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회사 옷 이 모양 이 꼴..돈 아깝다"
LG패션.코오롱.롯데 등 대기업 옷 '보풀'불만 쇄도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새옷을 몇 번 입지도 않았는데 ‘보풀’이 생겼다는 소비자와 보풀은 소비자탓이라는 의류업체간 신경전이 뜨겁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얼마 전에 새옷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1~2번 입었을 뿐인데 보풀이 심하게 일었다며 ‘제품하자’를 의심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의류업체들은 심의결과 ‘스침마찰에 의한 보풀’이라는 조사결과를 들이대며 소비자 탓만 하고 있다.
이런 경우 해당 의류제품의 시험결과 품질불량인 경우 보상받을 수 있다. 동일한 원단으로 필링시험을 통해 품질이 미흡한 것으로 나오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의거, 제품 교환이나 구입가 환급이 가능하다.
직물이나 편성물의 표면에 있는 잔털은 마찰에 의해 서로 엉키면서 보푸라기가 발생된다. 보푸라기의 발생정도를 확인하는 시험이 필링시험인데, 화학섬유는 비교적 천연섬유에 비해 보푸라기가 잘 일어난다. 왜냐하면 합성섬유의 강도가 높아 발생된 보푸라기가 자연탈락하지 않고 표면에 잔류하기 때문이다.
반면 천연섬유 중 ‘모’는 섬유표면에 있는 스케일의 영향으로 다른 섬유에 비해 보푸라기가 쉽게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 시간 끌다가 ‘의류심의서’ 들이대
서울 강남의 김 모(여.33세)씨는 지난 8월 말 LG패션의 의류 브랜드 TNGT 강남매장에서 여성 정장바지를 구입했다. 김 씨는 한 달간 보관했던 바지를 최근 꺼내 입었더니 가랑이 부위에 심하게 보풀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며칠 뒤 김 씨는 바지를 구입한 매장을 찾아 이의를 제기했다. 매장 측에서는 '본사 CS팀에 의뢰하겠다'며 시간이 소요된다고 했다. 김 씨는 옷을 맡겨두고 약속했던 날짜에 다시 찾아갔더니 '왜 왔느냐. 돌아가서 기다리면 연락을 주겠다'는 말만 들었다.
결국 옷을 맡긴지 한 달여만에 되찾았지만 보풀은 여전했고, 제품하자가 아니라는 심의의견서 1통을 받았다. 김 씨가 받은 한국소비자연맹의 심의의견서에는 '가랑이 부위가 착용할 때 마찰이 집중적으로 반복되면서 보풀이 생긴 것으로 판단된다. 소비자 책임'이라는 부분이 명시돼 있었다.
김 씨는 "매장에서는 해당제품의 경우 모가 98% 함유됐기 때문에 마찰에 의해 보풀이 생길 수 있다며 내 허벅지 탓만 했다"며 "화가 나서 본사에 연락했지만 '소비자 책임'이라며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했다"고 억울해 했다.
특히 김 씨는 "구입해서 딱 1번 입었을 뿐인데 심하게 보풀이 생겼다면 처음부터 제품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도 교환 및 환불이 안되고, 보풀 정도는 제거해줄 수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LG패션 측은 소비자단체에 의류심사를 의뢰하는 것은 A/S 접수가 애매할 경우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LG패션 관계자는 "매장 측에서 김 씨를 응대하는 과정에서 다소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A/S 처리가 애매할 경우 한국소비자연맹에 심의를 의뢰하는데 평소(2~3주)보다 더 지연된 것으로 판단, 김 씨가 원하는대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김 씨가 재심사를 요청할 경우 한국소비자연맹에 대신 재심사를 의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등산바지에도 ‘보폴’이 생겨?
광주광역시 동구의 김 모(여.33세)씨는 지난 9월 롯데홈쇼핑에서 콜롬비아 등산바지를 구입했다. 김 씨에 따르면 등산바지를 2번 입었고, 손빨래를 1번 했을 뿐인데 골반 옆부분에 보풀이 생겼다.
게다가 바지가 얇아서인지 엉덩이 부분도 쉽게 흠집이 났다. 김 씨는 등산하려면 기능성바지가 좋다고 해서 구입했는데 하자가 있는 제품인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 씨는 "얼마 전 수영복을 구입했는데, 일주일 정도 입으니 배 부분에 있는 지퍼에 보풀이 생겼다. 매장에 문의했더니 바로 그 자리에서 교환해줬다. 그런데도 홈쇼핑측은 2번밖에 입지 않았는데도 마찰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절대 교환이 안된다는 말만 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보풀이 난 부분을 제거해준다는 제안을 받아들여 지난달 말 해당 제품을 회사측에 보냈다. 하지만 열흘이 지나도록 회사 측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김 씨가 직접 연락하자 "아직 접수확인이 안됐다. 오늘 접수해주겠다"는 황당한 설명만 들었다.
이와 관련해 롯데홈쇼핑 측은 "김 씨의 요청이 일부 지연됐다"면서 빠른 조치를 약속했다.
홈쇼핑 관계자는 "자사 계열 백화점 제품이라 A/S를 접수받은 뒤 백화점에서 완료되면 송장을 보내 소비자에게 배송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며 "그러나 김 씨의 경우 자사와 백화점 사이에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김 씨에게는 바로 제품을 배송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고, 처리가 지연된 부분에 대해 사과하는 의미에서 상품권을 지급하기로 했다"면서 "앞으로 A/S 담당자가 관리를 철저하게 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 불량 양복 수선.교환만 3번째
고양시 성사동의 김 모(남.44세)씨는 지난 3월 뉴코아백화점에서 캠브리지 코오롱 브렌우드(brentwood) 브랜드의 봄가을용 정장 1벌을 구입했다.
김 씨에 따르면 한 달 반 정도 지났을 때 양쪽 팔 부분에서 보풀이 생겨, 캠브리지코오롱 수선 센터로 수선을 보냈다. 보풀은 팔 안감의 문제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김 씨는 양복을 되찾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돼 입어보지도 못하고 옷장에 걸어둘 수밖에 없었다고.
여름이 지나고 지난 9월 날씨가 제법 쌀쌀해지자 정장을 다시 꺼내 입으려던 김 씨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어깨 부분에 작지만 긁힌 자국이 있었으며, 목뒤 상표 부분 안감은 뜯어져 있었던 것. 화가 난 김 씨는 회사 측에 교환을 요청했으나 또 다시 ‘수선’밖에 안된다는 말만 들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스타일을 중시하는 정장 트랜드에 따라 안감과 겉감을 박음질 하지 않아 보풀이 생긴 것 같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김 씨는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의 도움으로 양복을 교환 받았지만 몇 번 입지도 않았는데 또 보풀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코오롱 측에서도 불량인 것을 인정했다. 아마도 해당 양복에 사용된 마감재가 불량이어서 보풀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다른 소비자들도 클레임을 제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결국 회사 측에서는 이번 주말에 다른 제품으로 교환해준다고 했다”고 답답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