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무계]"누가 내 새 블랙박스에 비밀번호 입력?"

2010-12-21     박민정 기자

직접 설정하지도 않은 비밀번호가 새로 구입한 블랙박스에 입력되어 있어 필요한 영상을 재생시키지 못한 소비자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만일 사업자가 결함 있는 상품을 공급했다면 제조물책임법에 의해 손해를 배상해야한다

21일 전북 익산시 남중동에 사는 최 모(여.29세)씨에 따르면 11월 중순경 G마켓에서 재원씨엔씨가 공급하는 차량용 블랙박스를 13만4천원에 구입했다.

블랙박스를 장착한 다음 날 최 씨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앞 차량이 끼어들어 피하려다 뒤 따라 오던 차량과 부딪치게 된 것. 그러나 사건을 유발한  앞 차량이 이미 도주한 상태여서 모든 책임을 최 씨가 뒤집어 쓰게 된  상황.

최 씨는 불행 중 다행히 블랙박스가 설치되어 있어 현장을 찍은 영상만 있다면 자신의 무 과실을 입증 할 수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안도했다.

하지만 작은 안도감도 잠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영상이 담긴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에 본인이 설정하지도 않은 비밀번호가 입력되어 있어 재생이 안됐기 때문.

다급해진 최 씨가 공급업체에 연락했지만 “새 상품에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고객이 사용 중에 비밀번호가 깐 것 같다“는 식으로 발뺌하기 시작했다. 업체가 중고품을 판 것 같아 의심스러운 마당에 오히려 자신에게 탓을 돌려 최 씨는 더욱 황당해졌다.

사건의 중요한 단서임을 강조하는 최 씨에게 재원씨엔씨 측은 “블랙박스와 메모리를 회수해 분석해 보겠지만 비밀번호가 설정된 이상 재생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며 환불해주겠다고 나섰다.

결국 최 씨는 결함이 있는 제품을 업체에 보냈지만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업체 측은 “결과는 2~3일 후에나 나온다”며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현재 자동차 보험업체에서 증거 제출을 재촉하고 있다. 하지만 업체의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며 최 씨는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재원씨엔씨 고객상담실 관계자는  “한 번도 발생한 적이 없는 클레임이다. 소비자가 메모리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비밀번호를 설정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현재 기술팀이 작업 중이며 잠금장치를 여는 과정에서 기술상의 문제로 데이터가 날아갈 수도 있어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전자거래팀 깁호태 과장은 “소비자가 비밀번호를 설정했다는 사실은 사업자가 입증해야 하며 이를 밝히지 못할 경우 그 책임은 사업자에게 있다”고 말했다.

“일차적으로 업체는 설정된 비밀번호를 해독할 의무가 있다. 만일 결함 있는 상품을 공급했다면 제조물책임법에 의해 손해를 배상해야한다. 또한 허위·과장광고를 통해 상품을 판매한 경우라면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 책임을 져야한다”고 설명했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박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