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정몽구회장,외환은행서 1조원 인출..'쩐의 전쟁'가열

2010-12-02     유성용 기자

정몽구 현대.기아차 그룹 회장이 결국 외환은행을 향해 고성능 폭탄 하나를 투척했다. 현대건설 매각 주간사인 외환은행에서 적어도1조원 규모의 예금을 빼 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인수 경쟁이 결국 시아주버님( 정 회장)와 제수씨(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간의 '쩐의 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약1조원 인출은 경고 폭탄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앞으로 얼마를 더 인출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정 회장이 '뿔' 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외환은행이 채권단의 동의 절차도 없이 변호사를 앞세워 현대그룹과 현대건설 매각 양해각서(MOU)를 교환한 데 대해 분개하고 있다는 것.    

정 회장의 강공에 외환은행도 비상이 걸렸다. 급기야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그룹에 프랑스 나티시스은행과의 대출계약서를 7일까지 제출하지 않으면 MOU를 해지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현 회장이 수세로 몰리고 있는 셈이다.현대건설의 주요 채권단 일원인 정책금융공사도 현대그룹 컨소시엄에 참여한 동양종합금융증권의 풋백옵션 투자조건에 대해 금융당국에 사실 확인을 의뢰키로 했다. 떳떳하면 모두 보따리를 풀어 자료를 제출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매우 강한 톤의 보도자료까지 냈다.이날 외환은행이 채권단의 동의 없이 자문 변호사를 통해 현대그룹과 MOU를 체결한 것은 주간사로서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특히 그러한 중요한 행위를 변호사에게 대리시킨 것은 직무유기라고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이어 "운영위원회 협의를 거쳐 양해각서를 체결하겠다던 외환은행이 태도를 바꿔 비밀리에 양해각서를 체결한 데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다"고 압박했다. 


이에 앞서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1일 "외환은행의 현대건설매각 이익은 하나금융 몫으로, 전 대주주인 론스타가 중간 배당을 통해 가져가지 못한다"고 못박았다.

김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을지로 본점 대강당에서 열린 하나금융 창립 5주년 기념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외환은행의 현대건설매각 이익은 내년 1분기에 반영된다"며 "론스타는 올해 말 실적까지를 반영해 중간배당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내년에 발생하는 매각 차익은 하나금융의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론스타와 외환은행 지분 인수 계약을 하면서 이 같은 사안을 명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이 외환은행에서 돈을 계속 인출하면 이 은행 인수 계약을 체결한 하나은행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