받아 기사회생했고 경영난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자 박회장이 그 자리에 최고 경영자로 다시 나타난 것이다. 


특히 금호아시아나 그룹측은 지난 9월21일 본지가 박삼구 회장의 복귀여부에 대해 취재할 당시만 해도 "박 회장의 경영복귀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힌적이 없다"며 일축했다가 그같은 입장을 밝힌 뒤 채 2개월도 안돼 경영일선에 복귀, 도덕성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뿐만아니라 당시 채권은행 관계자도 박 회장의 경영복귀문제와 관련한 본지 기자의 질문에 어정쩡한 답변으로 일관해 여러 의구심을 자아냈었다.


이런 가운데 금호아시아나그룹 일부 계열사 노조마저 박삼구 회장의 일선 복귀에 반대했을 정도로 박 회장의 경영복귀는 여러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떳떳하지도 당당하지도 못한 경영복귀이기 때문이다.


충분히 반성할 시간을 가진 뒤 채권은행과 국민들에게 납득할 만한 해명이라도 한 뒤에 경영에 복귀하는 게 도리인데도 이런 간단한 절차마저 거치지 않은 것은 두고두고 박 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업경영을 하다가 회사가 어려워지면 채권단에 부담을 떠 넘기고 채권단의 도움으로 경영사정이 호전되면 다시 경영일선에 슬그머니 복귀하면 그만인 '그릇된 경영풍토'가 더이상 이 땅에 발을 붙이게 해서는 안된다는 게 지각있는 경제인들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