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매니아들이 아이폰을 버리는 까닭은?
엄목포작(掩目捕雀) 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이 말은 '눈을 가리고 참새를 잡으려 한다'는 뜻으로 정작 중요한 일을 건성으로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요즘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의 애플의 영업전략을 보며 문득 이 사자성어가 떠올랐다.
애플의 독특한 영업과 AS전략은 언론과 유저들로부터 자주 매를 맞아왔다. 아이폰의 고유 AS 정책은 물론 액세서리 비용 등이 경쟁사에 비해 턱없이 비싸기 때문이다.
애플은 아이폰이 나오기 이전에도 아이팟, 매킨토시 등을 통해 국내에 수많은 '애플매니아' 들을 갖고 있었다. 거의 '애플 신도'에 가까운 이들은 애플 특유의 AS 방식인 '리퍼'제도에 불편해하면서도 "그래도 애플이니 그 정도는 감수한다"며 무한한 애정과 신뢰를 보내왔다.
그러나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아이폰을 통해 애플과 만난 새로운 소비자들은 ‘애플매니아’들처럼 애정과 참을성이 많지 않다. 특히 삼성·LG 등 한국 휴대폰의 보증기간 내 무상수리를 당연히 생각해왔던 이들은 작은 부품 한 개만 고장 나도 리퍼제품으로 통째 교환해야 하는 불편함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리퍼'제도는 AS 시 파손 및 고장 난 애플제품을 수거해 기존 부품과 새로운 부품 및 케이스를 활용해 재제작한 제품으로 교환해주는 것. 애플의 방침상 원래 1년 내에는 무상으로 리퍼제품을 제공하게 되어 있으나 소비자과실이 조금이라도 있는 경우에는 29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포털 사이트에는 “리퍼제도가 다른 나라에서도 적용된다고 하지만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까다롭게 적용된다”거나 “조그만 흠집 하나 있어도 바로 무상리퍼를 거부당하는데 볼륨키 하나 고장 나도 29만원이나 내야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비난이 빗발친다.
결국 이러한 여론과 정부의 압박에 밀려 애플은 지난 9월 부분수리 제도를 도입했다. 대우일렉서비스, 튜바, 한빛마이크로시스템, KMUG, 유베이스 등 5개 업체와 위탁 계약을 맺고 어느 나라에도 없는 부분수리를 해주고 있다.
부분 수리는 강화유리, 카메라, 모터/바이브레이션 등 세 부분으로 각각 3만9천원, 7만9천원, 3만9천원의 비교적 저렴한 비용을 받는다. 하지만 이외 부분의 파손 및 고장의 경우에는 동일하게 ‘리퍼’제도가 적용돼 절반의 불만 껐다.
한국에서 아이폰3GS가 출시된 지 1년이 된 지난달 말부터는 이제부터 터질 배터리 효율성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배터리를 유상교환해주기로 했는데 그 비용이 14만5천원에 달해 다시 한번 비난 여론이 일었다. 리퍼비용인 29만원의 절반 가격이라고는 하지만 경쟁사 스마트폰인 옵티머스 원의 1만5천원, 갤럭시S의 2만8천원에 비해서 월등히 비싸다.
그마저 해외보다도 비싸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은 다시 한번 뒤통수를 맞았다.
애플은 배터리만 바꾸는 것이 아닌 하판케이스까지 함께 교체해주기 때문에 비싸다고 하지만 소비자가 하판케이스를 뺀 배터리 교체만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고 보니 구차한 변명처럼 들린다.
애플의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한 소비자들은 사설업체를 찾고 있다. 한번 사설업체를 이용하게 되면 소비자는 이후 애플의 공식 AS를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런데도 사설수리업체는 성업중이다. 애플이 소비자들을 이곳으로 밀어내는 것이다.
애플에 대한 불만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이폰 액세서리 가격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취향에 따라 구매하는 액세서리는 차치하고서라도 액정보호필름, 케이스, 연결케이블 등 필수 액세서리의 가격도 경쟁 제품에 비해 수 배에 달한다.
애플의 아이폰은 분명히 매력적이다. 그렇기에 갖가지 불편에도 아이폰 열풍은 계속되고 있다. 사랑받는 사람이 사랑해주는 사람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있듯이 애플도 애플 고객에게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 이상으로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 애플에 대한 소비자들의 애정이 애증으로 변하지 않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