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아들 3세 경영인들의 강점과 약점
삼성그룹 이재용 부사장이 내년 사장으로 승진해 3세 경영에 돌입한다는 소식으로 재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광저우 아시안 게임을 참관하고 귀국하는 길에 이재용 부사장의 승진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네”라고 망설임없이 답한 것이 단초가 됐다.
이재용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것은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온다는 명제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고 분명한 것이었다. 단지 ‘언제냐?‘가 숙제로 남아 있었을 뿐.
이재용 시대를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던 것은 그가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두 딸이 있지만 한국적인 장자 상속의 전통속에서 외아들인 이재용씨외에 다른 선택을 상상할 수없다.
이재용 부사장 처럼 재계의 3세 경영인들은 2세 경영인들과는 확연히 다른 입지를 타고 났다.
대부분 외아들로서 경쟁없이, 심하게는 골육상쟁의 비극없이 가족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가업을 세습하는 것이다.
재계 2위인 현대차 그룹 정의선 부회장, 3위인 LG그룹 구광모 LG전자 과장,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대한항공 조원태 전무등이 모두 외아들이다. 허창수 허윤홍 GS건설 부장도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외아들이고 윤석민 태영그룹 부회장도 윤세영 회장의 외아들이다.
최근 검찰 조사를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태광그룹의 이호진 사장도 위로 두 형이 타계해 외아들 세습을 이룬 셈이나 마찬가지다.
이에 반해 2세 경영인들은 어땠나?
삼성그룹만 봐도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은 슬하에 3남 5녀를 두었다.
5명의 딸들은 가업 승계에서 일찌감치 물러서 있었지만 남자 3형제는 경쟁을 벌였다. 이건희 회장은 막내아들이었지만 위로 2명의 형을 물리치고 ‘대권’을 움켜 잡았다. 이과정에서 아버지로부터 검증에 검증을 거치는 절차를 밟았다.
이 때문에 총수로 등극하는 과정에서 경쟁에서 패한 다른 가족 구성원의 박수를 받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현대그룹의 경쟁은 더 복잡하고 치열했다.
고 정주영 회장은 자신이 7남1녀중 장남이었고 다시 8남 1녀의 자녀를 두었다.
일찍 세상을 떠난 장남 몽필씨와 4남 몽우씨를 제외한 6형제가 역시 그룹의 적통 세습을 위해 경쟁을 벌여야 했다. 더욱이 현대그룹은 2세들간 경쟁 뿐 아니라 정주영 회장의 형제들인 1세대와도 경쟁이 겹쳐 더욱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쳤다. 이시기 작고한 현정은 회장의 남편인 정몽헌 회장과 정몽구 회장간 형제의 난은 재벌가 분쟁의 유명한 일화로 남아있다.
여러명의 형제가 경쟁을 벌이면서 골육상쟁의 비극을 겪는 집안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집안이 두산 금호 한진등이다. 한화그룹도 초창기 두형제가 법정소송을 벌이는 분쟁을 겪었다.
두산의 경우 특히 작년 11월 형제의 난 후휴증으로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이 끝내 자살하는 비극을 맞기도 했다.
그러나 3세 경영인들은 이런 복잡다단하고 비극적인 경쟁을 거칠 필요가 대부분 없어졌다.
2세 경영인 대부분이 많은 형제들간 참담함 경쟁의 경험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아서였든, 단순히 아이를 덜 낳는 세태를 살아서인지 단촐한 가정을 꾸려 3세들의 짐을 덜어주었다.
그러나 이렇게 순탄한 과정을 겪은 3세 경영인들은 약점도 있다.
치열한 경쟁과 끊임없는 검증을 거친 2세 들과 달리 검증도 선택도 할수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검증받지 못한 능력이 잘못 발휘될 경우 자칫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수도 있다.
3세경영인들에대한 평가는 앞으로 10년도 더 지나야 제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3세 경영인들이 그리는 한국경제의 새 지도가 궁금해진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최현숙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