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重, '인력대수술' 예고…노사관계 먹구름 '잔뜩'
올해 초 600명의 생산직 직원을 구조조정하면서 노사간 충돌을 빚어왔던 한진중공업이 또 다시 400명의 근로자를 정리키로 하면서 노사간의 일촉즉발 위기감이 감지되고 있다.
사측은 "부산 영도조선소의 2년간 수주실적이 '제로'인 까닭에 경영상 이유로 해고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노조 측은 "수주결과에 대한 책임은 노동자가 아닌 경영진에 있다"며 구조조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밝히고 있어 양측간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한진重 노조, "2년간 수주 0건…경영진부터 해고해야"
17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진중공업지회에 따르면 한진중공업 사측은 지난 15일 노조 측에 생산직 직원 400명을 희망퇴직의 형태로 정리 해고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내용인즉 오는 20일부터 24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내년 1월5일 부산고용노동청에 정리해고 계획 신고 및 대상자 해고예고 통보를 한 뒤 내년 2월7일 해고하겠다는 것. 사측은 희망퇴직 인원이 400명을 넘지 않을 경우 정리해고 절차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한진중공업지회 측은 "경영진에서 수주를 의도적으로 안했는지 무능해서 못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난 2년간 영도조선소 수주실적은 '0건'"이라며 "반면 필리핀 수빅조선소에는 3년치 일감이 넘쳐나고 있고 지난 11월에는 8척의 컨테이너선을 추가 수주했다"고 전했다.
이어 "수주실적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면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의 아들이자 수주담당이사인 조원국 상무부터 먼저 해고해야 한다"며 "회사를 살리고 싶다면 현재의 무능한 경영진을 일선에서 퇴진시키고, 영도조선소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참신한 경영진으로 개편하라"고 덧붙였다.
특히 "한진중공업의 문제는 일개 노사간의 문제가 아니라 부산지역의 경제가 걸린 중대한 문제"라며 "노조는 부산시민들과 함께 한진중공업 경영진의 무능과 저의를 폭로하고 규탄하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 "규모의 경제 등 이유로 구조조정 불가피"
이 같은 노조 측 주장에 반해 한진중공업 측은 경영진에게는 아무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규모의 경제에 있어 뒤로 밀려난 영도조선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조직의 슬림화가 필수적이라는 것.
이와 관련 회사 한 관계자는 "국내 경쟁 업체의 조선소 면적이 150만∼200만평에 달하는 것에 비해 영도조선소의 규모는 8만평에 불과해 한 번에 여러 척의 선박을 제조할 수 있는 타 조선소와의 경쟁에서 뒤쳐진다"며 "또한 설립된 지 70여년이 지나 시설도 노후화되고, 인건비도 높은 탓에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설 노후 등으로 인해 업계 경쟁시장에서 밀려난 것이기 때문에 경영진에 이에 따른 책임은 없다"며 "조직을 슬림화시킨 뒤 시설을 정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수빅조선소는 영도조선소 10배의 규모에 인건비는 1/3 수준이며, 설립된지 2년여밖에 되지 않아 생산설비도 모두 현대화된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다.
일각에서 불거지고 있는 '수빅조선소로의 물량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서는 "수빅조선소와는 법인이 아예 다르기 때문에 물량을 몰아줄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한진중공업 노조는 사측의 구조조정안 발표에 따라 오는 20일 한진중공업 신관에서 야4당, 민생민주부산시민행동 기자회견을 가진 뒤 총파업 선포식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류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