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 김순택의 도전과 책임

2010-11-24     뉴스관리자

동서고금을 통틀어 성공한 1인자의 뒤에는 반드시 뛰어난 2인자가 있었다.  

 

그 유명한 사자성어 삼고초려(三顧草廬)로 삼국지에 데뷔한 제갈량이 대표적 캐릭터다. 당시 유비의 촉한은 전혀 체계가 잡혀 있지 않았다.

인재가 거의 없어 내실은 부실했고 외교도 불통인 상태로 고립무원이었다. 제갈양이 나서 오나라와 동맹관계를 형성하고 인재를 불러들여 나라의 체계를 잡았다.

 

물론 전쟁에서도 탁월한 지략을 발휘해 적벽대전의 대승리를 이끌었다.

 

제갈량은 특히 스스로 제위를 탐내거나 1인자가 되려는 야심 없이 주군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었고 주군인 유비 역시 그를 믿고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하는 통근 1인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유비가 죽음이 임박한 시점에 제갈량에게 양위를 물려주려고 했으나 이마저도 거절했다. 주군과 참모, 1인자와 2인자의 가장 이상형을 보여준 인간관계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사에도 유명한 2인자가 있다. 고려말 정도전은 이성계의 됨됨이를 보고 스스로 그의 참모가 돼 쿠데타를 모의하고 성공시켜 이성계에게 천하를 움켜쥐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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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건국 후에도 정도전은 조세제도와 토지제도를 정비하고 새 정권을 창출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백성들의 지지까지 이끌어내는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성계는 나랏일을 아예 모두 정도전에게 맡겼고 정도전은 명실상부한 조선의 2인자가 되었다. 정도전이 없이 조선건국은 이성계의 한단지몽(邯鄲之夢)에 불과했을지 모를 일이었다.

 

세계 최고의 부자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에게도 훌륭한 2인자가 있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의 CEO인 스티브 발머다.

 

하버드대 동문인 빌 게이츠의 삼고초려로 입사한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희대의 걸작 MS-도스 개발을 이끌어낸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MS-도스의 이전 버전인 시애틀컴퓨터의 DOS를 인수한 것이다.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넷스케이프를 찍어누르는데도 스티브 발머의 공격적인 성향이 빛을 발했다는 후문이다.

 

사교적이면서 치밀한 스티브 발머가 천재적이지만 다소 내성적이었던 빌게이츠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성장을 이끌었던 셈이다.

 

기업의 성공에도 2인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고경영자(CEO)를 보좌하는 최고재무관리자(CFO), 최고정보보호책임자(CPO), 최고운영책임자(COO), 컨텐츠기획책임자(CCO) 등의 새로운 직책이 속속 신설되는 현상도 2인자 역할의 중요성을 반증하고 있다.

 

기업의 2인자는 CEO의 의중을 가까이서 헤아리고, CEO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와 지식, 대책을 제시해준다.

 

사회가 전문화되고 경제가 복잡해지면서 이 같은 전문적인 지식과 다양한 정보로 무장한 2인자들의 역할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인자는 또 견제와 직언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우직함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1인자의 독단이나 독선을 막는 것도 참모의 역할 중 하나다.

 

이 때문에 기업 1인자의 제1덕목은 정보나 지식, 전문성을 갖추는 것보다 인재를 잘 모으고 이들을 육성, 활용하는데 있다. 기업마다 ‘인재경영’을 외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삼성그룹의 새 컨트롤타워 조직 책임자에 김순택 부회장이 내정됐다.

 

삼성그룹 컨트롤타워는 삼성그룹의 일사불란한 전략과 미래를 책임지는 막중한 조직이다.

 

김부회장 자신도 "신설되는 그룹의 컨트롤타워가 신수종ㆍ신성장 사업을 구상하는 조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재경영도 언급했다. “이건희 회장이 앞만 보고 인재를 중시하라고 말씀하셨다"며 "회장의 경영방향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실현해 나가겠다"고도 말했다.

 

2인자로서 가까이서 CEO를 보좌하고 2인자의 고유업무인 전략과 전술을 지휘해 나가겠다는 의지다.

 

최근 출간된 ‘삼국지에서 배우는 2인자의 리더십’이라는 책에서는 2인자의 책임과 역할을 이렇게 논했다.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계발,발전시켜줄 수 있는 1인자를 선택한다.

-지엽적인 문제보다는 전체를, 현재보다는 미래를 내다본다.

-원칙을 내세워 말하고 조직 내에서 촉매 역할을 한다.

-경쟁상대를 면밀히 분석하고 결정적인 순간을 노린다.

-그 어떤 유혹에도 자기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1인자의 잘못을 과감히 지적하고 사사로운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위기상황에서는 변신과 모략으로 훗날을 기약하며 몸을 움츠린다.

-자신을 낮추어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자기 잘못은 스스로 책임지고 결코 좌절하지 않는다.

-1인자의 사적인 문제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김순택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제갈량으로 거듭날지 지켜볼 일이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최현숙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