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구제역 발생 연천.양주 농민들 "뭘 먹고 살아?"

2010-12-17     이경환 기자

"방역에 만전을 기한다기에 믿고 있던 마을에 구제역이 발생하니 당혹스러울 뿐입니다"

16일 오후 2시 구제역이 발생한 경기 연천군 백학면 노곡리 101번지 일대 양돈단지. 영화 10도 아래로 내려가 매서운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마을에는 주민들의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반경 500m이내에 있는 소와 돼지들에 대한 살처분 결정이 나면서 마을 분위기는 한층 더 을씨년스러웠다.

마을로 통하는 진입로에는 외부인과 차량의 출입이 통제된 가운데 방역을 위해 동원된 공무원들만 간혹 지나칠 뿐이었다.

또한 이미 시작된 소와 돼지들의 매립을 위해 구덩이를 파는 모습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구제역 확진판정을 받고 살처분만을 기다리는 소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김모(52)씨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방역에 만전을 기한다는 말만 믿고 있던 주민들은 구제역 확정판정에 모두 망연자실하고 있다"며 더이상 말을 잃었다.

그는 또 "확산방지를 위해 오늘 저녁이나 내일 아침에 살처분될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당장 보상이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뭘 먹고 살아야 할지가 더 문제"라고 말했다.

구제역 발생지역은 향후 3년간 축산업이 금지되기 때문에 이 지역은 사실상 앞으로 축산업을 이어나가기 힘든 실정이다.

마을주민들은 전날 오전까지 구제역 음성판정이 나오기만을 기다렸지만 돼지농장 두 곳에서 구제역 발병이 확정됨에 따라 반경 500m 내 축사를 갖고 있는 주민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반경 500m 내 9개 농가 1만1천856마리의 소와 돼지를 키우면서 부농의 꿈을 키웠지만 이번 일로 당장 생계가 위협당하는 처지가 됐다.


이같은 사정은 양주 남면지역도 마찬가지.

구제역이 확진된 권모씨의 양돈장을 중심으로 반경 500m안에 있는 우제류농가 13곳의 6천234마리의 소와 돼지에 대해서 굴삭기 10대와 공무원 100명, 경찰과 군인 100여 명이 동원돼 전날부터 살처분을 실시했다.

또 발생 양돈장 주변에는 검역원직원들과 수의사, 시 공무원과 경찰 수십 명이 현장으로 들어가는 모든 길목을 차단하고 살처분 현장에 대한 촬영에 대해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구제역 발생지역으로 분무형 소독차량들이 계속해서 유입되지만 영하 14도를 밑도는 한파가 겹쳐 차량소독분무기의 노즐이 얼어붙는 등 소독약을 분사 못하는 어려운 상황까지 발생했다.

살처분 현장을 바라보던 임모씨(59)는 "설마했던 일이 현실로 벌어진 것에 대해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 "확산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연말 송년 모임 등으로 소나 돼지의 도축이 늘어나는 시기에 이런 일이 벌어져 축산농가 전체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발을 굴렀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경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