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공백에 경영 '빨간불'
검찰이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앞으로 한 차례 더 소환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재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자금 조성 의혹의 핵심인물로 지목됐던 홍동욱 여천NCC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등 의혹 입증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재벌 총수를 3번이나 소환조사하겠다는 것은 '검찰의 무리한 표적수사'라는 지적이다.
특히 한화그룹은 수개월간 지속돼 온 검찰수사로 내년도 사업계획을 확정치 못한 것은 물론 계열사의 인수합병 문제에까지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檢, '이례적' 재벌총수 3회 소환조사 계획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서부지방검찰청 형사5부(부장검사 이원곤)은 지난 15일 오후 2시경 김 회장을 재소환, 11시간에 걸친 장시간 조사를 진행했다.
이날 검찰에 출두한 김 회장은 첫 번째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비자금 조성 등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김 회장을 한 번 더 불러 추가조사를 벌인 뒤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계획이다.
이로써 김 회장은 이번 사건으로 검찰에 총 3번 소환, 조사를 받게 된다. 재벌총수를 단일 사안으로 두 번 이상 소환조사한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관련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 회장 역시 지난 15일 "두 번이나 소환됐는데 심경이 어떠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건 좀 심한 것 아니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한화그룹은 3개월여간 검찰수사가 계속되면서 신규사업 추진 등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이번 비자금 사건의 지원지인 한화증권은 푸르덴셜투자증권 합병작업이 제동이 걸리는 등 경영상의 차질도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미 금감원의 심사를 완료 받고 금융위원회의 승인여부를 기다리고 있어야할 싯점이지만 한화그룹과 관련된 검찰조사가 장기화됨에 따라 계열사 사업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는 것.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증권사 합병 문제보다 푸르덴셜자산운용의 자회사 편입 문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푸르덴셜자산운용이 한화증권 자회사로 편입될 경우, 자연스레 김 회장이 대주주로 올라서게 되는데 김 회장의 혐의가 사실로 인정되면 앞으로의 증권사 합병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화증권의 지분 0.37%를 보유하고 있는 김 회장은 한화L&C 등과 함께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한화그룹 관계자는 "장기화되는 검찰수사로 그룹 뿐 아니라 계열사들이 모두 신규사업 추진, 우수 인력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특히 예년 같았으면 이미 수립됐어야할 내년도 경영계획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는 "16개의 계열사 및 협력사의 압수수색과 수백여명의 임직원 소환도 모자라 기업 총수를 두 번 이상 소환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검찰의 수사에 대해 반감을 드러냈다.
◆ 핵심인물 영장기각…표적수사 논란 솔솔~
재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재계 한 관계자는 "십여차례에 걸친 계열사 압수수색에서 비자금 정황이 포착되지 않았고, 한화 비자금 사건의 '핵'으로 지목됐던 홍동욱 사장의 영장까지 기각되는 것을 보면 이번 검찰 조사가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며 조심스런 입장을 비췄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 측 역시 태광, 한화 등 계속되는 검찰의 기업수사와 관련 "기업 수사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경제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진실은 밝히되 기업과 경제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검찰은 수사에 신중을 기해주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류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