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중고차 허위매물 낚시 이렇게 한다

알바가 엉터리 매물 올리고 방문 유도..걸리면 바가지 폭삭

2010-12-15     유성용 기자

서울 방학동의 한 모(남.34세)씨는 얼마 전 중고차 매매사이트를 검색하던 중 98년식 8만km 주행한 SM520 차량이 400만원에 판매되는 것을 발견했다. 무사고인데다 시세보다 30%정도 파격적으로 저렴했다.

몇차례에 걸쳐 전화로 매매상태를 확인 후 팔리지 않았다는 소리에 한달음에 달려갔지만 엉뚱한 딜러로부터 '이미 팔린 차'라는 딴소리를 들었다.

인터넷 중고차 시장에 낚시성 허위매물이 넘쳐나고 있다는 보도가 연일 잇따르고 있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모양새다.

소비자 상담센터 조사에 따르면 2010년 2분기 중고차 매매 관련 상담은 2천658건으로 1분기보다 22.1% 증가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도 허위매물에 대한 불만이 들끓고 있다.

기자가 직접 현장을 찾아 나섰다.

14일 서울 강남구 장지동에 위치한 강남중고차매매단지. 쌀쌀한 날씨였지만 단지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찾으시는 차량 있으세요' '싼매물 있어요'라며 호객행위가 기승을 부렸다. 길을 걷기 힘들 정도의 호객 때문에 눈살이 찌푸러졌다.


여느 소비자들과 마찬가지로 매매단지 방문에 앞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시세보다 사양이 좋고 가격이 저렴한 몇몇 매물을 점찍었다.

6천km 주행한 04년식 뉴EF 쏘나타(50만원)와 6만km 주행한 02년식 SM520(580만원) 모델이 기자의 눈길을 끌었다. SM520의 경우 시세보다 100~150만원 정도 저렴했으며, 뉴EF 쏘나타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가격이 게시돼 있었다.


◆"찾으시는 차량 있습니다. 얼른 방문하세요."

사이트에는 차량 설명과 함께 허위매물 신고 버튼이 설치돼 있다.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 아예 딜러의 얼굴 사진도 게재돼 있었다. 심지어 아들딸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을 걸어 놓는 판매자도  있었다. 뉴EF 쏘나타의 판매 딜러는 2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이었다.

실제로 앳돼 보이는 목소리의 여성이 전화를 받았다. 기자는 매물이 마음에 든다며 계약금을 걸겠다고 했다. 그러자 딜러는 얼마 되지도 않는 계약금은 필요 없다며 무사고에 물건이 확실히 있으니 방문하기를 종용했다.

한 시간 가량 뒤 지인을 통해 다시 한번 매물이 확실한 지 확인해봤다. 딜러는 여전히 계약금을 마다했으며 방문을 재촉했다.

매매단지에 도착해 안내 받은 곳은 1평 남짓한 방. 테이블과 4개의 의자가 놓여있었다. 상담 및 계약이 이뤄지는 곳으로 보였다.

잠시 뒤 나타난 딜러는 통화했던 여성이 아닌 40대 남성이었다. 사이트에서  봤던 뉴EF 쏘나타를 이야기 하자  딜러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그런 가격의 차량은 대포차거나 폐차장에서 주워온 것이 아니면 불가능하다"며 다짜고짜 다른 매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허위매물 낚시영업에 제대로 걸린 순간이었다.

◆허위매물은 소비자 심리 이용한 홍보수단

딜러의 안내대로 다른 차량을 보기로 했다. 전화를 받은 또 다른 딜러가 나타나 기자를 안내했다. 매매단지는 3만대 가량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딜러들은 모든 차량 상태가 간략하게 기록된 책자로 소통하고 있었다.

새로운 차를 볼수록 따라 붙는 딜러의 수도 늘어만 갔다. 중고차를 보유한 매매상사가 각기 다르기 때문.

허위매물 이야기를 넌지시 꺼내자 딜러는 의외로 순순히 사실을 인정했다.

일종의 홍보수단이라는 것. 알바생들이  사이트에 허위매물을 올려놓고 클릭 수와 계약건수에 따라 수당을 받는다는 것이다.

최저가를 염두하고 단지를 방문한 소비자는 거의 모두 이 알바 매물에 낚인다는 설명이었다.

매매단지에서 만난 천안시 쌍문동의 유 모(남.30세)씨는 "인터넷을 통해 연식, 가격 등을 비교해 저렴한 매물을 보고 왔는데 막상 방문하니 엉뚱한 차들만 보여주면서도 쉽사리 놔주지 않더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기자 또한 딜러들의 손에 이끌려 4대의 차량을 1시간 가량 살펴본 뒤에야 단지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시세보다 저렴했던 SM520의 경우도 뉴EF 쏘나타와 마찬가지로 허위매물이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