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가방 휴대자 출입 통제 문제없나?
"고객을 도둑으로 불신"비난…외국에선 태그.CCTV로 해결
직장인 허운비(여.21세) 씨는 최근 롯데마트 청량리점을 방문했다가 불쾌한 일을 경험했다.
허 씨가 매장에 들어서자 직원이 앞을 가로막았다.
등에 맨 백팩이 문제였다. 롯데마트는 전 점포에서 일정크기 이상 가방휴대자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매장 입구에 걸려있는 견본가방보다 크기가 작다고 항의했지만 백팩은 크기와 상관없이 제외대상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허 씨는 불편함을 무릅쓰고 주차장 한켠에 마련된 물품보관함에 휴대품을 보관해야 했다.
허 씨는 “일전에 동일한 백팩을 휴대하고 롯데마트의 다른 점포를 방문했을 때는 어떠한 통제도 없었다. 무엇보다 도난의 위험성이 있는 고객으로 내몰려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부 대형마트들이 도난방지 차원에서 시행중인 가방 휴대자 출입제한이 고객 불신의 표출이 아니냐는 비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형마트 매장입구▲ 보안요원이 항시 상주하고 있다>
◆도난방지가 소비자의 몫?
하루 방문객이 수십만 명에 달하는 대형마트의 특성상 도난사고의 위험이 적지 않은 건 사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대형마트들이 IC칩과 무선을 이용한 차세대 인식기술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가 내장된 도난방지태그로 무장하고 있다.
하지만 설치비용 등의 문제로 크기가 작은 개별상품에는 이를 붙이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상품의 도난을 막기 위해 업체들은 매장 내에서 휴대가 가능한 가방의 크기에 제한을 두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 3사중 홈플러스를 제외한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이같은 출입제한을 두고 있다.
이마트 측은 매장 입구에 일정 크기 이상의 가방은 물품보관함에 보관해 달라는 안내만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직원의 통제가 아닌 소비자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또한 매장 입구에 직원이 상주하고 있지만 안내를 도울 뿐 통제를 위한 업무가 할당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 역시 같은 입장을 보였다. 매장 입구에 가로 세로 각 30cm 크기의 견본가방을 걸어놓고 이 보다 작은 가방만 출입이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백팩의 경우 크기와 상관없이 무조건 출입이 불가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매장 입구의 보안요원이 간혹 제재를 하는 경우가 있지만 주업무는 안내”라고 말했다.
반면 홈플러스의 경우 고객의 휴대품과 관련, 어떠한 안내와 통제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소비자를 믿는 것이 먼저다. 도난방지 프로그램 등이 있기 때문에 가방을 매는 건 소비자의 자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부작용도 있다며 “인터넷 게시판 등에 홈플러스에서 물건을 훔쳤다는 글을 종종 보게 된다”고 밝혔다.
가방으로 인해 출입을 제한당한 소비자들은 가방을 마트 한켠에 마련된 물품보관함에 넣어 두면 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 역시 협조를 빙자한 강요행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도난방지를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도난방지, 해외마트들은?
소비자들은 "고객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외치는 국내 대형마트들이 도난방지를 이유로 고객의 가방크기를 제한하는 건 전자태그시스템과 CCTV 설치에 따른 비용부담을 줄이려는 손쉬운 처방이 아니냐"며 불만스러워 하고 있다.
실제로 해외 대형마트의 경우 도난방지를 인력과 기술로 풀어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거의 모든 대형마트에서 가방에 대한 크기를 제한하고 있지 않다. 간혹 휴대품을 제한하는 일부 마트는 매장 입구에서 소비자의 소지품을 넣을 수 있는 투명한 가방을 제공하기도 한다. 캐나다는 다른 마트에서 구매한 제품이 담긴 비닐팩을 가지고 매장에 들어서도 규제하지 않는다.
프랑스 현지의 까르프 매장은 도난감시 직원들이 상주하고 독일 역시 계산대에 기울어진 거울을 설치해 카트 안쪽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큰 가방을 이유로 고객들을 불편하고 불쾌하게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녹색소비자연대 정영란 팀장은 “현재 매장 입장에 대한 조건과 기준은 사업자의 자율로 정하고 있다. 이에 대한 민원이 접수될 경우 개별적으로 업체에 시정권고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