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얄궂은 운명.. 경영권 현대차 손으로?

2010-12-21     류세나 기자

현대건설 채권단이 현대그룹과의 우선협상 양해각서 체결 해지 발표와 함께 '현대상선 지분 중재'라는 새로운 카드를 제시하면서 '앞으로 현대그룹의 경영권과 미래는 현대차 측 결정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1일 채권단  사이에서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매각의 차기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획득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의 지분 8.30%를 현대건설 최종 인수자가 어떻게 처리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지분의 향배에 따라 현대그룹의 주인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측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현대건설 소유의 현대상선 지분 처리에 대해) 논의하기 이르다"고 밝히고 있지만, 세인들의 시선은 현대차그룹이 채권단의 중재안을 받아들일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 현대그룹, 건설 우선협상자 지위 박탈…경영권 향배는?


현대건설 매각과 관련, 현대그룹의 경영권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까닭은 현대그룹이 순환출자구조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로지엠→현대엘리베이터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로 이뤄져 있다. 특히 현대상선은 이 같은 구조의 핵심고리이자 현대증권과 현대아산, 현대유엔아이, 현대경제연구원 등의 최대주주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는 그룹 내 핵심 계열사다.


현대그룹이 가진 현대상선의 지분은 각 계열사와 우호지분을 합쳐 모두 43.40%이고, 이밖에 지분은 현대중공업과 현대차 등 범현대家가 32.29%를 갖고 있다.


만약 현대건설의 보유 지분 8.30%가 현대차로 넘어 가게 되면 현대상선에 대한 범현대家의 지분은 40.60%로 증가, 현대그룹과 비슷해진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경영권이 위협받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지난 20일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한 채권단이 이에 따른 '당근'으로 '현대상선 경영권 보장' 카드를 들고 나온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MOU를 해지하는 대신 그룹의 경영권은 지킬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


현대차가 현대건설을 인수하더라도 현대건설 소유의 현대상선 지분을 현대그룹 측에 넘기게끔 거래를 유도하겠다는 게 채권단 측 입장이다.


또 채권단은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싼 현대그룹과의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된다면 당초 현대그룹이 건설 인수에 따른 이행보증금으로 낸 2755억원도 반환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측은 중재안은 차치하고, 채권단의 양해각서 해지 자체가 불법적인 폭거라며 법정공방까지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 현대차가 채권단 '중재 카드' 거부한다면?


하지만 이 같은 현대그룹 측 입장과 달리 시장에서는 이미 현대그룹 경영권과 관련한 공은 현대그룹이 아닌 차기 우선협상대상자로 거론되고 있는 현대차그룹 측으로 넘어갔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대그룹의 채권단 중재안 수용여부와 관계없이 현대건설을 인수한 쪽이 이를 거부할 경우, 채권단과의 약속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채권단의 중재안이 강제성을 띠고 있지 않고, 현대차그룹 외에 5조원에 달하는 현대건설을 인수할 명분과 자금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이 같은 우려는 점차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상선 지분 처리와 관련해서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순차적으로 논의될 부분"이라며 "이와 관련해 채권단 측으로부터 어떠한 내용도 전달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류세나 기자] 

(사진=연합뉴스)