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리볼빙 서비스로 1조원 돈잔치

2010-11-23     임민희 기자
신용카드사들이 리볼빙 서비스로 거둬들이는 수익이 수조원에 달하면서 일각에서는 '신종 고리대금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리볼빙 서비스는 신용카드 사용자가 이용금액을 곧바로 상환하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자율적으로 갚도록 하는 결제시스템. 카드대금의 일부만 결제해도 나머지 금액은 대출형태로 전환, 상환이 연장돼 잔여 이용한도 내에서 카드 이용이 가능하다.


리볼빙 서비스는 우량고객을 상대로 하지만 높은 금리를 고수하면서
카드사들이 이를 통해 자신들의 배를 불리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고객 입장에서는 일시 상환 부담이 줄어들 순 있지만 다른 서비스에 비해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다시 말해, 상환기간은 길어졌지만 그만큼 높은 이자율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상환금액은 불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카드사들은 리볼빙 서비스가 일종의 장기할부인 만큼 일반 할부보다는 금리가 높은 게 당연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신용도가 높은 우량고객들에게만 제공된다는 점에서 금리수준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카드업계 리볼빙으로 돈장사? KB, 28.8%로 가장 비싼 최고금리

11월 4일 현재 여신금융협회에 공시된 신용카드사별 리볼빙서비스 이자율 현황을 보면 최저 5.9%에서 최고 28.8%의 금리를 책정하고 있다 이는 할부 금리보다 4∼6% 포인트 정도 높고, 현금서비스 금리보다는 1∼2%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카드사별로 보면 KB가 28.8%(일시불 및 현금서비스)로 가장 비싼 최고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일시불에서는 현대카드(27.5%)와 씨티은행(27.3%)이, 현금서비스 부문에서 외환은행(28.74%)과 롯데카드(28.18%)가 뒤를 이었다.

반면, 최고금리가 낮은 곳은 일시불에선 전북은행이 19%, 현금서비스에선 농협중앙회가 24.85%로 가장 낮았다. 최저금리를 보면 하나SK카드가 일시불과 현금서비스 각각 5.9%, 6.9%로 가장 낮은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었다.

리볼빙 서비스는 우량고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위험도는 낮지만 높은 금리를 고수하면서 카드사들이 특혜를 주는 것처럼 고객을 유도해 자신들의 배를 불리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 10월말 국회 정무위원회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업계가 리볼빙서비스로 거둬들인 수익은 1조2천483억3천400만원으로 2008년(1조387억1천900만원)에 비해 20.2%나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현금서비스 수익(2조2772억6800만원)의 54.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카드사들은 올 상반기에만 6천134억7천400만원의 리볼빙 수익을 거두는 등 올해 리볼빙 서비스 관련 수익이 현금서비스의 6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리볼빙 서비스 득보단 실 많아..실질 상환금액 따져봐야

카드사들의 리볼빙 서비스 수익률이 급증하면서 일각에서는 ‘신종 고리대금업’에 버금가는 고금리 영업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카드사들이 고객에게 금리와 상환금액이 증가부분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한 카드사 관계자는 "리볼빙서비스는 기존 회원들 중에 동의를 한 고객에 한해서만 할 뿐 신규 회원들에게는 받지 않고 있다"며 "거래실적이 좋고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고객들 중에서 이 서비스를 원할 경우 금리 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해드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우량 고객들을 상대로 금리에 대해 설명을 드리는데 단지 수익률이 높다고 해서 이를 '고리대금업'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이 서비스가 정착이 잘 안 돼 있는데 고객들도 장기할부라는 점에서 상환금액이 얼마인지를 잘 따져보고 선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금융감독원 여신전문서비스실 이준수 여신전문총괄팀장은 "카드사들이 조달금리 하락 등의 영향으로 리볼빙 서비스 금리체계를 현금서비스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 산정, 여신협회를 통해 공시하고 있다"며 "금감원에서는 카드사와 가맹점이 수수료 등을 공정하고 형평성 있는 가격을 책정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리볼빙 금리인상 관행 개선,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는 약관 개정 등 제도개선에 주력하면서 카드사들이 적정수준의 금리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회원과 약정한 기간 동안은 금리를 인상할 수 없도록 리볼빙 약관을 개정하고 영업현장에서 소비자가 알아야할 금리 등에 대해 충분히 고지하도록 유도해 상당부분 개선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컨슈머파이낸스=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