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가 찜한 외환은행에 민유성도 군침

2010-11-18     임민희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컨슈머파이낸스=임민희 기자] "김승유 회장의 기발하고도 치밀한 선제공격이 유효할까. 아니면 민유성 회장이 대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까."  

하나금융지주(회장 김승유)가 극비리에 외환은행(행장 래리 클레인) 인수를 추진해온 가운데 산은금융지주(회장 민유성)가 뒤늦게 외환은행 인수전에 가세하면서 알짜배기 외환은행을 둘러싼 'M&A(인수․합병)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하나지주가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 론스타 측과 MOU 체결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산언은행이 뒤늦게
인수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m&A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여기에 론스타와 외환은행 매각관련 인수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는 호주 ANZ(오스트리아 뉴질랜드) 은행도 아직은 외환은행 인수를 완전 포기한 것은 아니어서 외환은행 인수전은 외견상 3파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론스타와 ANZ간에는 그간 M&A협상과정에서 적지 않은 앙금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사실상 대세는 하나지주 대 산은지주간 2파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하나지주와 론스타간에는 이미 정식계약절차만 남았을 뿐 이미 M&A성사에 내부적 합의를 끝내고 사전 서명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져 산은지주가 선제인수에 나선 하나지주를 제치고 뒤집기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게다가 산은지주의 인수전 가세로 자칫 외환은행 몸값을 높일 경우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의 배만 불릴 수 있고 론스타가 국내시장에서 거액의 매각차익을 남기고 떠나는데 국책금융회사인 산은지주가 일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여론까지 나올 수 있어 산은지주의 운신을 좁게하고 있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로 가닥, 산은지주 새 변수 등장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 인수를 놓고 하나지주와 ANZ 은행이 론스타 측과 매각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산은지주 역시 인수여부를 놓고 정부와 의견을 타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경쟁 양상은 민유성 산은지주회장이 17일 "산은지주도 외환은행 인수여부를 검토해 정부에 건의해 볼 생각"이라고 밝히면서 촉발됐다.

이처럼 우리금융지주(회장 이팔성)와의 인수합병을 전면에 내세웠던 하나지주가 실은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 측과 인수관련 협상을 비밀리에 추진한 사실이 드러나고 여기에 산은지주까지 합세하면서 국내 금융계가 일시에 M&A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하나지주가 여전히 외환은행 인수의 가장 유력한 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16일 외신보도를 통해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 51%를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기로 합의하고 이미 양해각서(MOU)각서까지 체결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국내 금융권 고위관계자도 하나지주 김승유 회장과 론스타 회장간에 이미 M&A추진을 위한 서명까지 교환한 상태라면서 론스타가 김 회장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산은지주등과 새로운 협상에 나설지는 미지수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김승유 회장의 외환은행 인수 추진 작전은 시장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치밀하고 완벽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계에 따르면 평소부터 론스타 회장과 개인적 친분관계를 쌓아왔던 김회장은 M&A의 달인 답게 최근 기막힌 기회를 포착한다.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론스타와 ANZ간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사실을 알아차리고 적기에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간 것이다.

한때 나홀로 외환은행 인수에 나선 ANZ측이 가격협상 등에서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자 론스타측은 자존심이 상당히 상한 상태였고 이때 김승유 회장이 주당 1만4천원+@라는 똑떨어진 인수조건을 제시하며 론스타와 협상에 나선 것이 양자간 M&A에 전격 합의한 배경으로 인식되고 있다. 김승유 회장의 탁월한 승부사기질이 일단 외환은행 인수경쟁에서 하나금융지주가 멀찌감치 앞서 나갈 수 있게 한 배경이 된 것이다.  

이와관련, 김승유 하나지주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 중이며 조건이 맞으면 우리금융지주 매각 인수의향서(LOI) 접수 시한인 26일 전까지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다"고 밝힌바 있다.

김승유 회장이 우리금융 대신 외환은행 인수쪽으로 방향을 선회한데는 크게 3가지 이유가 꼽히고 있다.

우선 김 회장은 경쟁자 없이 우리금융지주 인수에 나홀로 나설 경우 M&A성사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공자위법상 우리금융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최소 2곳의 경쟁입찰이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은 인수희망자가 하나지주 한 곳뿐이어서 매각 요건자체가 성립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판단아래 우리금융 인수를 재고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아울러 최근 우리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이 늘어난 점도 하나지주로 하여금 우리지주 인수 추진을 망설이게 한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반면 외환은행은 철저한 리스크관리로 부실이 적은 은행에 속한다.

여기에다 하나지주가 우리지주 인수에 성공할 경우 적지않은 특혜시비가 예견되고 있는 점도 김승유 회장의 마음을 돌리게 했다고 한다.

이처럼 하나지주의 외환은행 인수추진은 김승유 회장 특유의 탁월한 감각과 판단력 아래 진행돼 왔다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외환은행 인수전 과열양상, 론스타 상당한 매각차익 남길 듯

그런데 김회장의 경기고 후배인 민유성 산은지주 회장이 난데없이 외완은행 인수전에 가세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새로운 복병으로 등장, 향후 경쟁판도 변화여부가 주목된다.

물론, 산은지주의 가세와 관련한 여론이 고운 것만은 아니다. 론스타로 하여금 더 많은 시세차익을 남기게 할 여지가 있는데다 정부가 주인인 금융회사가 론스타에게 대규모 시세차익을 얹어주고 외환은행 인수에 나설 경우에 비난여론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회장의 외환은행 인수추진을 정부가 허락할지부터가 불투명하다.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 일단은 하나지주 측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지만 론스타 측과 협상여부 등에 따라 얼마든지 변수는 남아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아직까지 관망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대신증권 최정욱 연구위원은 "현재까지 외환은행을 누가 인수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산업은행이 인수의사를 내비쳤지만 정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고 하나지주 역시 11월 26일까지 우리금융 매각관련 LOI를 제출해야 하는데 그때가 돼야 어디를 인수할지 양당 간에 결정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신영증권 임일성 금융팀장 역시 "최근 하나지주가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ANZ 은행의 인수에 기대를 모았던 일부 투자자들이 실망감에 주가를 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현재로선 하나지주의 인수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향후 어떤 변수가 나타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