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매각무산 유력..머쓱해진 당국
2010-11-19 임민희 기자
하나지주와 함께 우리지주의 잠재적 인수 경쟁자 였던 KB금융지주(회장 어윤대)와 산은금융지주(회장 민유성) 또한 현재로선 외부의 어떤 요청이 있더라도 우리금융지주 인수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우리지주 인수희망자가 전무한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금융지주측은 자체 인수세력을 물색해 정부 지분을 스스로 줄여나간다는 방침이지만 이것이 진정한 민영화로 이어질지는 지극히 불투명한 실정이다.
이에따라 현정권 기간중에는 우리금융민영화가 사실상 물건너 간게 아니냐는 시각이 대세를 이루면서 지난 6년간 우리지주 민영화를 준비해 온 금융위원회(위원장 진동수)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및 예금보험공사(사장 이승우) 등 관계당국의 입장도 난처하게 됐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그동안 유일한 우리금융지주 인수세력으로 여겨져 왔던 하나금융지주가 사실상 외환은행 인수를 확정지으면서 현재로선 우리지주를 인수할 만한 세력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하나지주는 이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측과 51.02%의 외환은행 지분을 인수하기로 양해각서(MOU)를 맺은데 이어 최종 인수계약 체결을 앞당기기 위해 실사작업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그동안 우리지주의 잠재적인 인수 경쟁자로 부각됐던 KB금융지주(회장 어윤대)와 산은금융지주(회장 민유성)도 현재로선 우리금융 인수에 나설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히고 있어 이명박 정부의 숙원중 하나였던 우리금융의 민영화작업은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게 금융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실제로 KB지주 관계자는 "외부의 어떤 요청이 오더라도 지금은 우리금융 인수에 나서지 않기로 했으며 지주사 관계자 모두가 이에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경영효율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국민은행 직원 3천244명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터여서 내부 정서를 고려할 때 곧바로 다른 금융기관을 인수할 상황이 전혀 아니라는 게 KB측의 설명이다.
명목상 '희망퇴직'이지만 여전히 '인위적 구조조정'이란 불만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우리지주 인수를 추진할 경우 조직내부로부터 강한 반발을 불러올 수 있어 당분간은 경영정상화와 조직추스리기에 전념할 수 밖에 없는 게 KB가 처한 실제상황이라는 것이다.
또한, KB지주 전체 매출액의 90%를 담당하고 있는 국민은행이 그간 경영문제 등으로 리딩뱅크의 위상이 실추된 만큼 조직혁신과 영업력 강화 등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이루는 게 다른 금융기관을 인수하는 것보다 시급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는 게 이 지주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KB지주가 설사 정부로부터 우리금융 인수에 나서달라는 강력한 요청을 받더라도 이에 응하지 않고 'My Way' 노선을 고수키로 한 것도 이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 인수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기는 산은금융지주도 마찬가지다.
산은지주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 인수에 나설 여력도 없고 의지도 없다"고 못박았다.
이런 가운데 우리금융관계자들은 스스로 정부지분 매각에 나서는 이른바 '독자민영화'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으나 정부가 이를 인정할지는 미지수다. 독자민영화시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을 수 없는데다 우리금융 스스로 자신의 지분을 매각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따라 오는 26일 이뤄질 우리금융지주 매각입찰과 관련해선 분리매각대상으로 지정된 경남은행(행장 문동성)과 광주은행(행장 송기진)을 떼어 파는 작업이 가장 먼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두 은행을 인수하려는 곳은 많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금융 전체 매각과 관련해선 하나금융측이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해 만에 하나 론스타와 협상에 실패할 경우 우리금융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 만이 현재로선 남아 있는 상황이다.
지난 6년간이나 우리금융민영화를 준비해온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헝공사,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컨슈머파이낸스=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