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매각대상 교체여부 결정 임박

현대그룹 법적대응 불구..현대차 등 새인수자 찾을 듯

2010-12-18     임민희 기자
채권단이 현대건설 매각과 관련,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하는 내용의 안건을 상정하면서 향후 법정분쟁 가능성 등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현대건설 주주협의회는 지난 17일 전체회의에서 현대그룹과 본계약(주식매매계약) 체결 여부 및 양해각서(MOU) 해지안, 이행보증금 반환 여부, 예비협상대상자 지위부여 등 4개 안건을 상정했다.

더불어 현대그룹이 낸 이행보증금 2천755억원(입찰가의 5%)의 반환 여부를 비롯해 후속조치 사항들에 대한 협상권한을 외환은행, 정책금융공사, 우리은행 등 3개 기관에 위임한다는 내용도 안건에 포함됐다.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지난 14일 제출한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대출금 1조2천억원과 관련 2차 대출확인서 역시 ‘소명자료로 불충분하다’는 법률적 자문 결과를 받아들여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채권단이 이들 상정 안건을 오는 22일까지 해당 기관의 의견을 받아 최종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대해 현대그룹 측은 "법과 양해각서 및 입찰규정을 무시한 일방적인 폭거"라며 즉각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현대그룹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두 차례 제출한 대출확인서는 나티시스은행의 기업금융담당 공동 대표들이 서명한 법적 효력이 있는 문서이고 이는 채권단도 이미 확인한 것"이라며 "채권단은 현대그룹과 맺은 현대건설 매각 양해각서(MOU) 해지 안건 및 SPA 체결 거부안건 상정을 즉각 철회하고 법과 MOU 및 입찰규정에 따라 그동안 미뤄온 정밀실사를 허용하고 향후 절차진행에 나서주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양해각서 해지안이 통과될 경우 법적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인 셈이다.

이렇듯 채권단과 현대그룹간의 첨예한 대립 속에 향후 현대건설 주주협의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련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채권단은 22일을 최종 결정일로 정했지만 현대그룹이 지난 9일 법원에 낸 MOU 해지금지 가처분 승인 여부 등 상황에 따라서는 그 시기가 앞당겨 질 수도 있다.

현대건설 주주협의회에서 현대그룹에 대한 MOU 해지 안건이 통과하려면 의결권 비율로 80%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만약, 현대그룹 MOU 해지 안건과 예비협상대상자(현대차그룹)에 지위부여 안건이 통과하면 채권단은 바로 현대차그룹과 매각협상에 들어가게 된다.

반대로 예비협상대상자 지위부여 건이 부결되면 현대건설 매각협상을 전면백지화하고 재입찰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현대건설 매각작업이 더 지체될 경우 채권단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제2의 현대그룹과 현대차 그룹간의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현재, 주주협의회 의결권은 외환은행(24.99%), 정책금융공사(22.48%), 우리은행(21.37%), 국민은행(10.20%) 신한은행(8.22%) 농협(6.28%) 하나은행(4.06%), 현대증권(1.47%), 씨티은행(0.93%)이 갖고 있다.

이중 의결권을 외환은행에 위임했던 현대증권(현대그룹 컨소시엄)의 경우 MOU 해지 반대 및 주식매매계약체결 찬성 방향으로 의결권을 대리행사해 줄 것을 외환은행에 요청하는 한편,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채권단이 양해각서 해지수순을 밝게 되면 현대그룹과의 법정분쟁을 피할 수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채권단이 양해각서 해지를 결정할 경우 현대그룹이 법원에 MOU해지 효력정지 가처분을 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현대그룹이 매각중지 소송을 내게 되면 현대건설 매각 작업은 장기전으로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채권단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현대그룹이 '승자의 저주'를 극복할 수 있을 지, 현대차그룹이 행운을 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채권단은 현대그룹측의 법적 대응에 개의치 않고 현대건설 매각과 관련한 새로운 대안을 찾는다는 방침이어서 결국은 현대차그룹으로 현대건설이 넘어갈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컨슈머파이낸스=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