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시민단체, 박삼구회장 경영 복귀 맹비난

2010-11-03     임민희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컨슈머파이낸스=임민희 기자]부실경영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에 들어간 지 1년여 만에 다시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량기업을 위기로 내몬 장본인으로 평가받는 박삼구 회장이 조기복귀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김종호 금호타이어 사장과 기옥 금호건설 사장 등 측근들의 지속적인 활약과 산업은행(행장 민유성) 등 채권단의 묵인 및 동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부실경영의 책임이 있는 경영진이 그룹에 복귀해 기업회생에 성공했던 전례가 드물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박삼구 회장의 복귀가 금호그룹의 워크아웃 조기탈출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국민이 주인인 국책은행이 부실기업 살리기에 많은 돈을 들이면서도 부실기업주의 조기 복귀를 막지 못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추구하는 '공정사회구현'과도 동떨어진 처사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박삼구 조기복귀는 예정된 수순?!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 1일 본사 27층 집무실에 출근해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고 업무보고를 받는 등 경영에 복귀했다. 이로써 박 회장은 동생인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석유화학 계열사들을 제외한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 금호산업, 대한통운 등 나머지 계열사들의 경영을 맡게 됐다.

박 회장의 경영복귀는 산업은행과 우리은행(행장 이종휘) 등 채권단의 동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금호아시아나는 전문경영인으로 선임된 박찬법 회장이 지난 7월 건강상을 이유로 돌연 사퇴하면서 3개월간 경영공백 상태를 맞았고 이에 채권단이 그룹의 회장직 공석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협의를 통해 이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박삼구 회장의 조기 경영복귀를 예정된 수순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박찬법 회장의 사퇴 직후 박삼구 회장은 "새로운 모습으로 앞장서 뛰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임직원들에게 보내 복귀의지를 시사했다.

또한 김종호 금호타이어 사장과 기옥 금호건설 사장 등 계열사 대표들은 “박삼구 회장을 중심으로 경영정상화를 이뤄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며 노골적인 지원사격을 했다. 채권단 역시 이를 묵인하거나 동조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산업은행 측은 박 회장의 경영복귀에 채권단이 묵인 및 동조했다는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노조․시민단체 "도덕적 해이, 비난 직면할 것"

박삼구 회장의 1년여만의 귀환을 놓고 그룹 내부에선 기대감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박 회장을 구심점으로 빠른 구조조정을 이끌어 낼 것이란 축과 경영실패의 책임이 있는 박 회장이 아무런 반성과 책임을 지지 않고 경영일선에 복귀할 경우 도덕적 해이는 물론 국민적 비난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박 회장을 구심점으로 워크아웃을 빨리 졸업하기 위한 것일 뿐 개인의 욕심이나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과 금호타이어노동조합 등 노조들은 박 회장의 경영복귀에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금호타이어지회 측은 "경영실패 책임자는 '경영복귀' 하고, 채권단은 MOU체결을 파기하고, 사기꾼(채권단, 경영진)들 놀음판에 돈대주는 꼴이 됐다"며 "2010년 임․단협 조기교섭으로 임금40%삭감, 단협개악, 생산량증가 등으로 워크아웃의 모든 고통은 오로지 현장조합원에게 전가, 조합원만 봉이 됐다"고 반발하며 강력 대응방침을 밝혔다.

노조 측은 기존 오너일가가 경영에 복귀할 경우 그간 황제경영에서 불거졌던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며 전문경영인(자본과 경영을 분리한 독립경영)이 기업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 역시 박삼구 회장의 경영복귀에 우려를 나타냈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한성대 교수)은 "박 회장은 15대 1의 감자(감축자본)를 통해 책임을 다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등을 무리하게 인수해 그룹을 위기에 빠뜨린 점과 더나아가 금호타이어가 2008년 페이퍼 컴퍼니인 비컨과의 이면계약을 맺고 허위 공시한 점 등 경영총수로서 부당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박 회장 측은 책임경영을 완수하기 위해 경영에 복귀했다고 하나 국내외 사례를 봐도 경영부실의 책임이 있는 기업인이 경영에 복귀해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박 회장의 복귀가 기업회생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삼구 회장의 경영복귀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 속에 부실경영 책임론에 대한 부담과 노조 반발을 어떻게 해소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워크아웃 조기졸업에 실패했을 경우 박 회장은 물론 채권단 역시 비난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