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강제화 상속분쟁 순식간에 봉합..내막은?
소위 '딸들의 반란'이라 불린 금강제화 남매간 상속분쟁이 일순간에 종식되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강제화 상속 분쟁은 선대 타계 후 13년이 흐르고 유산배분도 마무리된 상황에서 두 딸들이 큰오빠를 상대로 나선 소송이어서 남다른 관심을 끌었다. 이들은 1년여의 시간동안 5차례의 공판을 벌이는 등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긴장된 상황을 연출했다.
하지만 최근 마지막 선거 공판을 앞두고 양 측은 극적인 합의를 이뤘다. 두 딸들이 마지막 카드로 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뒤였다.
◆딸들의 반란 왜?
지난 1월 5일 금강제화 창업주인 고 김동신 명예회장의 2남 4녀 중 5·6녀인 숙환씨와 정환씨는 큰 오빠인 김성환(65) 현 회장을 상대로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유류분은 유언의 유·무 혹은 그 내용에 상관없이 상속권자가 일정 비율의 상속 재산을 받을 수 있는 권리로 최소한도의 상속분을 보호받을 수 있음을 뜻한다.
두 딸들은 소를 제기하며 "아버지는 사망 전 큰 오빠에게 874억원, 작은 오빠에게 182억원 등 총 1천200억원을 증여했지만 우리는 각각 35억원 정도의 토지와 현금을 상속받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뒤늦게 상속분에 큰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됐고 각 70억원씩 돌려받아야 하지만 먼저 15억원만 청구한다"고 덧붙였다.
딸들은 1997년 김동신 전 회장이 사망했을 때 오빠인 김 회장이 아버지의 재산이 거의 없다고 자신들을 속였다고 폭로하며 이후 사실을 알게 됐으니 유류분 몫을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김회장이 이를 계속 이행하지 않았다며 소 제기의 변을 대신했다.
올 초 제기된 소송은 이후 지난 10월까지 근 1여년 동안 5번의 공판을 거치며 지루하게 이어졌다. ◆'비자금 의혹'불거지자 돌연 분쟁 종결?
그러던 분쟁이 선고공판을 일주일여 앞두고 돌연 조정으로 마무리됐다.
지난 10월 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부장판사 신일수)에 따르면 김성환 금강제화 회장의 두 여동생들이 제기한 소송은 1인당 20억원씩을 받는 것으로 조정 됐다.
아울러 이는 유류분 계산에 의한 것이 아닌 형제사이의 배려에 따른 것임을 쌍방 확인한다고 조정서는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김성환 회장의 비자금 의혹이 수면으로 불거질 것을 우려해 조정을 서두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선고공판에 앞서 9월 14일 열린 5차 공판에서 두 딸들은 김 회장이 상품권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회계조작을 통한 법인세 탈루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주장했기 때문.
당시 법원 측은 이번 사건과의 연관성 결여를 이유로 원고 측의 주장을 배제시킨 채 10월 12일 선고공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에 대해 금강제화 관계자는 "공판 중 원고 측에서 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것은 맞지만 아무런 자료제시 없이 구두로만 언급된 것"이라며 "조정의 배경이 됐다거나 하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개인적인 일이지만 길게 끌어서 좋을 일은 아니고 기업 이미지를 고려해 가족 간 조정 합의하자는 이야기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비자금 조성 어떻게?
두 딸들의 입에서 비자금 조성 의혹이 언급되긴 했으나 구체적 정황이 담긴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상품권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조성했다는 것에서 유추해 볼 수는 있다.
지난 2005년 제화 업계 등 상품권 발행업체의 법인세 탈루를 조사한 국세청에 따르면 제화사들은 액면가 10만원짜리 상품권을 판 뒤 매출 9만1천원에 부가가치세 9천원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매출을 누락시켰다.
상품권은 면세대상인 유가증권으로 액면가 10만원 짜리 상품권을 팔면 매출을 10만원으로 잡아야 한다. 매출 누락분 9천원은 법인세 추징 대상이다.
이는 개인 신용카드 고객들에게 상품권 전용 단말기를 사용하지 않고 일반 카드 단말기로 결제하는 편법 영업으로 가능해진다.
소비자들은 회사의 탈세를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한 대가로 상품권 구매액을 연말정산 받게 되는 셈이다.
현행법상 신용카드로 상품권을 사면 연말정산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며 세금계산서 발급 또한 금지돼 있다.
2010년 현재 상품권 시장 규모는 20조원. 이 중 제화 상품권의 비중은 10%인 2조원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모든 상품권 발행업체가 비정상적 영업을 한다고 보기는 힘들기에 정확한 탈세 규모는 파악하기 힘들다.
다만 제화업체들의 매출 구조를 통해 대략적 규모는 알 수 있다.
김정부 한나라당 의원이 2004년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재정경제부 국정감사에서 내놓은 자료를 보면 제화 업체들의 2003년 상품권 발행액은 총 1조9천여억원. 상품권 발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금강, 에스콰이아, 엘칸토 등 3사의 재무제표상 판매액은 3천180억원에 불과했다.
차액인 1조6천억원어치 상품권이 일반 상품 판매 형태로 국세청에 신고 되지 않은 채 유통되고 있음을 뜻한다.
◆체면 구긴 업계 1위 김성환 회장
금강제화는 김동신 전 회장이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서울 서대문 적십자병원 맞은편에 '금강제화산업사'라는 구둣방을 열면서 출발했다.
1960년대 초 광화문에 매장 1호점을 열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으며 현재는 산하에 (주)랜드로바, (주)비제바노 등 1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며 연매출이 1조원이 넘는 국내 제화업계 1위의 기업이 됐다.
과감한 투자로 대량 생산 설비를 갖춰 수제화가 대부분이던 시절에 기성화 시대의 물꼬를 틀며 승승장구했다.
김 전 회장은 창립 이후 10여년 간 회사를 맡아오다 1970년대 들어 장남인 김성환에게 회장 직을 물려주며 명예회장으로 물러난 뒤 1997년 11월 노환으로 사망했다. 재산 분배는 이듬해인 1998년 마무리됐다.
김성환 회장은 경영권을 넘겨받은 뒤 의류사업에 진출하는 등 사업 폭을 넓혀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왔다.
하지만 이번 상속분쟁 중 비자금 의혹 구설수에 휘말리며 체면을 단단히 구기게 됐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