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회장, 거액 소송서도 패배 '사면초가'
현대건설 인수자금 논란으로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하이닉스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2심에서도 패배해 사면초가로 내몰리게 됐다.
특히 현대건설 인수자금 마련에 분주한 현대그룹이 수백억원대의 배상금까지 물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현대그룹의 재무위기론이 다시 불거질 분위기다.
◆ 건설 '인수자금' 논란에 치이고, 남편 비자금 논란에 또…
서울고법 민사12부(재판장 박형남 부장판사)는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산업)가 ‘故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비자금 조성 등으로 끼친 손해를 배상하라'며 현 회장 등 8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현 회장 등 6명은 하이닉스에 모두 48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비자금 중 상당액이 현대전자산업의 이익을 위해 사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故정 회장 등이 회사성장에 공헌을 한 점, 피고인들의 재직기간과 의사결정 영향력 정도 등을 감안해 배상범위를 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현 회장이 비자금 조성이나 한라건설 지원으로 생긴 피해액의 70%와 코리아음악방송 등 계열사 지원으로 발생한 피해의 40%를 책임지는 것이 합당하다"고 설명했다.
법원에 따르면 故정 회장은 외화매입을 가장하는 등의 방식으로 1996∼2000년 비자금 약 290억원을 조성, 자신이 승인한 인물 등과 함께 임의로 소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하이닉스는 지난 2006년 故정 회장의 부인이자 유일한 상속인인 현 회장과 현대전자산업 전직 임직원 등 8명을 상대로 총 820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지난해 1심 재판부는 "현 회장 등이 574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 法 "현정은 480억원 배상" VS 그룹 "가혹한 판결…상고할 것"
이 같은 2심 판결이 나오자 현 회장의 변호인은 "가혹한 판결"이라며 대법원에 상고 의사를 밝혔다.
이와 관련 현 회장 변호인은 "재판부의 판결은 존중하지만 '위장계열사' 코리아음악방송 지원금액 관련 대환이 인정되지 않아 손해액이 과다하게 산정된 점은 승복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또 "현 회장은 당시 상속인으로서 부채를 더 많이 물려받았고, 가정주부로서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던 점 등이 반영되지 않아 매우 유감스럽다"며 "당사자인 故 정몽헌 회장이 법정에서 당시 경위를 직접 밝힐 수 없는 상황인데다가, 상속인에게 상속 당시 인지하지 못했던 사안의 책임을 과도하게 지우는 것은 무리라는 점이 재고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채권단 재무약정 체결 압박 거세질 듯
현대그룹에 대한 법원의 480억원 배상 판결이 나오자 벌써부터 재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현대그룹 채권단의 재무약정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대건설 인수자금에 대한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480억원 가량의 배상금까지 가세, 현대그룹의 재무악화에 대한 우려감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채권단 측은 최근에도 언론을 통해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자금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채권단은 우선적으로 재무약정 체결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면서 "현대그룹이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소송 등의 후속 절차를 논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등의 의견을 나타낸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 입장에서 2심 판결결과에 따른 배상금은 적은 금액일 수 있다"며 "하지만 그룹의 경영권이 달려 있는 건설 인수를 위한 자금조달이 빠듯한 상황에서 수백억의 배상금은 현대그룹 입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특히 배상금 액수보다도 채권단의 재무약정 압박 수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그룹 측에 적지 않은 부담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류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