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그만두면 화장품 할부금 일시에 납부해야?
직장에서 구두로 이뤄진 방문판매계약의 경우 할부계약을 했더라도 소비자가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 일시납 요구를 받을 수있어 계약시 주의를 요한다. 이같은 낭패를 피하려면 서면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25일 서울시 중량구 신내동에 사는 조 모(여.34세)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12월 초 직장으로 방문한 판매원을 통해 헤라 화장품 42만원어치를 구두 계약했다. 매달 나눠 갚는 조건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조 씨가 상품구매 5일 후 직장을 그만두면서 시작됐다. 판매자는 조 씨에게 대금을 일시에 갚도록 요구했다. “당장 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블랙리스트에 등재하겠다”며 압박했다.
조 씨는 “매월 말에 일정 금액을 할부 납부키로 약속한 만큼 대금일자에 맞춰 내겠다”고 맞서자 “인생 그렇게 살지 마라. 당신 같은 고객은 혼 좀 나야한다”는 수십 통의 협박성 전화와 문자가 쇄도했다.
화가 난 조 씨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소비자센터에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사용한 화장품은 값을 치르고, 쓰지 않은 제품은 되돌려 보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 씨가 제품을 반환하려 하자 주소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며칠 뒤 조 씨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발생했다. 판매자가 조 씨를 동대문 경찰서에 고소한 것. 계약 14일 만에 민사고소라니, 조 씨의 심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홍보팀 관계자는 “방문판매자인 카운셀러는 지난 10월 회사와 거래가 만료된 상태고 더우기 카운셀러는 회사에 소속된 직원이 아니고 독립사업자다. 고객관리 차원에서 이들에게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나, 소비자분쟁에 대해서는 어떠한 강제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해당 카운셀러를 통해 경위를 알아본 결과 법률적인 문제라기 보다 상도의적인 문제로 보인다. 이런 경우 회사 측은 재발방지를 위한 교육을 실시할 뿐이다. 다행히 현재 당사자 간 합의를 모색 중인 것으로 안다”고 입장을 밝혔다.
녹색소비자연대 시민권리센터 정영란 팀장은 “직장에서 구두로 이뤄진 방문판매계약은 ‘구매자가 회사에 소속되어 있다는 사실을 담보’로 설정된 것이다. 구매자가 회사를 그만둘 경우 거래조건이 사라지게 되고, 이때 판매자는 구매자에게 구상권을 신청할 수 있다. 경찰에 고소한 것은 바로 구상권 행사의 일종”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구두계약과는 달리 서면계약은 거래조건이 사후에 변경됐다고 해도 함부로 대금납부 방식이나 기일을 변경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거래조건 변경으로 인한 손해를 막기 위해선 서면으로 계약을 할 필요가 있다. 만일 완납요구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보낸 협박메시지를 문제 삼고 싶다면 법률구조공단에 증거물을 첨부해 피해 보상을 신청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