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용산전자상가'용팔이'들 사라졌나?

바가지.강압 흥정 자제 분위기 속 인터넷 최저가 도전 매장도 등장

2010-12-13     양우람 기자

오랜 기간 국내 전자제품 거래의 메카로 자리매김 해온 용산전자상가. 하지만 비슷한 점포가 수없이 밀집돼 있는 까닭에 지나친 호객행위가 빈발하고 어리 숙한 고객에게 덤터기를 씌우는 판매 수법으로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왔다.

얼마전에는 흥정하는 손님에게 폭력을 가하겠다고 협박하는 한 게임 매장 직원의 육성이 그대로 방송을 타면서 이들을 경멸적으로 칭하는 ‘용팔이’라는 용어로 세간에 더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도 용산전자상가에서 덤터기를 썼다며 하소연하는 제보들이 들끓는다. 과연 한국 전자유통의 메카인 용산전자상가의 진면목은 어떨까? 

◆ 일부 점포 바가지 씌우기 여전  
12일 휴일 아침 쌀쌀한 날씨였지만 용산전가 상가에는 이른 시간부터 전자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각지에서 모인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용산역 하차 후 3번 출구 밖의 터널을 빠져나와 터미널상가로 진입하는 유리문을 열었다. 출입구 양옆으로 디지털카메라가 잔뜩 진열 돼 있는 판매점이 눈에 들어왔다. 어디선가 “찾는 것 있으세요?”라는 물음이 들려왔지만 가던 길에 신경이 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이중 ㅎ매장에 들러 미리 인터넷 최저가(349,600원)를 확인해 둔 니콘 쿨픽스 S8100(디지털카메라)의 가격을 물었다. 매장 직원은 바로 가격을 알려주지 않고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라는 말로 흥정을 유도했다.

어리숙하게 그런거 없다고 하자 38만원에 줄 수 있다고 선심쓰듯 말했다. 이어 현금으로 하면 추가 할인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근처의 ㄷ매장이 부른 가격도 인터넷 최저가 보다 2만원 가량 비쌌다.


건물을 빠져 나와 나진전자 상가 12, 13동 내 게임매장 밀집지로 걸음을 옮겼다. 처음의 디지털카메라 매장과는 달리 이곳에서의 호객 행위는 예년과 같이 극성스러웠다. 가정용 콘솔 게임기인 마이크로소프트 Xbox360 4G 아케이드 본체 가격(인터넷 최저가 256,400원)을 알아봤다. 

이곳 게임 매장들은 우선 현금이냐? 카드냐? 결제 수단부터 물어봤다. 현금 결제시 2만원 추가 할인된다고 귀뜸했다. 그렇게 제시한 가격은 ㄹ매장 28만5천원, ㅎ매장 28만원으로 인터넷 최저가 보다 조금 비쌌다. 

다음으로 TV,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제품 판매가 전문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나진 전자월드 18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 매장에서 올해 5월 출시된 LG 전자의 32인치 LCD TV 32LD320(인터넷최저가 584,510원)의 가격을 알아봤다.

ㅎ매장 주인은 “75만원이지만 이전 모델과 품질 차이가 없다. (전 모델을) 60만원 초반대로 맞춰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인근 ㅅ매장에선 해당 모델이 62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이어 나진상가 옆 컴퓨터 부품 매장이 즐비한 전자타운으로 가서 데스크탑 용 메모리 삼성 DDR3 2G 10600 SAM(인터넷 최저가 23,120원)의 가격을 알아봤다. 3층의 ㅈ매장은 3만원이라고 알려줬고 2층의 ㅋ매장은 2만4천500원으로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용산전자상가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인터넷 최저가 보다는 비싸지만 심각한 바가지 수준은 극소수였다. 일부 판매자들에게 인터넷 가격보다 물건이 비싼 것 아니냐고 묻자 “그럼, 인터넷에서 사라”는 심드렁한 답변이 돌아왔다.  

전자사전을 사러 왔다는 소비자 차용(남. 32)씨는 “인터넷 최저 가격을 알아보고 왔는데 대부분 가격이 비쌌다. 가격 흥정이 잘 안되면 물건이 창고에 있다며 보여주는 것도 꺼려해서 쇼핑이 불편하다”고  불만을 표했다.


 

◆ 인터넷보다 싼 ‘아이팟’…발품 잘 팔면 ‘잭팟?’

그렇다고 용산전자상가 내에 위치한 7000여개의 판매점 모두가 물건을 비싸게 팔고 있다는 단정은 섣부르다. 실제 이날 현장을 방문해 몇 몇 품목의 판매가를 확인한 결과 소수이긴 하지만 인터넷 평균보다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는 물건도 있었다.

특히 애플에서 출시한 MP3 아이팟 최신 모델의 경우 다수의 매장에서 인터넷 최저가 보다 오히려 가격이 싸서  여타의 품목과 대조를 이뤘다. 아이팟 나노 16G(6세대)의 인터넷 최저가는  25만원이었지만 나진상가 12동의 ㅇ매장은 20만원, ㄷ상가는 22만원에 물건을 내놨다.

아이팟 터치 32G(4세대)의 인터넷 최저가는 41만9천원이지만 상당수의 매장에서 37~38만원 사이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이밖에 니콘이 10월 말 출시한 보급형 DSLR D-7000은 120만~125만 사이에 판매되고 있어 인터넷 최저가격(1,419,940원)에 비해 훨씬 싼 가격에 제품이 팔리고 있었다.


특히 ㄱ카메라 매장 직원은 대뜸 모델명을 지목하고 가격을 알아봤음에도 “현재 D-7000에 동영상 촬영 중 불량화소가 발견된다는 문제가 들끓고 있다”고 귀뜸하는 의외의 모습을 보였다.

또한, 품목과 상관없이 용산전자상가 내 상당수의 판매점들이 인터넷 최저가를 기준으로 판매가격을 책정하고 있었다. 기자가 특정 제품의 가격을 묻자  다수의 판매원들은 해당 모델명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본 후 최저 가격을 전후해 판매가를 알려줬다.

ㅋ 게임매장 직원은 “요즘엔 대부분의 소비자가 인터넷 최저가를 확인하고 용산을 찾는다”며 “판매자가 나이가 많거나 TV, 냉장고 등 고가의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면 가격을 뻥튀기하는 일은 드물다”고 말했다.

일부 예외는 있지만 제자리를 찾아 가는 가격과 함께 용산전자상가에 생긴 가장 큰 변화는 호객 행위가 현저히 줄었다는 것이다. 터미널상가 일부 카메라 매장과 나진상가 12동의 게임 매장을 제외하곤 일체의 호객행위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이 마저도 찾는 물건을 묻는 수준이지 예전과 같이 쇼핑에 혼잡을 주는 정도는 아니었다. 실제 상가 밀집 지역 곳곳에 “호객 행위를 하는 판매자에게는 물건을 사지 맙시다”라는 입간판이 걸려 있을 정도로 상인들 스스로가 눈꼴 사나운 과당 경쟁은 자제하자는 분위기이다.  

아이팟 터치를 사러 왔다는 김인영(여. 28세) 씨는 “많은 제품이 대체로 인터넷 가격보다 비싼 편이지만 발품을 잘 팔면 싼 물건이 보일 때도 있다. 호객행위도 많이 줄어 편안하게 다닐 수 있게 돼서 좋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계 없음)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양우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