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휴대폰 알고 보니 '먹튀' 다단계..먹이사슬
휴대폰 다단계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구입시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허위과장 가입 설명을 통해 소비자 가입만 유도해 수수료를 챙기고, 약속한 혜택은 제공하지 않은 채 '먹튀' 행각을 벌여 피해 소비자들만 발을 구르고 있다. 판매 경로는 '대리점-다단계판매회사-다단계회원-소비자'로 이어지는 먹이사슬 구조다.
24일 서울 이촌동에 사는 조 모(여.40세)씨에 따르면 그는 올 6월 지인의 친구 이 모씨로부터 '갤럭시A' 휴대폰를 구입했다가 큰 낭패를 겪었다. 조 씨는 휴대폰이 비록 구형모델이긴 했지만 판매자가 제시한 파격적인 조건에 귀가 솔깃했다.
2년간 갤럭시A 단말기 할부금을 대리점에서 매달 몽땅 대납해주는 것은 물론 2년 약정을 파기해도 대리점에서 나머지 할부금을 지급하며, 6개월 이상 사용하면 언제든 신형 갤럭시S로 무상 교환 할수 있다고 조 씨를 유혹했다. 조 씨가 사용하고 있던 단말기 잔여 할부금까지 대리점에서 대신 내주겠다는 믿기지 않는 조건까지 내걸었다.
조 씨는 "대리점에서 자체 진행 중인 행사라 아는 사람들에게만 특별히 서비스 해준다고 말해 의심하지 않았다"며 누가 봐도 좋은 조건이라 당장 가입했다"고 말했다.
당시 가입절차는 전화상으로만 이뤄져 조 씨는 계약서를 보지도 못했고, 직접 사인을 하지도 않았다.
문제는 가입한지 두 달째 되던 8월부터 불거졌다. 약속한 금액은 첫 달만 입금됐을 뿐 매달 청구서에는 전화요금에 더해 갤럭시A의 할부금 3만5천350원과 이전 단말기 할부금 8천원까지 얹어졌다. 가입비 4만원도 고스란히 조 씨에게 청구됐다.
불안해진 조 씨가 판매자 이 씨에게 수차례에 걸쳐 항의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기다려달라"는 말 뿐이었다. 결국 이 씨는 11월 잠적해 버렸다.
조 씨는 백방으로 구제 방법을 문의했으나 대리점은 이 씨가 자신들이 고용한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SKT에서는 합법적인 방법으로 구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제를 거절당했다.
취재 결과 조 씨가 구입한 상품은 경기도 소재 SKT 대리점과 연결된 통신유통 다단계업체 P사의 회원인 이 씨가 판매한 것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다단계업체까지 문을 닫아 현재로선 조 씨가 피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은 요원한 상황이다.
허위과장 가입 설명만 철썩 같이 믿었던 조 씨는 거의 100만원에 달하는 손해를 보게 된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구입한지 3개월 이내엔 청약철회가 가능하지만 조 씨의 경우는 6개월이 넘어 이마저 불가능하다. 현재로선 법적 대응만이 방법"이라며 "다단계 업체 판매에 주의하고, 직영점과 대리점 등 정상적인 유통경로를 통해 구매해야 사고가 생겨도 구제받기 쉽다"고 경고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심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