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전, 현대차·현대그룹 '희비'…후폭풍 우려도

2010-11-18     유성용 기자

현대건설 인수전에 참여했던 현대차와 현대그룹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그룹은 연일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반면, 현대차그룹은 애써 담담해 하면서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현대건설 노조와 업계 일각에선 사실상 가격요소만 고려한 채권단의 결정에 우려를 표시하는 시각이 많아 후폭풍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지난 16일 오전 11시. 서울 연지동의 현대그룹 회의실에서는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자금력 열세를 극복하고 거둔 승리에 일부 직원들은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린 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고.

다음날인 17일 오전 연지동 본사 동관과 서관 로비에는 테이블이 설치됐다. 출근하는 임직원들에게 승리의 '축하 떡'을 나눠주기 위해서다.

떡을 주고받는 임직원들은 "그동안 수고했다"며 감격의 인사를 건넸다.

다윗과 골리앗에 비유되며 누구나 현대차의 우위를 점쳤던 싸움에서 사활을 걸고 전사적으로 임해 승리를 챙긴 현대그룹 직원들의 감격은 당연해 보인다.

반면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인수전에 패한 뒤 양재동 사옥에서 일찍 퇴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오전에도 현대그룹 연지동 본사는 축하 떡 세리머니가 펼쳐진 반면 현대차 양재동 사옥은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측근들에 따르면 정 회장은 "한 장만 더 썼으면 됐는데"라며 크게 아쉬워했다고.

현대차는 5조1천억원으로 5조5천100억원을 써낸 현대그룹과 4천100억원 차이가 났지만 비가격 요소에서 우위를 보여 600억원 가량에 승패가 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승리를 자신하던 인수팀은 입을 굳게 다문 채 패배 원인 분석에 전념하고 있다.

16일 인수전 승리를 자축하기 위해 양재동 부근 고급음식점에 예약을 해뒀지만 식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한편, 인수전 승자와 패자를 떠나 후폭풍 또한 만만치 않으리란 예상이다.

벌써부터 업계에는 인수전 당시 현대차에 호의적인 모습을 보였던 현대건설 임원들이 퇴출될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일각에서 현대차 내부에서 입찰 가격이 사전에 유출됐을 것이란 추측도 내놓고 있다. 이들은 현대그룹이 써낸 인수가격의 단위가 1천억원이 아닌 100억원인 점을 주목하고 있다.

현대건설 노조는 주요 일간지 광고를 통해 "결국 가격을 기준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한 채권단은 돈 장사만 하고 말았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