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정보회사 주선 만남서 성추행 봉변"
"허벅지 만져 경찰 신고".."3백만원 받고 3개월간 달랑 1명 소개"
결혼정보업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고가의 가입비를 지불하고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했지만 원하는 상대가 아니거나 심지어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제보도 접수되고 있다.
이런 피해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은 업체에 환불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 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약관에 따르면 첫 만남 이후 회원이 해약요청을 하면 가입비의 80%를 돌려 주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표준약관을 지키는 업체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취재진이 몇 곳의 결혼정보업체 약관을 확보, 살펴본 결과 서비스 전 해약할 경우 입회비와 등록비 등 50%를 빼고 돌려준다고 명시 돼 있다.
또 다른 업체는 가입비의 20%를 빼고 돌려주도록 돼 있으며 세번의 만남 이후에는 아예 환불을 해줄 수 없다는 등 자체규정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덤터기만 씌우고 있는 상황이다.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업체가 확보하고 있는 회원들의 사실혼 관계 및 동거관계, 학력 등에 대해 검증이 어렵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졸업증명서나 재직증명서를 받는 것 외에 검증할 방법이 없어 가입자가 작성한 서류만으로 소개가 이뤄지면서 마찰이 생기기도 한다.
한 결혼정보 업체 관계자는 "재산규모나 키, 몸무게 등은 가입자가 직접 작성을 하고 있으며 정보가 부정확하다고 해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면서 "프로필 사진 촬영시 모자나 선글라스 착용은 금지시키고 있지만 적어낸 키나 몸무게가 정확해 보이지 않아도 신체검사를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국 송선덕 차장은 "업체에서 소개하는 사람이 검증됐느냐에 대해서는 항상 논란이 돼 왔다"며 "혼인관계는 공식적인 서류로 증명할 수 있지만 사실혼 관계 및 동거관계, 재산정도, 재직 회사 및 급여 관련 부분은 업체 말만 믿고 결혼하면 안된다"고 당부했다.
◆'성추행' 당했어도 환불은 '못해줘'
경기도 고양시에 살고 있는 김모(26세.여)씨는 지난 10월 중순께 결혼정보업체인 S사에 50만원의 가입비를 내고 회원 등록했다.
가입 직후 이 업체는 대학병원 교수와의 만남을 주선했고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던 김 씨는 다른 회원을 소개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담당 매니저는 저쪽 교수가 만남을 요구한다며 다시 한번 자리를 주선했다.
이 자리에서 상대편 남성은 김 씨의 허벅지와 어깨 등을 만지는 등 성추행을 했고 김 씨는 다음 날 경찰에 신고했다.
이와 함께 김 씨는 업체 측에 환불을 요구했고 담당 매니저는 "해 줄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김 씨는 "표준약관 규정도 있는데 무조건 환불을 거절하는 매니저의 태도에 화가 난다"면서 "단순히 가입비 환불 문제가 아니라 이런 업체는 강력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사 관계자는 "현재 경찰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그 결과에 따라 환불에 대한 결정을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결혼 성사될 때까지…(?) '믿지 마세요'
서울시 서초동의 가 모(여.39세)씨는 지난 8월 21일 결혼정보회사 W사의 노블 성혼책임 프로그램에 가입했다.
비용은 360만원이었으며, 결혼이 성사될 때까지 만남을 주선한다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9월초 가 씨는 W사 측에 회원 탈퇴를 요청했다.
가 씨에 따르면 웨디안 측이 직업, 경제력, 학력 등 당초 자신이 제시했던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상대자를 여러 차례 주선하더라는 것. 때문에 단 한 번의 만남도 갖지 못했다고.
그의 탈퇴 요청에 회사 측은 10월 22일까지 전액환불 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확인서를 발급했다.
문제는 환불 약속 날로부터 2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환불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가 씨는 "환불지연도 모자라 이제는 전화마저 피하는 것 같다"며 "내 번호가 찍힌 전화는 받지 않으면서 다른 번호로 전화하면 받더라"고 분개했다.
이에 대해 W사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W사 관계자는 "환불 팀에서 예산이 책정되자 가 씨에게 공문을 보냈지만,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행정처리가 남아있어 환불이 지연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통상적으로 봤을 때 다음 주면 환불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공정위의 결혼정보회사 환불 약관에 따라 위약금 등 경비가 발생함에도 고객에게 전액 환불을 하기 위해 서류보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전화를 고의로 피한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과거에 그러한 경우가 있어 현재 환불을 담당하는 부서 전화에는 아예 수신자 번호가 뜨지 않게 돼 있다"며 "상담 인원 부족으로 불편을 느끼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조건에 맞지 않는 주선을 했다는 가 씨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업계 관행과 다르게 위약금 없이 소비자의 전액환불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300만원 가입비 내고 3개월 동안 1명 소개, 환불은 안돼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에 사는 윤 모(여) 씨는 올해 1월 21일 병원일(전문의)과 학업에 전념하느라 혼기를 놓친 딸 안 모(40세) 씨를 위해 결혼정보업체 J사에 300만원의 가입비를 내고 회원가입을 했다.
윤 씨에 따르면 당시 업체 담당자는 "원칙적으로 미팅주선은 5~7회지만 성혼이 될 때까지 계속 소개해 준다"면서 "총각 회원이 많고 보건복지부에서 주관하는 미혼남녀 맺어주기 행사 등이 계획돼 있어 금년 안에 성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는 것.
하지만 이 업체는 4월 말이 되도록 1명(1회)을 소개해 준 게 고작이었고 또 다른 한 명도 딸에게 미팅 날짜를 잡자며 연락했지만 외국 출장을 다녀온다고 해놓고 다시는 연락이 없었다고 한다.
윤 씨가 이에 불만을 갖고 회원탈퇴 의사를 밝히자 업체 측은 지난 6월 10일 회원탈퇴 안내문을 보내왔다.
회비 300만원 중 2월 20일 1회 미팅(전화번호 교환)을 했고 3월 26일 2회 미팅을 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표준약관에 따라 가입비 가운데 8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윤 씨는 "계약 당시 분명 성혼 시까지 평생회원으로 관리해준다고 약속했지만 1회 미팅 후 3개월 가까이 미팅주선을 차일피일 미뤘다"며 업체 책임을 주장했다.
W사 관계자는 "사실과 다르다"며 윤 씨의 주장에 강하게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안 씨가 전문직이긴 하나 의사에 39~43세 조건에 맞는 남성회원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최대한 회원에게 맞는 조건의 남성회원들을 주선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윤 씨 측이 번번이 퇴짜를 놔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업체 측에 따르면 윤 씨 측은 의사나 교수를 원했고 사전에 남성 프로필(이름, 나이, 출신학교, 직업)을 보내달라고 해 20여명을 선별해 보냈다고 한다.
업체 관계자는 전화번호 교환을 미팅 1회로 볼 수 있느냐는 부분에 대해 "윤 씨 측이 지목한 남성회원이 먼저 연락을 해 서로 번호를 교환하고 약속까지 잡았는데 해외출장에서 돌아온 남성회원이 2번이나 안 씨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아 무산된 것"이라며 "전문직간의 미팅은 회사가 정해주는 게 서로 번호를 교환하고 약속을 잡으면 미팅이 이뤄진 것으로 본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성혼 시까지 미팅주선'과 관련해 "1년 안에 성혼이 되도록 최대한 노력을 하겠다는 것이지 반드시 성혼 시까지 평생 해준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경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